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삼성전자 HBM3E 탑재 AMD GPU 출시 앞두고 양 사 '좌불안석'
[인더스트리뉴스 홍윤기 기자] AI용 GPU 시장에서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내민 미국 AMD가 3분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4분기 전망이 시장 기대치에 못미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주요 외신들이 AMD의 AI GPU 매출 성장이 예상보다 느리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은 것이 주가에 반영된 탓으로 보인다.
AMD에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납품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달갑잖은 소식일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4분기에는 삼성전자 HBM3E(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진 AMD 신형 GPU ‘MI325X’가 출시될 예정이어서 양사가 거는 기대가 컸다.
한편 AMD·삼성전자와 AI용 GPU 시장 대결구도인 엔비디아·TSMC·SK하이닉스는 앞서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 세 회사 모두 어닝서프라이즈를 거두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29일(현지시간) AMD는 올해 3분기 영업익 7억2400만달러(약 1조원)로 전년 대비 223% 증가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68억1900만달러(약 9조4300억원)로 18% 늘었다.
AI용 GPU(그래픽처리장치) 등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35억달러로 122% 증가하면서 실적을 견인했다.
3분기 자체 실적을 놓고 보면 호실적이었지만 업계 반응은 좋지 못했다. AMD는 4분기 매출 전망치로 75억달러를 제시했는데 이 마저도 시장의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이었다. 이에 대해 주요 외신들은 AMD의 AI 관련 매출 성장이 더디다는 평가를 내렸다.
블룸버그는 "AMD의 AI 매출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느리게 성장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AMD의 새로운 가속기 제품 MI300은 엔비디아 칩과 경쟁하며 최대 판매처로 떠올랐지만, 공급 부족으로 인해 성장이 저하됐다"고 평가했다. 실적발표 직후 AMD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7% 이상 폭락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볼때 AMD는 주요 빅테크 고객사다. AI GPU 시장에서 삼성전자-AMD는 엔비디아-SK하이닉스-TSMC으로 이뤄진 ‘삼각동맹’에 맞서고 있는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기도 하다. AMD는 현재 AI용 GPU 점유율 20% 안팎으로 80%를 장악한 엔비디아에는 한참 뒤처진 상태다.
SK하이닉스에 엔비디아 HBM 공급망을 내준 삼성전자는 현재 AMD에 자사 'HBM3(4세대 HBM)'를 공급하며 SK하이닉스를 추격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AMD는 4분기 신형 GPU ‘MI325X’를 출시해 추격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해당 제품에는 삼성전자의 ‘HBM3E(5세대 HBM)’가 탑재될 가능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지난 6월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가 대만 타이베이 난강전시관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 기조연설 현장에서 “삼성전자와 최신 HBM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고 말한 대목은 주목할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 AMD의 부정적인 4분기 매출 전망은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HBM부문에서 본격적인 성장세를 구가하기 위해서는 엔비디아의 HBM3E 공급망 합류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최근 한 대만언론이 삼성전자의 HBM3E가 엔비디아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는 보도를 내놓은 바 있다. 다만 물량부족에 따른 일시적 공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도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송명섭 iM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 HBM3E 8단의 인증 통과가 삼성전자의 내년 HBM 사업부문의 본격 성장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이라며 “만약 실패할 경우 중국향 HBM공급이 제한될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내년 HBM 판매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엔비디아-SK하이닉스-TSMC '삼각동맹'은 AI GPU 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다지면서 호실적을 이어갔다.
엔비디아와 TSMC가 어닝서프라이즈를 거둔데 이어 지난 24일 SK하이닉스는 3분기 매출 17조5731억원, 영업이익 7조300억원의 실적을 냄으로써 매출액과 영업익 모두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