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AR WAR 국내 태양광 기업들의 생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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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2.0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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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 야 기자


“올해 태양광 산업은 전년대비 성장 규모는 비슷하거나 약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도적 보완과 관련 업계의 체질 개선이 이뤄지면 많은 성장이 가능하리라고 전망하지만 신규시장 규모의 한계로 큰 성장은 어렵다고 본다.”

지난 2월 엑스포솔라 전시회에서 만난 한 태양광 기업 관계자에게 2011년 시장 전망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돌아온 대답이다.

하지만 올해 2분기와 3분기의 태양광 실적은 ‘악몽’ 그 자체였다. 사이클을 타고 있는 초기 태양광 산업의 여건상 충분히 예측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느끼는 체감실적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유럽 각국의 태양광 보조금 지원축소와 맞물려 태양광 수요가 위축되고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생산능력 확장으로 인한 공급과잉 상황은 충분한 예측 시나리오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겪는 현실은 너무나 잔혹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끝이 아닌 것이 더 큰 문제다.

거대한 태양광 공룡으로 기세를 떨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의 대량공급과 저가공세는 잘 나가는 세계 유수의 기업들도 나가떨어지는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독일의 대표적인 태양광 기업인 큐셀의 눈더미같은 재정적자,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던 솔린드라 등의 파산선고, 중국의 태양광 원조격인 썬텍의 매물시장 등장, 그리고 국내 태양광 모듈의 역사를 썼던 경동솔라의 폐업선언 등은 관련 업계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는 결국 유럽 국가들이 세계 태양광 산업의 ‘블랙홀’로 불릴 정도로 태양광모듈을 빨아들이며 수요를 확대하자 세계 각국의 태양광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해 덩치를 키웠지만 최근 유럽발 금융위기로 인한 지원정책의 축소와 수요감소는 치명적인 공급과잉 사태를 불러왔다. 혹자는 2008년 말의 미국발 금융위기의 악몽이 되살아난 것 같다고 하지만 2011년의 유럽발 금융위기는 태양광 기업들의 덩치가 커진 만큼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어쨌든 당분간 공급과잉으로 인한 업체간의 피튀기는 가격경쟁 전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각종 전문기관들이 쏟아내는 자료들에 의하면 올해 들어서만 태양광 모듈가격이 35~40% 정도 하락해 와트 당 1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심지어는 모듈가격이 아닌 태양광발전 시스템 비용이 와트 당 1달러 이하로 떨어져야 진정한 의미의 그리드 패리티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가격하락은 태양광과 화석연료의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그리드 패리티를 앞당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업계에서는 태양광이 충분한 경제성을 갖춘 시기가 되면 태양광 르네상스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는 규모의 경제와 태양광의 수직계열화를 이루지 못한 국내 기업들이 지금의 ‘SOLAR WAR’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CIGS 박막으로 ‘블루오션’ 개척 나섰으나 결정질 가격하락으로 ‘예측불허’ 

결국 국내 태양광 기업들은 중국 정부로부터 막대한 연구개발비와 금융적 지원을 받아 저렴한 전력비용과 저임금으로 대량의 저가제품을 내놓고 있는 중국과의 차별화 전략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행은 힘든 비장의 카드로는 기술개발을 통한 고효율 제품 생산과 생산단가 감축을 통한 원가경쟁력 확보, 그리고 박막태양전지 기술개발로 다양한 응용제품 생산 등으로 압축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먼저 액션을 취한 것이 아직 세계 어느 기업도 성공하지 않은 ‘미개척지’ CIGS 박막태양전지의 양산화 기술개발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프랑스 생고방 사와 현대아반시스 사를 설립하고 충북 청원에 CIGS 박막태양전지 양산공장을 건설해 내년 1월부터 연간 100MW 규모의 CIGS 박막태양전지를 양산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기판사이즈 1,100×1,400mm에서 15% 이상의 효율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16년까지 400MW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지난 7월부터 삼성전자에서 태양광 사업을 이전 받은 삼성SDI는 2년 전부터 스퍼터링 증착기술을 활용한 CIGS 박막태양전지를 개발해 최근 기판사이즈 300×300mm에서 업계 최고 수준인 15.50%의 효율을 달성했으며, 2014년에 200MW 규모의 양산라인을 구축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도 파주에 120MW 규모의 양산라인을 지으면서 CIGS 박막태양전지 사업진출을 공식화한 LG이노텍은 600×1,200mm 기판에서 13%의 효율을 달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대기업들의 CIGS 사업 참여가 줄을 잇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플렉시블 CIGS 박막 태양전지 양산기술을 확보한 대양금속이 지난 8월 충남 예산에 25MW급 생산라인을 준공했다. 이 회사는 본격적인 양산기술을 확보해 내년에는 50~150MW의 생산라인을 추가 건설하고, 2016년까지 1GW 생산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지난 2009년 세계에서는 독일,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국내에서는 최초로 CIGS를 소재로 한 태양전지를 개발한 텔리오솔라는 최근 CIGS의 인라인형 대량생산 기술 특허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경기도 평택에서 R&D를 진행하고 있는 텔리오솔라는 조만간 30MW의 생산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은 시장점유율 90%에 육박하는 결정질 실리콘이 ‘대세’인 요즘, 결정질 대비 탁월한 가격경쟁력이 가장 큰 무기인 CIGS 박막태양전지로 ‘블루오션’ 개척에 나섰지만 롤러코스트를 타고 있는 결정질계의 가격하락으로 ‘장밋빛’ 미래를 담보할 수 없어 이미 투자에 나선 관련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물론 CIGS 박막태양전지는 결정질 태양전지가 절대 흉내낼 수 없는 몇 가지 장점들이 있다. 따라서 기존 결정질 시장이 아닌 가볍고 플렉시블한 특성을 살려 옷이나 가방에 부착할 수도 있으며, 둘둘 말아 휴대용이나 군용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또 투과형 BIPV 모듈은 창호 및 다양한 건축용으로도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즉 그리드 패리티 시대가 열리면 전자제품처럼 태양광도 다양한 응용제품의 활용도가 커질 것이므로 결정질 시장과는 차별화된 CIGS만의 시장이 열릴 것으로 관련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태양전지 기업들의 수직계열화는 ‘생존본능’

급격한 태양광 시장변화에 반응하는 태양광 기업들의 대응전략도 다른 듯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태양전지와 모듈로 분리되어 있던 계열사와의 합병을 추진하는가 하면, 태양전지만 고집하던 기업들이 태양광 모듈 제조에도 발을 담그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즉 태양전지 제조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태양광 모듈과 발전시스템 사업으로까지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 ‘무한경쟁’에 내몰리게 된 것이다. 

현대중공업, LG전자, 삼성전자는 애초 태양광 산업에 진입하면서 태양전지-태양광모듈-발전시스템까지 수직계열화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진행한 반면 그렇지 못한 기업들도 이제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9년 연산 50MW의 태양전지를 생산하며 태양광 시장에 진출한 STX솔라도 지난 4월부터 연산 50MW 규모의 태양광 모듈 생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내년에는 연산 150MW 규모로 생산량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태양전지는 현재의 60MW 규모에서 2011년 180MW 규모로 약 3배 가량 연간 생산량을 늘린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STX솔라는 2013년까지 모듈 200MW, 솔라셀 400MW 규모의 태양광 전문 업체로 성장한다는 중장기 목표를 수립했다. 신성솔라에너지도 태양광 모듈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연산 50MW의 태양광 모듈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신성씨에스를 흡수 합병해 급변하고 있는 태양광 시장에서 태양전지와 태양광 모듈, 시스템 사업의 통합을 통한 수직계열화를 확보해 수익성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태양전지 340MW, 태양광 모듈 50MW의 생산능력을 확보한 신성솔라에너지는 향후 모듈사업 강화를 위해 모듈라인을 100MW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대구공장에서 연산 200MW의 태양전지만 양산하던 미리넷솔라도 지난 7월 연산 30MW 규모의 태양광 모듈공장을 완공했다. 이번 미리넷솔라의 태양광 모듈 생산은 태양광발전 시스템 사업을 위한 포석으로, 태양전지-태양광 모듈-발전소 시공까지의 태양광 산업 수직계열화를 노리고 있다.


해외시장 진출 위한 정책금융 활성화 및 내수시장 확대 위한 태양광 FIT 부활 필요성 제기

현재 국내 태양광 시장에는 20여개의 태양전지 제조기업과 30여개의 태양광 모듈 제조기업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포함해 중소기업들이 태양광에 투자하고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앞으로 몇 개의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물론 이들 기업 중에서는 나름의 자구책 마련과 틈새시장 공략으로 선전하고 있는 기업들도 있지만 이들이 당장 목말라하는 것은 정부나 금융권의 현실적인 정책 및 금융지원이다. 자생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밑천’이 절실하다는 의미다. 구호로만 그치는 제2의 반도체 산업 육성이나 40조원 지원 운운할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설비를 증설하거나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열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국내 태양광 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초대형 금융지원과 같은 정책적 판단이 절실한 시점이다.

또한 내수시장 확대를 위한 정부의 노력도 너무 부족하다고 토로한다. 유럽발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내수시장 확대로 자국 기업들의 버팀목 역할을 해주는 중국이나 일본 등 주변 국가들의 사례에서도 잘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도 국내 보급사업의 추가 확대를 통한 내수시장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태양광 FIT의 부활을 요구하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이르면 2013년 경이면 태양광과 화석연료의 비용이 같아지는 그리드 패리티가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리드 패리티로 인해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 태양광 시장의 급속한 팽창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때까지 살아남아야 승자가 될 수 있다.

 

SOLAR TODAY 편집국 / Tel. 02-719-6931 / E-mail. st@infoth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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