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모듈 생존경쟁, 야생본능을 깨워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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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2.17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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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태 희 기자


지난 10월 국내 태양광 업계의 최대 이슈는 경동솔라의 휴업 소식이었다. 2004년 첫 태양광 사업 시작 이후 2008년 약 30배에 달하는 매출액 달성, 그리고 2009년 충북 음성에 60MW 모듈 생산 공장 준공식까지. 당시만 해도 이 회사의 발전 전략과 비전은 화려했고, 누구도 오늘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단 2년 만에 상황은 달라졌다. 관계자들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단지 경동솔라만의 문제라는 말이 아니다. 지금 시장 분위기라면 휴업 결정을 내는 기업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태양광 모듈 기업의 부도소식이 있기 전 미국에서는 솔린드라를 비롯해 에버그린솔라, 스펙트라와트 등의 회사들이 줄줄이 파산 신청을 냈다. 중국의 썬택 역시 M&A 시장에 매물로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불과 1~2년 전만 하더라도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서 소위 잘나가던 회사들이었다. 상황이 이러니 사업을 지탱하고 있는 기업들도 남일 같지만은 않다는 한숨 섞인 말들이 곳곳에서 들린다.

국내 태양광 모듈 기업들의 움직임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이들은 지금은 시장을 조금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관망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마치 세렌게티 초원에서 먹잇감을 노려보는 암사자처럼, 언제 전력질주하면 좋을지를 계산하겠다는 것이다. 2011년 하반기 태양광 시장은 그야말로 ‘위기’속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모듈 가격 하락 어디까지 가나

지난 10월 5일 결정질 태양광 모듈 가격이 와트당 1.12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올해 초 1.6달러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했을 때 무려 40% 이상 떨어진 가격이다. 물론 모듈 가격 하락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었다. 2009년 와트당 평균 3~4달러 대를 유지했던 모듈 가격은 해마다 하향곡선을 그리며 지금은 1달러 붕괴 직전에 와 있다. 업계는 이 1달러 선이 무너지는 것 역시 시간문제일 뿐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분석한다.

모듈 가격 하락의 가장 주된 요인으로 폴리실리콘과 같은 소재의 공급과잉을 꼽는다. 우리나라만 해도 올해 초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 사업에 뛰어들며 태양광 수직계열화를 갖추는 것에 열을 올렸다. 급격하게 늘어나는 폴리실리콘 공급은 자연히 셀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고, 자연히 모듈 공급과잉 현상을 불러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럽의 재정위기 사태가 불어오면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시장을 대표하던 유럽국가들이 경제상황이 안 좋아지자 연이어 태양광 관련 예산을 삭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기업들의 저가 모듈 공세가 한몫을 더해 지금의 상황을 가중시켰다. 국내 모듈 기업들은 하나같이 쌓여가는 재고 물량을 해결할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격하락은 그리드 패리티의 징조?

모듈 가격 하락에 따른 업계의 반응은 양분화 된다. 태양광 수요 감소에 따른 공급 과잉 현상이 앞으로 더욱 심해짐에 따라 이 같은 정체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지 미지수라는 입장과, 오히려 태양광발전 원가가 화석연료 발전원가와 같아지는 그리드 패리티의 도달 속도가 빨라져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는 비교적 긍정적인 입장이다.

실제로 태양광 시장의 그리드 패리티 도달 시점은 가까워질 예정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빠르면 2~3년 안에, 늦어도 2015년 안에는 그리드패리티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의 급격한 폴리실리콘 또는 모듈 가격 하락 속도를 봤을 때 어쩌면 지금 거론되는 시기보다 더 빨리 그리드 패리티가 올지도 모를 일이다.

문제는 그 때까지 국내 태양광 모듈 생산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만큼 현재 태양광 모듈 기업들은 매 분기마다 마이너스 영업이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중공업만 하더라도 올해 1분기 매출액이 1억3,700만달러였던 것이 2분기에는 단 7,500만달러에 그칠 정도로 급격한 매출 하락을 기록했다. 에스에너지 역시 1분기 매출액은 5,500만달러에 육박했지만 2분기에는 5.1% 하락한 3,840만달러를 기록했다. 올 초 기존의 태양전지 사업에서 모듈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한 신성솔라에너지 역시 상황은 이와 비단 다르지 않다. 1분기에 7,530만달러의 매출액을 달성시킨 신성솔라에너지는 영업이익률 -7.2%를 기록하며 2분기 매출액 4,300만달러에 그쳤다.

대기업들의 상황은 그나마 괜찮다. 소규모 생산능력을 가진 중소기업의 경우엔 상황이 더 열악하다. 원가경쟁력이나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추지 못한 기업들은 살아남기 힘들 정도가 됐다. 그야말로 생존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기업들

그렇다면 국내 태양광 모듈 기업들의 위기 속 돌파구는 없는 걸까. 최근에는 태양광 모듈 전문 기업들이 모듈 외에 소재나 발전사업 쪽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특히 해외시장에서 품질경쟁력을 일찌감치 인정받은 바 있는 에스에너지는 올해부터 시스템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 미국법인을 설립할 계획이 있으며, 이를 통해 시스템 비즈니스를 2015년까지 최소 30~40%까지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티앤솔라 역시 모듈 뿐 아니라 발전사업 쪽으로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용균 티앤솔라 대표는 “시장이 없다면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라”고 말한다. 즉, 모듈이 팔리지 않으면 모듈을 팔 수 있는 시장을 만들라는 것. 이를 실천하듯 티앤솔라는 지난 8월 이탈리아 서쪽 노바라 지역에 4.7kW 규모의 발전소를 완공하고 본격 상업 시운전에 들어갔다. 이밖에도 올해 안에 유럽과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중남미, 아프리카 등으로 발전 사업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발전사업과 모듈 생산을 함께 해왔던 에버솔라에너지는 백시트 쪽으로도 사업 영역을 넓혔다. 올해 초 모듈의 온도를 낮추고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신기술 백시트를 개발한 것. 이렇게 개발한 백시트를 자사의 모듈에 적용해, 이를 현재 건설 계획에 있는 발전소에 설치하겠다는 것이 에버솔라에너지의 계획이다.

이밖에도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는 대기업들은 물론, SDN, 한국철강과 같은 기업들 역시 모듈 생산뿐만이 아닌 발전 사업 외에 다양한 쪽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국내외 시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방법이 꼭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해답이라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불안한 상황을 피하거나 관망하는 자세가 아닌, 능동적이고 구체적인 움직임과 노력이 지금 태양광 시장에 절실한 때라는 사실이다.


날카로운 관찰과 분석, 그리고 적절한 타이밍

이렇듯 모두가 최악이라고 말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내실을 튼튼히 다져온 기업들은 주춤하지 않고 꾸준히 새로운 기술력과 사업 확장 및 투자로 건재함을 자랑한다. 고효율 모듈을 향한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다. 글로벌 시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모듈 기업 대표들에게 중국시장의 위협이 불안하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하나같이 입을 모아 ‘우리는 뛰어난 기술력이 있으니 자신있다’고 말할 정도다. 우리 시장은 비록 가격 경쟁력이나 규모의 경쟁력에서 중국 모듈에 뒤쳐질 수밖에 없지만 시장 상황이 상황인 만큼 수요는 고품질·고효율 모듈 쪽으로 기울고 있고, 때문에 고효율 모듈이 수요자들에게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바닥을 때려야 튀어 오를 힘이 생긴다고 한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도 한다. 태양광 업계의 관계자들은 현재의 태양광 시장이 오히려 위기이기 때문에 바닥을 치고 올라갈 제대로 된 힘이 지금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을 버티고 견디는 기업만이 앞으로 올 회복기를 맞이할 자격을 얻을 수 있으며, 지금이야말로 기업의 우수성을 점쳐볼 수 있는 좋은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이다.

사자의 사냥법을 배우려면 동물원이 아닌 세렌게티 초원으로 가야 한다. 사자는 사냥을 하기 전 먹잇감으로부터 단 1초도 시선을 떨어트리지 않는다. 그 눈빛에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찾아볼 수 없다. 먹잇감을 날카롭게 관찰하고 움직임을 분석했으면 적절한 타이밍에 튀어 올라 급소를 노린다.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도 사자의 야생 본능을 일깨워야 할 때다.

 

SOLAR TODAY 편집국 / Tel. 02-719-6931 / E-mail. st@infoth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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