조선업계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에 중동 사태로 발주 늘어” 반박
[인더스트리뉴스 홍윤기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지난달 기존 연 5.25~5.5%의 기준금리를 연 4.75~5.0%로 0.5%p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한 가운데, 이러한 금리인하가 우리 조선업계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신조선가 지수는 190.0p로 국내 조선업계가 최고 호황을 누리던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86만CGT(표준선 환산톤수·71척)이었다. 이 가운데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량은 12만CGT(4척·6%)로 153만CGT(62척·82%)를 수주한 중국에 비해 한참 뒤떨어졌다. 그럼에도 국내 조선업계는 고공행진 중인 신조선가 덕분에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글로벌 금리의 지표라 할 수 있는 미국 기준금리가 크게 내려가면서 한국 조선업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인하는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이는 투자자금의 증가로 이어진다. 다시 말해 미국이 금리인하를 결정한 이면에는 경기침체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글로벌 금리인하가 우리 조선업계에 독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선사들이 금리인하를 경기 불황의 신호탄으로 인식하면서 선박 발주를 줄이면서 신조선가를 낮출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 조선업계는 경쟁상대인 중국에 대항해 고기술·고부가가치 선박 수주로 맞서 왔다. 고가치 선박 수주에서는 한국 조선업계가 우세했던 반면 중·저가 선박분야에서는 중국이 대부분을 가져갔다. 한국 조선업계는 수주량의 대부분을 중국 조선업계가 휩쓰는 와중에도 고공행진 중인 신조선가 덕분에 수익성이 살아날 수 있었다. 그런 가운데 선박 가격이 하락하면 한국 조선업계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선박 발주에서 인도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리는 조선·해운업계에서는 금리인하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다. 선사들은 앞으로 불황이 닥쳐올 것에 대비해 선박 발주에 소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존재한다.
변용진 iM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준의 기준 금리 인하는 조선업 업황을 가늠하는 좋은 선행지표”라며 “경기상황을 반영하는 시장금리는 신조선가지수와 강하게 동행하며, 신조선가지수는 다시 수주잔고와 강하게 동행한다”고 설명했다. 변 연구원은 이어 “금리 하락은 발주하락과 신조선가 하락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달리 업계에서는 금리인하로 인해 투자자금 여력이 생긴 선사들의 선박 발주가 더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친환경 선박 교체에 대한 압박과, 중동지역 분쟁 등 특수적 요인에 의해 선사들 입장에서는 선박 발주를 늘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리인하가 곧 해운 시장의 불황을 예고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이전과는 달리 LNG, 메탄올 등 고가의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최근에는 중동의 군사적·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서 선박 수요가 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 선사들의 발주가 늘어나고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