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권한대행 '여야 눈치 보기' 시장 불신 초래하나
  • 성기노 기자
  • 승인 2024.12.1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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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곡법 등 6개 법안 거부권 행사 놓고 고심 깊어져
여당 "당정협의 관례 따라 기존 정부 노선 고수해야" 주장
야당은 "탄핵 민심 부합하려면 권한 행사 제한돼야"
의사봉 두드리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사진=연합뉴스
의사봉 두드리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실질적인 국가 수반의 역할을 수행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아직 '대통령' 꼬리표를 떼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국민의힘이 집권여당이다. 또한 한 권한대행은 비록 윤 대통령처럼 국민의힘 당원은 아니지만 '집권여당'에 의해 선출되었다는 점에서 국민의힘과 '당정협의'를 해야할 상황이다. 

문제는 한 권한대행이 그동안 윤 대통령의 지시 아래 움직이며 일방독주 정치에 '일조'를 해왔지만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기존의 강경노선을 견지하는 것이 과연 민심에 부합하느냐다. 당장 한 권한대행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일방 처리한 양곡관리법 등 법안 6개에 대해 재의를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나온다.

정부는 이 법안들이 대부분 시장 원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내용을 담고 있고, 국가 재정에 매년 조 단위의 부담을 더하기에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보복성 탄핵소추를 추진할 경우 한 대행 체제가 무너질 수 있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야권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탄핵에 따른 '임시직'을 수행중인데 거부권과 같은 적극적인 권한 행사까지 하는 것은 일종의 '월권'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국무총리실은 과거 대통령 권한대행이 일부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던 선례가 있는 만큼 특정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국민과 야당에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단 양곡관리법 등 법안 6개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셈이다. 

이에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을 향해 “법률안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 탄핵을 추진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민주당은 한 대행 탄핵 소추를 검토하다가 국정 안정을 이유로 철회했는데, 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탄핵을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범야권 192석의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으로 국정운영을 정부와 야당이 함께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한 권한대행으로서는 여당과 야당 이쪽 저쪽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여당은 여당대로 국정운영의 지속성과 '당정협의' 관례를 내세우며 국민의힘 편을 들어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야당은 대통령 탄핵으로 현 정부에 대해 국민들이 일종의 '불신임'을 선언한 만큼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야당과 공동협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운데)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운데)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여야는 각기 다른 형태의 협의 채널과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여당은 '당정협의회' 채널을 선호하고 있지만 야당은 '국정안정협의체'를 요구하며 국정운영에 적극 개입할 뜻을 밝히고 있다. 이에 한 권한대행은 국정 운영을 주도권을 둘러싼 여야의 양면 압박 속에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과거 대통령 탄핵 사례를 보면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탄핵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이 컸고 헌재의 기각이 어느 정도 예상돼 당시 고건 권한대행은 정부의 기조를 그대로 유지했다. 특히 고건 권한대행은 2개의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는 황교안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기도 했다. 이처럼 역대 '대통령 권한대행'들은 제한적이긴 하지만 대통령의 일부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한 전례를 남겼다. 그런데 이번 한덕수 권한대행의 '법안 거부권'이 야당의 강한 반발을 부르며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은 비상계엄이라는 헌정질서 파괴 행위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높고 국가를 위기로 몰아넣은 현 정권에 대해 강력한 '행정적 제한'을 가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한덕수 권한대행도 국무위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모두 머리를 숙여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를 하는 사상초유의 일을 겪으며 상당히 위축된 만큼 막무가내로 법안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당론 반대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고 야당에 저항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17일 “지금은 대통령이 궐위가 아닌 직무정지 상황이기 때문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전까지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고 밝히는 등 대야 '투쟁'을 강하게 전개하고 있다. 이런 여당의 강경한 태도에 한 권한대행도 마냥 야당에 고개를 숙이며 따라갈 수도 없다. 이래 저래 한덕수 권한대행의 처신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나기 전까지 이편 저편을 오락가락할 전망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한 권한대행의 '여야 눈치보기'에 대해 "그렇지 않아도 대통령 탄핵으로 환율이 계속 오르는 등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데, 한 권한대행마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여야를 오가며 갈팡질팡할 경우 국정운영의 신뢰와 연속성이 더욱 떨어지고 경제에도 적잖은 타격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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