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에서는 지난 10월 17일 향후 10년간의 로봇산업 정책 방향을 제시한 ‘로봇 미래전략(2013~2022)’을 발표했다(그림 1, 2). 이것은 지난 2003년 ‘로봇 산업 정책적 육성’ 발표와 2008년 ‘지능형 로봇 개발·보급 촉진법’을 제정한 이래 가장 중요한 정책적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발표 요지를 정리하자면, ▲과거 연구 개발 및 개별 산업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로봇 기반의 융합과 활용, 로봇 산업의 글로벌화와 생태계 조성, 서비스화로 전환해 미래 로봇 사회 도래에 적극적으로 대비. ▲인간과 로봇이 함께하는 미래 사회 구현을 위해 향후 10년간 3,500억원 규모의 ‘4대 로봇 대형 도전과제(그림 3)’ 추진. ▲2011년 2조원 규모의 로봇 시장을 2022년 25조원의 주력 산업 수준으로 육성하고 로봇의 서비스화와 수출 확대를 도모. ▲2022년 로봇이 범국가적으로 활용되는 All-Robot 시대 구현을 위해 로봇 주도형 융합 확산을 추진하고, 현재의 로봇 개발·보급 촉진법을 로봇 활용 사회 기본법으로 전환한다. 로봇과의 융합 가능성이 높은 자동차, 의료, 국방, 교육을 4대 중점 로봇융합산업으로 선정한다.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그림 1. 로봇 미래전략 : 목표 창출>
<그림 2. 로봇 미래전략 : All-Robot 시대 구현>
4대 로봇 대형 도전 과제
‘4대 로봇 대형 도전 과제’는 사회적 파급 효과와 기술적 도전 등을 고려해 선정됐다.
• 사회안전 지킴이로서의 극한 재난대응 로봇. 재난 현장 대응 및 국가 기간시설 보호 등 안전한 사회생활 보장을 위해 정찰, 재난대응·구조 로봇과 이를 원격 관리하는 운영 시스템의 개발.
• 복지사회 지원 도우미로서의 로봇 헬스타운. 고령자·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자의 독립적이고 건강한 삶을 위해 재활·진단·치료를 전주기적으로 지원하는 로봇 헬스타운 조성.
• 함께 일하는 일꾼으로서의 인간 협업형 로봇 공장. 인간-로봇 공동 작업형 생산환경 구현을 통해 근로 환경 및 기술 경쟁력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도록 인간협업형 로봇 공장을 구축.
• 일상생활의 동반자로서의 인간 친화형 가사지원 로봇. 일반 가정에서 가사 업무를 로봇이 도와줌으로써 삶의 질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인간 친화형 가사지원 서비스 로봇 개발.
이번 과제 발표는 예산 홍보와 구체적인 실행계획 수립 등 아직 많은 절차가 남아있지만, 앞으로 정부가 10여년간의 로봇 산업 정책 청사진을 제시한 점에서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는 가까운 미래에 한국 사회를 변모시킬 메가트렌드급 프로젝트로 깊은 상관관계를 찾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2005년에 한국 핵심 생산인구(25~49세까지 경제활동 인구)가 건국 이래 처음으로 감소하기 시작한 점, 한국의 잠재 성장률 전망치가 현재 4%에서 오는 2020년에 2%로 추락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인구 감소/고령화, 온실가스, 석유 등의 지하자원 고갈, 중국의 성장, 산업의 글로벌화 심화 등 국가적 난제가 즐비한 상황이다.
미래의 로봇 산업은 과연 어떠한 기여를 해야하나. 이와 같은 고민을 해결하는 정책이 4대 로봇 과제다. 향후 지속될 인구 감소와 고령화만 보더라도 인간 협업형 공장, 인간 친환경 가사지원 로봇, 로봇 헬스타운이 기술적인 해결책으로 사용될 여지가 높다. 또한, 극한 재난대응 로봇은 날로 위협받는 국가 안보와 사회 안전에 도움을 주고, 지하자원이나 극지 개발에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그림 3. 로봇 미래전략의 4대 로봇 대형 도전 과제>
‘무난한 선택’의 성공 여부
긍정적인 요소가 다분히 존재해도 로봇 미래전략은 많은 것들을 광범위하게 포괄해 ‘무난한 선택’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책이란 성공적인 실현 가능성에 대해 기반을 두고 세밀한 요소요건들이 내포돼야하지만 이 정책은 큰 범위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현재 세계 시장을 이끌어가는 국산 디지털 텔레비전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면, 지난 1980년대초 고품위 텔레비전(HDTV)의 국가 정책 선정시 일본의 아날로그 방식과 미국의 디지털 방식에서 심각한 고민을 거듭했다. 오랜 고심 끝에 나온 결론은 일단 두 방식 모두를 추진하자는 ‘무난한 선택’이었다. 오늘날에 와서 디지털 방식의 장점을 높게 평가해 아날로그 방식이 폐기됐지만, 개발 초기에 겪었던 시행착오가 이 같은 결론을 도출시켰다.
이러한 기술적, 경영적 판단은 주요 가전 회사들이 추진했지만 정부 정책과 교감이 있었다는 사실은 곳곳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한 정책 선회 등에 힘입어 한국은 현재 디지털 방식의 HDTV로 관련 시장에서 부동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이처럼 로봇 정책도 ‘무난한 선택’으로 출발해, 제한된 국내 로봇 기술과 제품으로 현명하게 좁혀 나가면 성공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필자가 다소 낙관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번역서의 제목인 ‘행동하는 낙관주의자’처럼 로봇이 도전적인 미래를 창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