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읽기] 탄핵당한 윤석열, 또 대선 개입…"극우세력에 얹혀 정치생명 구걸중"
  • 성기노 기자
  • 승인 2025.06.0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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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3일 앞두고 전광훈 주도 극우세력 집회에 '김문수 지지' 메시지
합리적 보수층에 외면 당한 뒤 태극기 부대밖에 기댈 곳 없어 '구애중'
내란죄 유죄 이후 극우 세력에 얹혀 사면, 복권 위한 '정치적 빌드업'
지난 3월 8일 석방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경호 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6.3 조기대선을 사흘 앞두고 또 다시 선거에 개입해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그는 지난 5월 31일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에게 힘을 몰아달라"고 말하는 내용의 호소문을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서울 광화문 주말 집회에서 '대리인'을 통해 공개했다.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의 5월 31일 집회에서 이동호 전 여의도연구원 상근부원장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나라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6월 3일 투표장에 가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에게 힘을 몰아달라"는 내용의 열 전 대통령 호소문을 대독했다.

대독된 이 호소문에서 윤 전 대통령은 "지난겨울 자유와 주권 수호와 탄핵 반대를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혼신을 다해주신 국민과 청년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지금 이 나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기회를 놓치면 너무 많은 시간과 희생을 치러야 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정상 국가의 회복이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한마음 한뜻으로 용기를 내고 힘을 합치면 자유와 주권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호 전 부원장은 이와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어제 문자메시지로 전광훈 목사 측에 호소문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17일 국민의힘을 탈당하며 "김문수 후보에게 힘을 모아달라"고 메시지를 낸데 이어 이번이 두번째 '김문수 지지 호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5월 21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 관람 도중 계엄령 선포 장면이 나오자 관람객의 박수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한 지난 5월 21일에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시사회에 참석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대선을 앞두고 검증되지도 않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관한 영화 시사회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전직 국가 원수로서 무책임한 극우 선동 행위라는 비판이 거셌다. 

그런데 이번에는 극우 세력을 이끌고 있는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 주도 광화문 주말 집회에 또 다시 김문수 지지 메시지를 내놓았다. 자신의 페이스북이 아니라 극우 성향 소수 지지자들의 집회에 메시지를 '대리 낭독'케 했다는 점에서 윤 전 대통령의 극우 친화적 행보를 엿볼 수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돌연 비상계엄을 선포해 탄핵까지 당한 상황이다. 그리고 현재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식적인 헌정 파괴 '정치'로 6월 3일 조기대선까지 실시되는 상황에서 특정 정치 세력만을 위해 메시지를 내는 것에 대해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의 대선 기간 동안 일련의 움직임은 단순한 선거 개입을 넘어 자신을 극우 진영의 새로운 상징이자 대표로 ‘재정립’하려는 정치적 리포지셔닝이다. 

윤 전 대통령은 탄핵 뒤 내란죄 재판에서도 법정 최고형 등을 받게 되면 사실상 정치적 폐족이 된다. 하지만 태극기 부대 등과 같은 극우 강성 지지층들이 충성스러운 동행을 해줄 경우 자신의 정치 생명도 연장할 수 있다. 

지금으로선 윤 전 대통령이 기댈 정치적 뒷배는 태극기 부대와 같은 극우 세력밖에 없다. 비상계엄과 탄핵을 거치면서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보수 세력은 이미 윤 전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 

윤 전 대통령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소수의 극우 세력과 손을 잡고 정치적 행보를 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 향후 내란죄 재판에서 최악의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것을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극우 세력 전체의 문제로 치환해 공동대응할 명분이 생기는 것이다.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3월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 도착, 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전 대통령은 탄핵으로 정치적 생명이 끝났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정치 무대에서 스스로 퇴장할 생각이 없다. 그가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로서 끊임없이 대 국민 메시지를 발산하고 '구국의 메시아'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은 실제로 그가 자유와 주권에 대한 소신이 있어서가 아니라 내란죄 유죄 뒤 사면을 받기 위한 일종의 '정치적 빌드업'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을 사실상 출당시켰다며 관계 절연을 외치고 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들은 거의 없다. 현재 국민의힘에는 권성동 윤상현 같은 내란동조세력이 여전히 당의 주류로 활개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은 대선 패배 뒤 일어날 보수세력의 정계개편 과정에서 태극기 부대를 앞세워 확실한 정치적 지분 확보에 나서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 등의 친윤계와 어떻게 관계 설정을 할지는 대선 득표율이 '격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김문수 후보가 참패하게 될 경우 국민의힘은 공중분해될 가능성이 높다. 

김 후보가 선전해 국민의힘이 그럭저럭 유지된다면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도 어느 정도 유지시킬 수 있다. 하지만 회생 불능의 대참패로 끝날 경우 윤 전 대통령은 태극기 부대 등과 손을 잡고 보수세력 정계개편의 한 축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의 비윤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이 자신의 헌정 파괴 행위로 촉발된 조기 대선 국면에서 자중과 반성을 해도 모자랄 판에 광화문 극우세력에게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선거에 개입하려는 것은 파렴치의 극치다. 또한 대다수 국민들의 비판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극우세력 등에 얹혀 자신의 정치생명을 구걸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윤석열은 국민들의 '책임 정치'에 대한 마지막 기대마저 끝내 외면한 채 대선 판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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