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협상 대화 파트너인 집권여당 원내대표에게 '핵 공격'
녹취록 진위 여부, 예산안 정국에서 폭로 배경 관심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3일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해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원내대표 추경호 의원의 '20억원 수수설' 의혹을 제기해 정국이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은 2018년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해서 한 자치단체장 후보자가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20억원을 건내려 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와 관련한 명태균씨 통화 녹음을 공개했다. 이에 추 원내대표는 “전혀 모르는 엉터리 가짜뉴스”라고 강력하게 반박하며 향후 법적 대응도 불사할 태세다.
민주당이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녹취록은 대선 직전인 2022년 3월 초 명씨와 여러 지인 간 이뤄진 대화, 그리고 대화 도중 명씨와 당시 미래한국연구소 소장인 김태열씨와 한 스피커폰 통화를 담고 있다. 미래한국연구소는 명씨가 사실상 운영했던 불법 여론조사 의혹 연루 업체다. 민주당은 해당 통화를 두고 김태열 씨가 2018년 지방선거에서 대구 달성군수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조성제씨의 측근 박재기씨를 만난 뒤, 이를 명씨에게 보고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녹취에서 김 전 소장은 명씨에게 “(조성제가 말하기로) 지난번 선거 때 추경호가 20개를 먹었기 때문에”라고 언급했다. 그러자 명씨는 “지도 처먹었는데 남은 먹으면 안 되느냐”라며 “그럼 (조성제한테) 40개 달라고 해?”라고 말했다. 명씨는 이어“(조성제한테) 40개 달라고 해 20개 주고 20개로 막아?”라고 물었다. 김 전 소장이 “40개를 달라는 게 아니고”라고 말하자 명씨는 “추경호가 ‘나 말고는 먹은 놈 없다’고 하겠네”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전 소장은 이에 “추경호가 그때 해줬으니까, 지난번에. 이번에는 가서 딱 담판 짓고 그냥 현금으로 아니고 수표로 10개 던져줘라”라고 말했고, 명씨는 “그럼 30개만 받으면 되겠네”라고 답했다.
명씨는 김 전 소장과의 대화를 마친 뒤 지인들에 “나는 연결 다 해줬어. 손도 안 대. 딱 현금 20억 갖다 놓고 (조성제가) ‘살려주세요’ 하더라”며 “그래 연결해줬다”고 했다. 명씨는 그러면서 “저번에 추경호가 공천해 줬잖아. 무소속하고 민주당 합치는 (불출마) 바람에 저렇게 되고”라고 했다. 민주당은 해당 통화 대화에 대해 “추경호 입막음용 10억원과 선거자금 20억원을 명씨에게 제안했다는 내용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또 조씨가 2018년 지방선거에서 공천을 받았으나 무소속 후보에게 밀려 낙선했던 인물이라며 “실제 돈거래가 있었는지와 ‘2018년 20억원’ 사실 여부는 수사로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기습적인 폭로에 추 원내대표는 즉각 대응하고 나섰다. 일부 언론에서도 민주당과 유사한 주장을 하게 되면서 추 원내대표는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다. 그는 민주당과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전혀 모르는 엉터리 가짜뉴스”라며 강력하게 반박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련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명씨와 명씨 변호인으로부터 ‘거짓이다’(라는 입장을 듣고도) 보도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민주당이 제기한 재산 급증에 대해서는 “당시 민주당 후보가 음해성으로 얘기한 부분”이라며 “고맙게도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폭등시켜 공시지가가 상향 조정된 부분이 있다. 어른으로부터 증여받은 부분을 국세청에 세금 납부한 것까지 증빙해 청문회에서 설명된 내용”이라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에게 금품을 건넸다고 지목된 예비후보에 대해서는 “당시 우리 시의원이었다”며 “유일하게 이름을 아는 사람”이라고만 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 부분과 관련해 확인 없이 보도하거나 확대 재생산할 경우 명예훼손 등 법적 조치와 언론중재위원회에 강력한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여야의 연말 예산안 대치 정국 와중에서 갑자기 추 원내대표의 '현금 수수설'을 제기하자 정치권에서는 여러가지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단 민주당이 충분한 검증작업과 내부 토론 없이 녹취록을 폭로해 예산안 정국을 파국 분위기로 이끌어가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추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의 예산안 협상 총괄 지휘자로서 그 역할과 임무가 막중하다. 야당이 아무리 정치적인 공세라고 하더라도 예산안 협상이라는 국회의 최대 현안을 앞두고 그 대화의 핵심 파트너에 대해 공천 현금 수수설을 제기한 것은 도가 지나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언론의 보도와는 별도로 민주당마저 무차별적인 명태균 녹취록 공세를 이어가면서 연말 예산안 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명씨가 대화를 나눈 당사자갈 그와 '같은 편'이라고 할 수 있는 김태열 전 소장이라는 점에서 녹취록의 진위와 사실 여부를 더 정밀하게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물론 명태균씨 사태 이후 언론들이 너도 나도 명씨의 녹취록을 근거로 정치인들을 '저격'하는 상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민주당도 그 '난사 대열'에 합류했다는 지적은 공당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명씨가 정치권의 소문을 상대하기 편한 김 전 소장에게 '귀띔'을 해주는 과정에서 그것을 과장해 부풀렸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어떤 객관적인 검증을 거쳐 녹취록을 폭로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물론 당 차원에서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를 '걸었다'면 그럴 만한 팩트가 확보되었거나 충분한 검증과 내부토론을 거쳐 폭로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예산안 정국에서 과연 야당의 공세가 얼마나 적절했는지도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예산안 협상의 파트너를 걸어 넘어뜨리려는 의도에 대해 '아무리 그것이 검증이 됐다고 해도 명씨의 녹취록에만 의존해 의혹을 계속 제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보수층의 결집과 후폭풍을 겪을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음에도 녹취록을 폭로한 것은 예산안 협상에서 추 원내대표의 기를 꺾어 협상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술을 추진했다면 그것은 선을 넘은 무리수였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예산안 정국은 민주당의 사상 최초 '감액' 추진으로 협상 초반부터 파국의 기미가 보였는데 이번에 민주당이 추 원내대표의 현금 수수설까지 제기하게 되면서 여야 정치는 붕괴 직전에 있다. 이는 민생의 최후 보루인 예산안이 정밀한 계산에 의해 타결되는 것이 아니라 막판에 정치적으로 누더기 통과될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상당히 우려스러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