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밸류업 펀드 3000억 투입…“시장 공포 잠재우기엔 불충분해”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투자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부결된 후 교착 상황이 장기화 될 위험에 직면해 있으며, 국가 리더십에 대한 불확실성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8일(현지시간) ‘한국 증시, 정치적 위기 심화에 원화 폭락(South Korean Stocks, Won Slump as Political Crisis Deepens)’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같이 전했다.
실제로 한국 증시는 폭락했고, 원화는 2009년 이후 가장 약세를 보였다. 9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6일)보다 2.78%(67.58) 하락한 2360.58, 코스닥 지수는 5.19%(34.32) 떨어진 627.01로 장을 마감했다. 같은 시간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62%(8.8원) 오른 1436.8원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정치적) 교착 상황(standoff)은 한국 시장에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시기에 찾아왔다며, 코스피 지수와 원화 환율은 ‘계엄령 참사(the martial law fiasco)’ 이전에도 올해 아시아에서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블룸버그 통신에 “코스피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피로감과 실망감, 극도로 위축된 투자자 심리, 수급 상황 등으로 인해 코스피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스위스 투자은행(IB) 롬바드 오디에의 선임 거시 전략가인 호민 리는 “헌법적 위기가 장기화 될 것이라는 전망 외에도 시장은 여당이 제시한 새로운 협정의 적법성과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정부의 능력과 관련된 불확실성을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8일 경제관계 장관들과 발표한 부처 합동 성명에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every possible measure)’를 동원하고, 금융시장을 24시간 면밀히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3000억원(약2억900만달러) 규모의 펀드를 출범해 ‘밸류업’ 주식을 매입하는 한편, 앞서 투입된 2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계속 운용할 계획이다. 또한 10조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는 필요할 때 ‘즉시’ 동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윤정인 피보나치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는 “이 펀드가 투자 심리를 반전시키려 하겠지만, 그 규모만으로는 시장의 공포를 잠재우기에는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1.8%로 컨센서스를 밑돌고 있으며 위험이 점점 더 하방으로 기울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정치적 혼란에 빠지면서 한국 주식 시장이 글로벌 인공지능(AI) 특수를 누리고 있는 기술 라이벌인 대만에 더욱 뒤처질 위험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7일(현지시간) “올해 대만 증시가 30% 가까이 급등하면서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실제로 대만 주가지수인 자취안지수는 올해 들어 30% 가까이 상승한 반면, 코스피는 지난해 말 2,655.28에서 지난 6일 2,428.16으로 8.5%가량 하락해 주요국 지수 가운데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대만 시총의 37%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TSMC 주가가 올해 들어 79.6% 오르면서 대만 증시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이는 엔비디아부터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에 이르기까지 세계 AI 선두주자들이 대만기업(TSMC)에 더 많은 공급을 요청하고 있다”며 “대만 증시의 시가총액이 한국 시총을 약 9500억달러(1365조원) 앞서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