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정치] AI는 정치 신인들의 새로운 ‘등용문’이 될까
  • 성기노 기자
  • 승인 2025.02.1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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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출현으로 닷컴 열풍 등에 업은 '검색의 시대' 종언 가능성
강고한 정치 기득권의 벽도 AI 활용한 정치 신인의 도전에 직면
닷컴시대 대규모 투자로 IT 강대국 부상...이제는 AI에 국가 역량 집중해야
AI가 정치 신인들에게 홍보와 자금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새로운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일러스트
AI가 정치 신인들에게 홍보와 자금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새로운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일러스트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AI 시대의 도래는 우리의 일상을 혁신적으로 변모시킬 것이다. 2000년대 초반 닷컴 열풍이 불었을 때 관련 주식이 폭등, 폭락하는 등 부작용도 있었지만 정보의 투명성과 균등한 접근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다.

지난 2022년 챗GPT가 공개된 이래 이제 제 2의 정보 혁명이 시작되고 있다. AI 시대는 정보의 생산, 처리, 전달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꾸고 있다. 닷컴의 시대에서는 인터넷의 바다에 흩어진 정보를 누가 더 효율적으로 ‘검색’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느냐가 중요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챗GPT의 등장으로 닷컴이 주도했던 ‘검색의 시대’가 막을 내릴 수도 있다는 예상도 하고 있다. 챗GPT는 세상에 존재하는 수억 수십억의 ‘언어 데이터’를 특정 알고리즘으로 학습, 분류한 뒤 새로운 정보를 ‘재가공’(생성형)해내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인간과 자유롭게 대화를 할 수 있는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렸다.

지금까지 닷컴 시대에서는 검색을 통해 수많은 ‘링크 자료’들을 일일이 클릭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검색상위 링크는 광고의 주요 재원으로 활용됐다. 이에 대한 최대 수혜자가 바로 구글이었다(구글은 이미 챗GPT와 유사한 기술을 개발해 놓았지만 검색량 감소로 광고매출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발표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챗GPT는 그냥 링크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자신이 세상의 모든 언어를 학습한 뒤 일목요연하게 그 정보를 제공해 준다.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AI에게 무조건 질문을 던지면 된다. 어려운 의학 지식이나, 법률 지식(고소장도 손쉽게 작성해주는)도 AI가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순식간에 전해 준다. 전문가들의 정보 독점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지적인 행위가 자동화되고 지적 자료들이 대량생산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카이스트 김대식 교수).

물론 의학 법률 분야에는 특정한 자격과 기준이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바로 참여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치 분야는 다르다. 일정한 자격만 갖추면 누구나 선거를 통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분야만큼 기득권이 강고하게 버티고 있는 철옹성은 없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2월 4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카카오 기자간담회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단 정당의 공천을 받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현역 국회의원들처럼 상시로 후원회 등을 통해 정치자금도 공식적으로 모금할 수 없기에 신인들은 자금과 조직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최악의 열세에 있다. 아무리 리더십이 뛰어나고 지적 우월성이 있다고 해도 정치인들과 ‘연줄’이 없으면 정치 참여 자체에 상당한 제약이 가로놓여 있다.

정치 지망생들이 가장 먼저 벽에 부딪히는 문제는 자금과 홍보 문제다. 정치 신인은 예비후보로 등록할 수 있는 선거 120일 전까지는 후원금을 아예 모금할 수가 없다. 하지만 현역 의원은 언제든 모금이 가능하다.

후원금 모금 금액 한도에도 차이가 있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정치 신인이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다음부터 1억5000만원의 후원금 모금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현역 의원은 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원까지 모금액이 늘어난다. 특히 현역 의원은 임기 중 대선과 지방선거, 총선까지 3번의 선거를 치르기 때문에 최대 9억원까지 모금이 가능하다. 정치 신인들은 현역 의원 위주의 후원금 제도 때문에 출발선에서부터 이미 한참 뒤에 있는 셈이다.

또한 정치 신인의 모금 한도가 1억 5000만원이지만 이 액수를 모두 채우는 경우도 많지 않다. 당에서 영입을 했거나 대중적인 인지도가 상당한 예비후보가 아니라면 대부분 모금 한도액조차 다 채우지 못한 채 선거 운동에 나서게 된다. 인지도도 떨어지고 그것을 끌어올릴 만한 자금도 부족하니 ‘현역’을 쓰러뜨리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하지만 AI 시대가 도래하면 정치 신인들은 이전보다 훨씬 많은 정보와 정치적 조력을 받을 수 있다. 먼저 선거 자금을 더욱 효율적으로 모금할 수 있다. AI가 유권자들의 성향과 취미 등을 분석해 그에 맞춘 메시지를 작성해 이메일 서비스를 ‘자동’으로 해줄 수 있다. 이는 기존 방식보다 3~4배 많은 모금을 창출할 수 있다는 AI의 진단도 있다.

또한 홍보 전문가들 따로 영입해 거기에 들어가는 거액의 컨설팅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지금도 AI가 기본적인 정보만 받으면 곧바로 언론사 양식과 틀에 맞는 보도자료를 작성할 수 있다. 이를 원용해 AI가 예비후보의 선거 전략과 정책, 개인의 장점 등을 입력받은 뒤 그것을 토대로 지지자들을 식별해 낸 뒤 맞춤형 이메일 서비스나 문자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정치 신인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인지도 향상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정치 신인들이 AI에게 자신의 장점과 특성 등의 정보를 세밀하게 제공하면 AI는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유권자들의 관심사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캠페인 전략도 수립해 준다.

지난 2023년 12월 11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예비 후보자 등록 시작을 하루 앞두고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들이 등록 접수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한 AI는 정치 신인들이 제시하고 원하는 각종 정책들을 데이터로 분석해 최적화해 줄 수 있다. AI가 정책 수립을 ‘만드는’ 과정에서 정치 신인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사례나 정보까지 제공해 주게 되고 그것을 통해 보다 완성도 있는 정책을 입안할 수 있다. 이는 인지도 등에서는 기존 정치인들에게 밀리지만 정책의 완결성이나 아이디어 측면에서는 현역 의원과 대등하게 ‘맞붙을’ 수 있는 토대가 된다.

그런데 AI도 결국은 질문자의 ‘지시’를 수행하는 ‘로봇’일 뿐이다. 정치 신인들이 일반적인 지식 정도만 가지고 AI에게 평이한 질문을 하게 되면 AI도 그에 맞춘 평범한 대답만 내놓게 된다. AI가 찾아주고 제시하는 정보도 결국은 정치 신인의 구체적인 질문과 색다른 아이이어 등에 의해 그 ‘품질’이 천차만별로 차이가 나게 되는 것이다.

질문자의 물음 스타일과 타입에 따라서 생성정보의 결과물에도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카이스트 김대식 교수)는 것은 챗GPT를 얼마나 능동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효용성과 정보의 질에도 격차가 생기 수 있다는 뜻이다. 인맥도 없고 자금상황도 열악한 정치신인이라고 해도 챗GPT에 대한 활용능력과 정치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지적 수준에 따라 충분히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AI 시대가 도래한다고 해서 인공지능이 모든 일을 처리해 주고 대신해 주는 것은 아니다. 결국은 사람이다. AI에게 얼마나 구체적이고 자신만의 강점과 특성이 담긴 ‘명령’과 ‘대화’를 이끌어내느냐에 따라 AI의 아웃풋은 엄청난 격차를 보이게 될 것이다. AI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해줄 수는 있지만 완전히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어쩌면 인간은 AI 때문에 더 힘들고 고달픈 ‘지적 경쟁의 시대’에 들어섰는지도 모른다.

30여년 전 닷컴 시대가 도래했을 때 네이버 등의 포털이 지금과 같은 ‘정보 장악력’을 보여줄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는 무모한 도전이라고 생각했던 초고속인터넷망 사업을 조기에 추진해 우리는 닷컴 시대에 세계가 인정하는 IT 강대국이 되었다.

이제 닷컴 시대(검색)가 저물고 인공지능과 대화(생성형)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30년 전 우리가 전 국가적으로 쏟았던 IT 시대에 대한 열정과 역량을 이제는 새로운 AI 생태계 구축으로 그 물꼬를 돌려야만 한다. AI 시대 전환기의 중심에 정치가 있어야 한다. 새로운 국가 전략과 아젠다를 생성하고 정치 신인들의 활발한 참여를 유도하는 정치개혁의 시발점이 AI 시대와 함께 열리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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