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비즈니스 분야에서 과거 미국의 사례와 비슷하게 브랜드파워가 부각되는 국가가 있다. 특히 유럽과 북미 업체들은 동양인을 보면 이 나라 사람이라는 생각부터 할 정도다. 마치 과거에 우리가 외국인을 보면 미국을 떠올렸던 것처럼.
누구나 예상하듯이 이 국가는 바로 중국이다. 중국의 브랜드파워가 적용되지 않는 산업분야를 찾는 것도 힘들겠지만 태양광 분야에서 중국의 위상은 그야말로 절대적이다. 중국 기업이 잉곳과 웨이퍼, 셀과 모듈 각 밸류체인의 전 세계를 선두하고 있음은 물론, 세계 생산규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유럽시장을 노리는 중국의 저가공세는 제품의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급락을 가져왔고, 캐시카우를 확보하기 위한 업체들의 출혈경쟁은 녹색산업의 ‘치킨게임’을 불러왔다. 1W(와트)의 손익분기점이 1.2달러지만 1달러 이하로 추락한 모듈 가격표를 보고 한숨을 내쉬는 것도, ‘작년에 제조한 모듈이 팔리지 않아 먼지만 수북이 쌓였다’며 쓴 웃음을 짓는 업계 관계자의 말도 모두 중국이 가져온 치킨게임의 결과이다.
신제품 개발로 블루오션시장 개척
이러한 경쟁에서 우리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취해야 할 태도는 무엇일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중국 업체들이 규모의 경제 전략을 펼치고 있다면, 우리 기업들도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짜야 한다. 그 전략은 해당 기업의 세부적인 비즈니스 특성과 기업의 체질, 자금력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그 가운데 불변하는 한 가지 원칙은 존재한다. 바로 기술력이다.
녹색산업의 전통적인 강국인 독일의 큐셀(Q-Cell)은 정부의 보조금 정책으로 2007년 태양전지 세계 1위에 등극했지만 2009년 중국 업체들의 저가 수출 공세에 매출이 36% 급락하며 커다란 적자를 기록했다. 한편 후발주자였던 미국의 퍼스트솔라(First Solar)는 차세대 태양전지인 박막 태양전지를 개발하는데 성공해 최고의 원가경쟁력으로 높은 수익을 달성할 수 있었다. 비록 카드뮴이 내뿜는 독성물질에 대한 논쟁이 있긴 했지만 퍼스트솔라가 개발한 카드뮴텔륨라이드(CdTe) 박막전지는 기존 태양전지의 실리콘 결정질을 대신하는 혁신소재를 이용해 원가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의 태양전지로 인식되고 있다. 상용화가 무척 어려운 분야였지만 퍼스트솔라의 과감한 선택과 집중된 연구개발은 세계 태양광 비즈니스의 수준을 높이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를 앞당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당장 양산이 용이한 제품에 대한 경쟁은 늘 치열하기 마련이다. 비록 실패 가능성은 있지만 새로운 기술력을 개발하는 것이 기업의 자생력이고 산업의 성장 동력이다.
국산 기술개발 다이오드, 세계시장 호령할 고효율 모듈을 만든다!
태양광 원자재 전문 기업인 엘에스티에너지(LST Energy)는 최근 정션박스(Junction Box)의 핵심 부품인 바이패스 다이오드를 개발했다. ‘LST 1560’으로 불리는 이 다이오드는 모듈의 대용량 추세에 맞춰 VR(Reverse Voltage) 값을 60V까지 높이면서 순방향 전압강하손실인 VF(Forward Voltage) 값을 0.5V 이내로 개발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기존 다이오드가 45V 이하의 VR 값을 가지면서 VF도 0.5~0.7V로 설계된 것과 비교하면 고효율 대용량 모듈에 적합한 이상적인 제품으로 볼 수 있다.
엘에스티에너지는 초박막형(Thin Type) 다이오드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는데 8월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이 제품은 기존의 전형적인 다이오드 디자인을 탈피한 제품으로 기존 제품의 십분의 일의 무게와 두께를 지니고 있어 차세대 모듈의 심미적 경쟁에 크게 어필할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부품 국산화를 원동력으로 엘에스티에너지는 내년부터 정션박스 완제품도 생산할 예정이다. 중국의 저가 제품과 일본 선진 제품이 공존하는 국내 정션박스 마켓에서 기업의 니즈에 맞는 정션박스 공급을 통해 국내 모듈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는 곧 수출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설계를 마친 정션박스 국내 생산라인은 공정 혁신과 과감한 투자를 통한 원가 경쟁력, 그리고 기술력을 확보하는데 집중해 추진하고 있다. 태양광 원자재가 공급과잉 상태에 직면해 있는 만큼 유연하게 수요에 대응하며 안정적으로 양산이 가능하도록 JIT(Just In Time) 생산방식을 채택해 생산성을 향상하면서 재고와 불량률은 감소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연간 1,000만개의 생산용량을 갖춘 자동화 라인은 2010년 국내시장의 두 배에 이르는 규모로 점차 커지는 내수시장은 물론 수출 역시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경쟁력과 기술력을 갖춘 부품에 대한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지난 6월 독일에서 개최된 태양광 전문전시회 인터솔라 현장에서도 유럽과 중국의 정션박스 제조사들이 깊은 관심을 보였고 테스트를 위한 샘플요청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한 개에 몇십 센트에 불과한 다이오드를 개발하는 것은 부가가치가 없다는 기존 관념은 결국 다이오드 시장을 중국과 대만 등 원가경쟁력이 높은 국가의 기업이 장악하는 원동력이 됐고, 이러한 일부 국가에 국한된 경쟁으로 인한 제한된 기술력은 모듈의 효율을 높이는 데에 장애요소가 됐던 것이 사실이다. 혁신 역량을 바탕으로 한 LST 1560의 개발과 부품 국산화는 결국 ‘Made in Korea’의 가치와 기술력을 높이는 동시에 공급과잉 상태에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현재 태양광 산업은 수요와 경쟁 리스크가 너무 커져서 기술개발의 불확실성이 차라리 가장 관리 가능한 리스크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중국이 점령하고 있는 녹색산업 분야에서 길고 긴 치킨게임의 터널 속에 갇혀있다고는 하지만, 남이 내다보지 않고 있는 분야에 대한 탐구와 기술력의 집중이 바로 기업의 미래경쟁력이다. 새로운 시도와 창조는 늘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결국 해답은 그 안에 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임종만 엘에스티에너지 대표이사
필자는 95년부터 전원기기 반도체 회사인 화인썬트로닉스와 Sansha Electric 한국사무소 부소장을 거쳐 2008년 태양광 전문기업인 엘에스티에너지(LST Energy)를 설립해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올해는 엘에스티 미국지사도 설립해 자사 기술의 해외 수출도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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