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산업은 4,800만명의 전 국민에게 먹을거리를 해결해주는 매우 중요한 산업이다. 그러나 농지 면적은 전 국토의 11%, 곡물의 자급자족율은 25%, 농가 인구는 300만명에 불과해 매우 영세한 수준이다.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곡물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약 15%인 채소 수입율도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한마디로 우리 농업은 토지, 인력 등 가용자원의 절대 부족과 밀려오는 수입 농산물로 인해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농업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기술적 대안으로 농업의 기계화가 제창되고 있는데, 농기계를 넘어서 농업에 로봇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농기계의 발전된 형태로서의 농업용 로봇은 다음 칼럼으로 미루고,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식물공장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식물공장 정의
식물공장은 야채나 묘목과 같은 작물을 인공 시설 내에서 빛,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배양액 등의 환경 조건을 인공적으로 제어하면서 계절에 관계없이 자동으로 연속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식물공장에는 그림 1과 같이, 태양광 이용 방식과 완전 제어 방식이 있는데, 저농약 또는 무농약의 고품질 작물을 기후의 영향을 받지 않고, 협소한 토지에서 대량생산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식물공장은 센서, 제어기, 액추에이터(이동 장치), 재배 장치, 재배 소프트웨어, 광원 등으로 구성된다. 관점에 따라서는 로봇의 3대 요소인 센서, 액추에이터, 제어기를 공간 내에 분산 배치해 제어하는, 이른바 공간 로봇 기술 또는 공간 지능화 기술로 볼 수 있다. 식물공장은 농업용 로봇의 영역에 포함될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식물공장 방식
최근에 식물공장이 주목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농업 소비자와 공급자가 안심할 수 있는 농산물에 대해 기대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2006년부터 기준치 이상의 농약이 검출된 모든 식품의 유통판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해 안심할 수 있는 식품 공급이 제도화돼 있다. 무농약 또는 저농약의 실현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식물공장에는 유리한 비즈니스 환경이 아닐 수 없다. 다소 가격이 높더라도 친환경적인 농작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은 소비자는 물론 식품가공 공장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농업에서는 기상 조건에 따라 작물의 수확량이 변동하기 쉽다. 기후나 토양의 영향을 받기 쉽고 생산량이 불안정한 토지 재배를 보완하기 위해서 비닐하우스 등 시설 원예가 발달했으나, 여름철의 온도 관리가 어려운 등 단점도 적지 않다. 홍수, 가뭄 피해, 기온 상승 등 지구 온난화의 영향들이 나타나고 있고 식량 자급률의 저하 및 수입 곡물 가격의 폭등 등 농작물 수확의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높다.
<그림 1. 식물공장의 예.>
(a) 태양광 이용 방식의 예.
(b) 완전 제어 방식의 예.
식물공장 형태 비교
식물공장의 형태는 크게 태양광 이용 방식과 완전 제어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림 1 (a)의 태양광 이용 방식은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태양광을 이용해 재배하는 시스템이다. 현재의 하우스 재배나 수경 재배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무, 허브, 상추 등의 각종 채소류나 토마토, 딸기, 장미 등의 생산에 이용된다. 일본에서는 주스용 토마토의 개발 사례가 있다. 태양광 이용 방식은 시스템 특성상 기후에 좌우되기 쉬워서 여름철에는 온도 관리가 어렵고 창의 개폐를 관리해줘야 하기 때문에, 식물공장이라고 하지만 무농약 재배가 어려운 단점이 있다. 그리고 평면식 재배로 한정돼 넓은 설치 면적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설비비용이 많이 든다.
그림 1 (b)의 완전 제어 방식은 기후나 장소에 좌우되지 않고 식물의 생산라인을 높이 방향으로 쌓는 입체적인 구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협소한 토지에서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형광등이나 LED와 같은 열방사가 적은 인공 광원만으로 생산을 하는데, 광원의 조도, 시간, 온도, 습도, 배양액의 PH와 온도, 이산화탄소 등을 자동 제어해 최적의 재배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인공광원이 등장해 좁은 토지, 빌딩, 창고에서도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식물공장의 장점으로는 고부가가치 작물의 안정 생산과 공급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생활습관 질병을 예방하는 고기능성 물질이 함유된 딸기나 백신 성분이 들어가 있는 쌀(식용 백신 쌀)등의 생산 사례가 외국에서 보고되고 있다. 유전자 조작 식물의 안전성은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에 폐쇄 환경에서 물질의 출입을 통제, 관리할 수 있는 식물공장이 토지 재배에 비해 월등하게 유리하다. 완전히 외부와 격리된 인공 환경에서 여러 가지 유전자 조작 식물을 재배 생산할 수 있다. 완전 제어 방식은 세균 수가 매우 적고 환경조건을 적절하게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비타민이나 미네랄의 함유량이 많은 편이다. 현재 콩나물, 버섯, 상추, 시금치, 허브 등 야채류를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다.
연구에 의하면 야채의 영양가는 광량으로 결정되고 충분한 빛을 비추면 영양분이 높아진다고 한다. 그러나 설비비용과 전기세가 많이 들기 때문에 태양광 이용 방식과 비교해 채산성이 낮은 편이다. 따라서 광원, 빛의 세기와 비추는 방법, 반사막의 재질과 형상 등을 잘 선정해 전기세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현재 기술로도 과일이나 곡물의 생산도 가능하지만, 성장 부분의 대부분을 출하할 수 있는 야채류와 달리 열매 부분만 출하할 수 있기 때문에 채산성을 맞추기가 어렵다. 따라서 완전제어 방식은 생산 주기가 빠르고 채산성이 높은 야채류 재배가 중심이다. 참고로, 자연광을 모아서 반송하는 광 덕트 시스템, 광 자동 조절 기술로 자연광을 사용하면서도 재배 공간에 일정한 빛의 세기를 유지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방식이 연구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조명 에너지의 약 10%가 절약돼 자연광이라 하더라도 인공광과 비슷한 품질의 상추 재배가 가능하다는 보고가 있다.
<그림 2. 식물공장의 환경 제어.>
(a) 복합 환경 제어기.
(b) 자율 분산 제어용 노드.
식물공장 제어계측 방식
식물공장에서는 제어계측 기술을 이용해 환경을 제어한다. 그림 2 (a)는 일반적인 환경 제어기로서 마이크로프로세서나 PC로 환경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제어한다. 좀 더 발달된 환경 제어기로서 그림 2 (b)와 같은 자율 분산 제어 방식의 유비쿼터스 환경제어시스템(UECS)도 개발되고 있다. UECS는 식물공장 내의 각종 기기와 센서를 네트워크화해 랜을 통해 통신하고 제어계측을 할 수 있는 여러 개의 노드(NOD)로 구성된다. 노드를 추가하면 시스템을 간단히 확장할 수 있다. 식물공장에 고장이 발생해도 전체 시스템이 다운되지 않고 자동으로 제어운전을 계속할 수 있는 자율 분산 제어가 특징이다. 이러한 제어 방식은 1대의 컴퓨터에 식물공장의 모든 기기와 센서를 접속해 배선이나 설치 공사가 복잡한 집중 제어방식과 차별화 된다.
<그림 3. 상하이 만국박람회에 전시 중인 소형 식물공장.>
높은 완성도 보이는 식물공장 개발
최근에 상하이 만국박람회에서 공개된 오사카부립대학의 식물공장(그림 3)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재배기는 모두 6단으로 구성됐으며 폭과 깊이가 1,280mm로 설치면적을 최소화했다. 재배기의 1~4단까지는 LED 광원이며 5~6단은 고주파 형광등으로 구성됐다. 서로 다른 파장과 온도의 광원을 사용해 식물의 성장 정도에 따라 승강할 수 있다. 아래에 설치된 이식 로봇은 4축의 직교로봇이며 전동식 그리퍼로 묘목을 바꿀 수 있다. 당연히 배양액의 순환 시스템도 잘 갖추고 있다. 이와 같은 완전 제어 방식은 센서나 카메라 등의 설치가 쉽고 재배 상태를 모니터링하거나 로봇으로 작업 보조를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농촌진흥청과 기업에서 식물공장의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2001년부터 수평형 식물공장 개발을 시작해 올해 하반기에는 수직형 식물공장(빌딩 농장)을 시험 운영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식물공장 적용 작물의 확대, 식물공장용 무인화·자동화 생산시스템, 식물공장 내부 환경을 인터넷이나 휴대폰으로 원격 제어하는 환경제어장치 등에 관한 연구를 수행 중이라고 한다. 선진국에 비해 기술적으로는 초보 단계이지만, 농업 선진화와 농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기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