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때 '김문기·백현동 발언'으로 2022년 9월 기소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3심까지 이어진 재판 끝에 기소 2년 8개월 만인 1일 유죄 취지로 결론 났다.
대법원이 6.3 조기 대선을 앞둔 유력한 야당 대선후보에게 무리하게 유죄 '판결'을 하지 않을 것이고 무죄가 날 것이라는 예상이 일반적이었지만 대법원은 다수의견 10명의 결과로 이재명 후보에게 유죄 취지 파기환송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서울고법은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이 후보 사건을 다시 재판해야 한다.
사실 이 선거법 재판은 검찰과 이 후보 측의 치열한 공방과 이 후보의 단식 등으로 1심 선고에만 2년 2개월이 소요됐지만 2심은 상대적으로 속도를 내서 4개월 뒤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대법원 3심은 이전의 2번 재판 때와는 달리 가장 빠른 속도로 결론을 내버렸다. 그 결과 예상을 거듭 뛰어넘는 속전속결로 심리를 진행해 이 후보는 21대 대선을 목전에 두고 유죄 취지 판결을 받아 들게 됐다.
대법원은 특히 지난 3월 26일 2심에서 무죄판결이 선고된 이후 36일만에 상고심 선고까지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매듭지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 사건이 배당된 지난달 22일 직권으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당일 곧바로 합의기일을 진행하는 등 '속도전'을 주도했다.
이 같은 신속한 상고심 진행과 관련해서는 조 대법원장이 취임 초부터 강조한 6·3·3' 원칙을 준수하고 대선 시기 사법부의 정치개입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6·3·3 원칙'은 선거법 사건 재판은 1심 6개월, 항소심 3개월, 상고심 3개월 안에 끝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규정이고, 선거법상 후보 등록일이 지나면 정당은 설령 후보자가 사퇴하더라도 다른 후보자를 등록할 수 없기 때문이다.
6·3·3 원칙은 임의규정이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강행규정이지만 어길시 처벌 조항이 없고 법원 실무상 여러 이유로 사실상 준수되지 않아왔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도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신속한 상고심 진행에 관한 질문에 "작년부터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해서는 법에 정해진 취지를 법관들이 준수하자는 운동을 저희가 많이 벌이고 있다"며 "거기에 사안의 시급성과 성격을 토대로 해서 재판부에서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21대 대선 민주당 후보였던 2021년 12월 방송에 출연해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고 발언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서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등은 이런 발언을 한 이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이 후보는 대선 패배 이후인 2022년 9월 8일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검찰과 변호인의 공방이 길어지면서 선고까지 이례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는 그해 10월 18일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고, 4차례 준비기일을 거쳐 2023년 3월 3일 첫 정식재판이 시작됐다.
격주 금요일 열린 재판에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황무성 공사 초대 사장, 고 김문기씨의 아들 등 수십명의 증인이 출석했다.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던 이 재판은 2023년 9월 이 후보의 단식과 구속영장 청구 등으로 두 차례 기일이 미뤄졌다.
그해 10월에는 이 후보가 국정감사 참석을 사유로 재판에 불출석해 재판이 연기되거나 이 후보 없이 진행되기도 했다. 작년 1월에는 사건을 심리해온 재판장이 갑작스레 사표를 내며 재판 지연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이후 새로 구성된 재판부는 작년 9월 20일 결심공판을 거쳐 11월 15일 1심에서 이 후보에게 당선무효형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은 서울고법이 우편으로 보낸 소송기록접수통지서가 두 차례 '이사불명'(현재 주소를 확인할 수 없음) 등의 이유로 송달되지 않다가 지난해 12월 18일 인편으로 이 후보의 국회의원회관 사무실 등에 서류를 전달하면서 본격화됐다.
서울고법 형사6부는 올해 1월 23일 첫 공판을 열고 한 달 뒤인 2월 26일을 결심공판을 하겠다고 예고하며 신속한 심리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증인도 단 3명만 채택하고 증인신문 시간 역시 1시간 30분으로 제한하며 속도를 냈다.
고법 재판부는 예고대로 2월 26일 결심공판을 열었고 1심 선고 이후 4개월째인 3월 26일 무죄 선고를 내리면서 2심을 매듭지었다.
이 후보가 2심 과정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하며 재판 지연 우려가 나왔지만, 재판부는 이에 대해선 기각·각하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전 국민의 이목이 쏠린 상황에서 전례 없는 속도전 끝에 상고심 접수 한달여 만에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답변서 제출 기한이 끝나자마자 지난달 22일 사건을 소부에 배당했다. 그러나 다시 즉각 전원합의체 회부 결정을 내리고 당일 오후 곧바로 합의기일을 열어 첫 심리를 진행했다.
이틀 뒤인 24일에는 2차 전원합의 기일을 열어 사건 쟁점에 관해 심리하고 곧바로 표결해 결론을 내린 뒤 판결문 작성 단계에 들어갔다.
2년 8개월에 걸친 심리 끝에 대법원이 이날 이 후보에게 유죄취지 판결을 선고하면서 이 후보는 대선 행보에 돌발 변수를 떠안게 됐다.
그런데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왜 유독 이재명 후보의 선거법 위반 재판에 대해서만 무리하게 서두른다는 인상마저 주며 급속도로 재판을 진행했는지에 대한 의구심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법의 정치화라는 공방이 확산하는 가운데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속도전을 벌인 배경과 이유에 대해 민주당은 '명백한 정치 개입'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대법원이 대통령 탄핵 판결로 그 '정치적 위상'이 수직상승한 헌법재판소의 질주에 대해 견제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헌재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에 지대한 공을 세우며 국민적 성원과 지지를 한몸에 받자 상대적으로 사법부의 최고대표기관인 대법원의 위상과 존재감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민주당의 한 전략 관계자는 격앙된 목소리로 "대법원이 헌재에 '밀린다'는 인상을 받은 것에 대해 법관 최고의 프라이드를 가진 대법원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이례적으로 대통령선거라는 정치의 최대 이벤트를 바로 목전에 두고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에게 '유죄 프레임'을 씌워 사실상 사법린치를 가한 것이다. 민주당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대법원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해 강력하게 저항하고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