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후보 선출 ①] ‘대선 재수의 길’ 권력의 문 앞에서 다시 서다
  • 성기노 기자
  • 승인 2025.04.2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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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권주자 중 돌파력, 추진력, 권력의지 등은 '원톱' 평가 '집념의 사나이'
각종 현안 이해도, 이슈 파악 능력도 참모들 자료 없이 토론 가능한 '정책 리더십'
대선 패배-단식-체포동의안-피습-비상계엄-선거법 무죄 등의 역경에 '천운'이 살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후보가 2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수도권·강원·제주 경선 및 최종 후보자 선출 대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후보가 2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수도권·강원·제주 경선 및 최종 후보자 선출 대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4월 27일 6·3대선 민주당 후보로 최종 선출됐다. 이 후보는 4차례에 걸쳐 진행된 권역별 순회경선 결과 최종 득표율 89.77%로 결선투표 없이 본선행을 확정했다.

이 후보는 1987년 민주화 이후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치러진 경선 중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 대선 본선의 ‘압도적 승리’ 기틀을 확실히 다졌다. 지금까지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민주당 대선 후보는 1997년 15대 대선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이 얻은 78.04%였다.

이미 예견된 대선후보 경선이었지만 민주당원들은 예상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이재명 후보를 밀어주며 ‘압도적인 신뢰’를 보내주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 계열 대선 후보 가운데 가장 강력한 인물이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이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행정부 장악과 함께 170석 ‘거대 여당’ 민주당이 주도하는 입법부도 ‘통할’하는 가장 강력한 지도자가 되는 셈이다.

이재명 후보가 지난 20대 대선 패배에 이어 이렇게 또 다시 재도전의 길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세 가지의 ‘동력’이 있었다. 먼저 이재명 후보는 한국 정치인 중에서 가장 돌파력과 추진력이 뛰어난, ‘집념의 사나이’라는 타이틀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이 후보의 정치 야심과 집념은 어릴 때부터 그 ‘싹’이 보였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최근 펴낸 책에서 어린 시절을 기록한 대목의 첫 문장을 ‘나의 어린 시절은 참혹했다’고 쓸 정도로 가난과 불우한 가정환경을 이겨낸 인물이다. 개천에서 아직도 용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흙수저 대표주자’가 증명한 셈이기도 하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지난 2017년 2월 8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이재명의 굽은 팔' 출판 간담회에서 출간 소감을 밝히던 중 소년공 시절 사고로 굽은 왼쪽 팔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지난 2017년 2월 8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이재명의 굽은 팔' 출판 간담회에서 출간 소감을 밝히던 중 소년공 시절 사고로 굽은 왼쪽 팔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어머니는 경기도 성남의 시장통 공중화장실을 청소하고 휴지를 팔아 번 돈으로 생계를 유지했고, 가족은 시장에서 버린 썩은 과일로 배를 채우며 살았다고 한다. 그는 자신을 괴롭혔던 가난을 원망하거나 좌절하는 도피처로 삼지 않고 오히려 이겨내고 넘어야 할 ‘극복의 대상’으로 삼았다.

어릴 때부터 다져온 삶에 대한 집념과 오기는 정치를 할 때 시련과 불운이 닥쳐도 반드시 돌파해야 할 ‘벽’으로 보았다. 아직 대선 본선이라는 거대한 벽이 남아 있지만 이재명 후보가 지난 대선 패배의 충격을 딛고 다시 재도전의 자리에 우뚝 선 것만 해도 지금까지 그 어떤 대선 후보도 해내지 못한 ‘실적’을 낸 것은 사실이다.

그는 20대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이로 아깝게 패배한 후 일체의 ‘휴지기’가 가지지 않고 곧바로 당에 복귀했다. 대선 패배 책임론이 분출했지만 2선으로 물러날 경우 당시의 리더십으로는 대권 재수를 장담할 수도 없었다.

이 후보는 대선 패배 직후 당 총괄선대위원장으로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이끌었다. 동시에 자신은 송영길 당시 민주당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하고자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을 비우고 떠나자 그곳의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1978년 야구 글로브 공장인 '대양실업' 소년공 시절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모습. 그해 4월 말 고입 검정고시학원에 등록해 8월 합격했다. /사진=이재명 후보 제공
1978년 야구 글로브 공장인 '대양실업' 소년공 시절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모습. 그해 4월 말 고입 검정고시학원에 등록해 8월 합격했다. /사진=이재명 후보 제공

민주당의 한 전략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 후보가 대선 패배 뒤 ‘즉각 복귀’한 것이 오늘의 압도적 대선 후보의 첫 번째 기틀을 다진 것으로 본다. 그때 두눈 딱 감고 당으로 다시 복귀하지 않았다면 대선 패배 책임론에 휩싸여 계속 궁지에 몰렸을 가능성이 있다. 당내 권력구도 상 유력한 대권 경쟁자가 없었다는 이유도 있지만 조기 복귀는 대세론에 탄력을 주는 첫 번째 트리거가 된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당시 조기 복귀를 결행한 배경은 돌파력과 집념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웬만한 비난과 공격에 대해서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 투쟁력도 있었다. 그 결과 2022년 8월 당 대표로 선출됐고 대선 주자면 으레 거쳐야 한다는 단식도 대표 취임 1년을 맞아 결행하기도 했다.

그리고 검찰이 두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해 2023년 9월 23일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돼 큰 정치적 위기를 맞았으나 9월 27일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며 다시 한번 벼랑 끝에서 살아남았다. 지난해 1월 2일에는 부산 가덕도신공항 부지 방문 도중 목에 칼을 찔리는 습격을 당했지만 또 생존했다.

이 후보는 경동맥을 아슬아슬하게 비켜 나가 목숨을 건진 뒤 이끈 총선에서 야권의 압승을 견인하며 대권주자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다졌다. 그리고 12·3 비상계엄 당시 국민들에게 ‘국회로 모여달라’며 위기대응 능력을 보여주었고 야당 대표로서 계엄 해제 요구 안건을 진두지휘했다.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고 공직선거법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으며 마침내 조기 대선의 ‘재수’ 길에 올랐다. 사실상 이 후보에게는 마지막 도전이 되는 셈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3년 9월 21일 오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박광온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3년 9월 21일 오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박광온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대선 패배-단식-체포동의안-피습-비상계엄-선거법 무죄 등 웬만한 대선 후보가 한 두 번 겪었을 ‘대사변’을 이 후보는 2022년 이후 지금까지 해마다 겪으며 오늘에 이르렀다. 웬만한 권력의지와 집념, 돌파력이 몸에 배 있지 않으면 이뤄내기 힘든 역정이었다. 이런 역경을 거치면서 ‘비주류’였던 이 후보는 민주당과 완전히 한 몸이 됐고 그 결과가 이번 경선의 압도적 지지로 나타난 것이다.

이 후보가 다른 대권주자들과 비교해 또 다른 장점으로 내세우는 것은 바로 정책과 각종 현안에 대한 이해도와 분석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이는 정치인이 갖춰야 할 정책 입안 능력과 핵심 의제를 분별하는 상당히 중요한 ‘정책 리더십’이 된다.

이번 국민의힘 2차 경선에서 홍준표 후보가 한동훈 후보의 질문에 대해 보여준 ‘정책 능력’은 제로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많다. 홍 후보는 25일 국민의힘 2차 경선 맞수토론에서 ‘저서에서 현물 ETF를 도입해야 한다고 썼는데, 취지가 무엇인가’를 묻는 한동훈 후보의 질문에 “모르고 썼다”고 얼버무렸다. 이것이 대권 주자들의 정책 능력 수준이다.

이에 비해 이재명 후보는 경제현안이나 복지 문제 등 웬만한 이슈에 대해 자료 없이 토론이 가능하다. 참모들이 주는 원고를 읽는 수준이 아니라 각종 정책 현안에 대해 그 핵심을 머릿속에 꿰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런 능력도 이재명 후보가 대선 패배 이후 각종 사법 리스크와 여권, 검찰의 이중공격에도 버텨나가는 원동력이 되었다. 민주당원들이 이재명 후보의 정책적 ‘지휘’ 능력과 그 리더십만은 인정해주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당대표 시절이던 2024년 1월 2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가덕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뒤 왼쪽 목 부위 피습을 당해 바닥에 누워 병원 호송을 기다리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당대표 시절이던 2024년 1월 2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가덕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뒤 왼쪽 목 부위 피습을 당해 바닥에 누워 병원 호송을 기다리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마지막으로 이재명 후보를 논할 때 ‘운’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후보는 지난해 1월 흉기에 피습돼 병원에 실려간 뒤 “칼이 경동맥 바로 앞에서 멈췄다. 살 수 있는 몇 안 되는 경로였다”는 의사 소견이 나왔다. 불과 몇 cm의 셔츠깃이 막아주지 않았다면 이재명 후보는 지금 이 자리에 없을 것이다.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기습 선포한 뒤 특전사 헬기가 조금만 더 일찍 도착했더라도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와 이재명 후보의 ‘월담’은 수포로 돌아갔을 것이고 지금쯤 감금되거나 쥐도 새로 모르게 ‘처치’됐을 수도 있었다. 또 다시 ‘죽음의 강’을 건넌 것이다.

검찰의 ‘사법 살인’에 대해서도 체포동의안 가결에도 사법부의 ‘방패막이’로 살아남을 수 있었고 공직선거법 2심에서도 무죄라는 극적인 반전 덕분에 검찰의 칼날을 피할 수 있었다. 이재명 후보가 지난 2022년 대선 패배 이후 자신의 길을 되돌아본다면 고비고비마다 천운의 자락이 깔리지 않았던 곳이 없었다고 느낄 만큼 고난과 역경의 길이었다.

하지만 이제 마지막 남은, 단 하나의 고비가 있다. 지금으로선 지지율 50%의 벽마저 넘으며 압도적 유력주자로 등극해 있지만 막상 선거가 닥치면 표심이 또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천운도 반복되면 필연이 된다. 이재명 후보의 억센 천운과 기운은 과연 6월 3일 마지막 남은 괴력을 뿜어낼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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