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광화문 야당 천막농성촌 가보니...탄핵 선고 지연에 “지겨워”
  • 김희선 기자
  • 승인 2025.03.2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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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투쟁 이어가는 의원들 상태 점점 나빠져
야당과 시민단체들 헌재의 빠른 결정 촉구
도로 절반 차지한 천막에 일부 시민들 불편함 호소도
서울 광화문에 설치되어 있는 시민단체 농성천막. /사진=김희선 기자
서울 광화문에 설치되어 있는 시민단체 농성천막. /사진=김희선 기자

[인더스트리뉴스 김희선 기자] 3월 26일 오전 8시30분 미세먼지 속 강한 바람이 부는 서울 광화문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는 야당의 천막농성촌. 출근하는 시민들 속 천막을 지키던 당직자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분주히 재정비에 나섰다.

이곳에는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의 천막뿐 아니라 다른 시민단체 농성천막들도 운영되고 있었다. 한 시민단체 천막 안은 관계자들이 연이은 하품을 하며 테이블에 엎드려 잠을 청하는 모습과 작은 컵라면으로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장면 등이 먼저 들어왔다.

3월 24일 서울 광화문에 농성천막들이 자리잡고 있다. /사진=김희선 기자
3월 24일 서울 광화문에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는 농성천막들이 자리잡고 있다. /사진=김희선 기자

특히 민주당은 지난 24일부터 천막당사를 설치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까지 의원들이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천막당사 공간은 생각보다 협소했다. 두 개의 천막으로 한 곳에서는 당 최고위원회의와 원내대책회의 등이 진행된다. 나머지 한 곳은 관리실 겸 물품 보관소다. 지난 2013년 서울 청계천에 설치됐던 천막당사 규모와 크게 달라진 점은 없고 비슷하게 운영하고 있었다.

천막을 지킨 민주당 관계자들은 푸석한 얼굴로 거센 바람을 맞으며 천막에 꽂혀 있던 깃발 정리에 여념이 없었다. 한 관계자는 천막당사 운영과 분위기에 대해 묻자 “의원들께서 밤늦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공간이 크지 않고 이게 전부”라며 “많이 불편하지만 나름대로 체계를 갖춰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투쟁거점을 광화문으로 옮긴 민주당이 도보에 설치된 천막에서 현장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반면 취재 공간은 크게 확보되지 못하고 있었다. 당 관계자는 “회의를 진행할 때 취재진들을 위한 자리를 최대한 확보하고 있다”며 “펜 기자들을 위해서 공간 한쪽으로 캠핑 매트를 깔아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광화문에 자리잡은 더불어민주당 천막당사. /사진=김희선 기자
서울 광화문에 자리잡은 더불어민주당 천막당사. /사진=김희선 기자

오늘 당장 이재명 대표의 선고를 앞둔 시점에서 민주당 관계자들은 “무죄로 기대한다”면서도 탄핵심판 선고 지연에 “모든 상황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천막당사 양옆으로 위치한 조국혁신당, 진보당 천막과 함께 단식 투쟁을 이어가는 정혜경 진보당 의원, 이재강, 양문석 민주당 의원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밤새 천막을 지키고 있는 백은지 진보당 원내행정국장은 “단식 투쟁을 이어가는 의원님들의 건강 상태가 점점 좋지 않다”며 “바람이 너무 불어 밤이 되면 웃풍이 심하다. 단식 투쟁하시는 의원님들이 계시기 때문에 식사는 각자 알아서 근처 식당에서 해결한다. 화장실은 지하철 역 아니면 인근 건물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탄핵심판 선고 지연에 투쟁이 길어지니 힘들고 지치지만 지지자분들께서 응원도 많이 와주신다”며 “시민들께서 분노가 상당하다. 많이 표출하고 가신다”고 덧붙였다.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월 24일 서울 광화문 천막당사에서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월 24일 서울 광화문 천막당사에서 단식 투쟁을 이어가며 지지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진보당 천막 옆에서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양문석 민주당 의원을 만났다. 다소 굳은 얼굴의 양 의원은 인사를 건네자 웃으며 인사를 받아줬다. 양 의원에게 현재 몸상태에 대해 물었더니 “단식 중이라 방금 전에 소금을 먹었다”며 많이 힘드냐는 질문에 힘들게 웃어보이며 끄덕였다.

단식 투쟁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양 의원에게 지지자들이 몰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지지자들은 “의원님 힘내세요”라며 함께 사진도 찍고 서로를 다독였다. 양 의원을 응원한 한 지지자에게 집회 참석에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묻자 “며칠째 집회 참석하고 있는데 평화롭게 시위하고 싶으나 경찰들 진압으로 충돌이 생기는 점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또한 기한 없이 길어지는 헌재 탄핵심판 선고에 “너무 힘들다. 3일 연속으로 집회에 참석하다가 집에 와서 씻는데 다시 집회에 나갈 자신이 없더라. 순간 지겨워지면서 다 무의미해지더라. 모든 상황이 끝나서 제자리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시민들 사이 한복을 입거나 광화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광화문 앞에 줄지어 선 천막들과 깃발들을 자신의 핸드폰 카메라로 찍으며 천막 안을 궁금해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가족과 함께 여행 온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 묻자 “여행 오기 전 한국의 비상계엄 소식을 접했다”며 “갈등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민들을 위해 평화가 빨리 와야할 거 같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천막당사 앞 취재진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천막당사 앞 취재진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으로 일부 시민들은 도보를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천막들을 보면서 불편을 겪기도 했다. 시민들은 민주당이 천막당사에서 진행하는 현장 회의로 도보를 잠시 막아놓자, “길을 막으면 어쩌라는거야”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또 다른 한 시민은 지나가도 되는 길인지 아닌지 멈칫하다 분위기를 살피고 빠르게 지나갔다.

이에 대해 야당 관계자들은 “(시민들의) 불편한 목소리를 듣고 있다. 저희도 불편을 최소화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탄핵심판 결과가 하루 빨리 나와야 이러한 불편함도 사라질텐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 결정이 늦어지면서 풍찬노숙하는 야당 관계자들은 갈수록 지쳐가고 있었다. 헌재는 아직까지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을 발표하지 않고 평의를 계속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져 다음달 초까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2심 결과도 곧 나온다. 그리고 이번주 주말 집회는 '또 다른'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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