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로봇의 시대는 올 것인가
  • 월간 FA저널
  • 승인 2011.09.2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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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리서치 김경환 대표

지난 칼럼에서는 신체를 가진 로봇, 즉,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에게 행동 지능을 부여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다소 어려운 문제라고 언급했었다.


그렇게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을 자율적으로 인식하고 판단내리는 것도 어렵지만, 내려진 결정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또 다른 어려움이다. 예를 들어, 로봇이 테이블에 놓인 접시에서 먹음직스러운 사과를 고르는 것도 어렵지만, 사과를 잡기 위해 로봇 팔을 뻗어 기계손으로 안전하게 잡아 자기 입에 가져가는 일련의 동작도 매우 어렵다. 로봇 지능이 어려운 것은 인지지능과 행동지능이 결합돼야만 작업 수행이 가능한 일이다.


클라우드 로봇

최근 IT 분야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단어가 클라우드(Cloud)다. 웹상에서 데이터를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어디에서나(유비쿼터스)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거대한 구름(클라우드)과 같은 웹에 접속해 정보를 자유롭게 꺼내 쓸 수 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 특히 클라우드 컴퓨팅은 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다수의 고객에게 높은 수준의 자원(소프트웨어, 스토리지, 서버, 네트워크 등)이나 서비스를 염가에 제공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러한 클라우드의 개념이 로봇 분야에서도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모터, 센서 등 로봇의 각종 자원을 분산적으로 제어하고자하는 아이디어(분산제어)를 시작으로, 1990년대 일본 동경대에서는 Remote Brain(원격 지능)이라 해서 로봇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해 휴머노이드를 가볍게 만들고, 방대한 데이터 처리를 원격의 PC에서 무선제어하려고 했다. 그때는 무선통신 연구의 초창기라서 원격지능의 역할도 보행 패턴을 만든다거나 팔을 제어하는 정도의 모션 수준이었다.


한편, 서비스 로봇은 제조업용 로봇과는 달리 인간과 같은 환경 속에서 행동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로봇에게는 오지와도 같은 어려운 환경을 로봇 위주로 바꾸자는 것이 공간 지능화(Intelligent Space)의 개념이다. 로봇의 효율적인 주행을 위해 로봇의 현 위치나 인간의 상태를 계측해 네트워크로 로봇에게 알려주거나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2005년부터 구 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이러한 네트워크 기반 로봇이나 유비쿼터스 로봇이 성행한 바 있다.


구글의 클라우드 로보틱스

최근에는 구글에서 투자한 로봇전문기업인 Willow Garage사가 환경인식이나 물체 조작과 같은 방대한 처리 능력이 요구되는 서비스에, 구글의 클라우드 환경을 활용하는 ‘클라우드 로보틱스’의 개념을 소개해 주목받고 있다. 통상 로봇이 사람과 생활공간을 공유하며 서비스를 제공할 때, 스스로 환경을 이해하고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며 작업을 수행하기는 어렵다. 클라우드 로보틱스에서는 로봇이 웹상의 자원을 이용해 복잡한 작업 수행에 필요한 정보를 저장하고 검색한다. 예를 들어 로봇이 얼굴 영상으로 누군가를 알아보기 위해 방대한 얼굴 데이터베이스를 뒤져야 하는 경우에는 로봇이 갖고 있는 자원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경우 대용량 서버와 네트워크 카메라를 활용하면 더욱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상을 찾을 수 있다. 또한 자신이 돌아다니는 주변의 지도 정보나 환경에 대한 특징을 웹상의 저장 공간에 기록해두면 로봇 주행이나 작업에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이렇듯 다양한 클라우드에 정보를 담아두고 로봇이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바로 클라우드 로보틱스다.



[그림 1. 기존과 클라우드 로봇의 차이(NT 리서치의 RoMAN(좌)).]


기존 로봇과 클라우드 로봇 차이

그림 1은 기존의 로봇과 클라우드 로봇의 차이를 나타낸다. 기존 로봇이 주인의 명령과 환경 인식을 스스로 해내려는 자율형인데 비해, 클라우드 로봇은 많은 부분을 웹상의 외부 서버와 상의하며 해결하려는 의존형이다. 자율형 로봇보다 서버 의존형 로봇이 좋다는 것일까? 머리를 밖에 두고 다니는 로봇을 지능적인 로봇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우선 기존의 로봇을 충분히 자율적으로 만드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인간의 의도를 알아내는 HRI(Human-Robot Interaction)나 환경 인지에는 방대한 데이터 처리 능력이 필요하다. 환경이 복잡해지고 인간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자연스러워질수록 데이터 처리 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러면 로봇에 내장된 제어용 PC 성능이 좋아야 하는데 탑재용이라 한계가 있다. 클라우드 로보틱스에서는 싸고 가벼운 PC를 로봇에 내장하고 네트워크상의 원격 뇌에는 어마어마한 성능의 컴퓨터를 둘 수도 있다. 물론 슈퍼컴퓨터는 혼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로봇과 공유하는 뇌다. 로봇 내장의 제어용 PC에는 기본적인 모션 제어나 장애물 회피 등 필수적인 작업만 처리하고, 복잡한 모션 생성, 환경 인지, 지식 검색은 외부의 원격 뇌에게 맡긴다. 네트워크가 불의의 사고로 불통이 된다면 로봇도 먹통이 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내장 PC의 처리 부담이 크게 덜어지니 내장 배터리도 오래 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내장 PC의 성능은 동일한데 원격 뇌의 성능이 데이터 센터에서 업그레이드돼, 로봇도 모르는 사이에 더욱 똑똑해지고 로봇 서비스의 질도 향상될 수 있다.


클라우드 로봇의 또 다른 장점 중 하나는 로봇을 제어하고 환경을 인지하는 제어체계나 지식 데이터베이스가 표준화된다는 점이다. 스마트 폰에서도 안드로이드 OS와 같이 널리 보급된 개방형 모바일 OS가 있으니까 많은 사용자들이 앱을 만들어 올릴 수 있다. 그동안 로봇에서는 이러한 표준적인 제어체계나 지식 데이터베이스가 심각하게 연구되지 않았다. 모두들 각자의 연구실에서 열심히 지능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고 제각각 다른 형식의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해왔다. 그러나 클라우드 로봇에서는 분산적인 원격 뇌에서 제어 체계와 데이터베이스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표준화가 진행될 수 있고 표준은 여러 개발자들에게 공개돼 많은 사람들이 앱을 만들어 올릴 수 있다. 로봇이 이용하는 지식 데이터베이스가 이전보다 쉽게 확장될 수 있다.



[그림 2. 클라우드 로봇의 가사 서비스 실험 장면(Willow Garage의 PR2 로봇).]


로봇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

로봇에 클라우드 컴퓨팅을 구현하려면 서버 의존적인 로봇 플랫폼이 필요하다. 현재는 그림 2와 같이 미국 Willow Garage사에서 만든 PR2 등 사용 가능한 로봇 플랫폼이 제한적이다. 생태계에 다양한 동물이 존재하듯이 로봇 또한 다양한 작업에 특화된 여러 형태를 갖추고 있다. 다양한 로봇이 존재하는 것은 연구자들의 기호만이 아니라 로봇이 처리하는 작업이 그만큼 다양하기 때문이다. 로봇 플랫폼의 보급과 표준화에는 시장의 원리를 따른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로봇 본체의 표준화와 더불어 로봇을 구동하는 운영체계(OS)도 표준화돼야 한다. 이것이 구글 같은 검색엔진과 모바일 OS 회사가 로봇 사업에 참여하는 이유인데, 조기에 로봇 운영체제와 로봇 서버 사업을 주도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한다. 아울러, 로봇에게 필요한 지식을 어떻게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할 것인지, 관리할 것인지, 꺼내 쓸 것인지 하는 문제도 있는데, 데이터베이스의 사용자가 인간이 아니라 로봇이기 때문에 쉽지는 않은 문제다.


클라우드 로봇의 기대

로봇 전문가들이 클라우드 로봇 PR2를 주목하는 이유는 스마트폰의 생태계와 닮아있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 빈약한 사양의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발표됐을 때, 뛰어난 사양의 기존 제품이 대세였음에도 몇몇 IT 전문가들은 이 새로운 기술이 시장의 지각변동을 선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개방성, 확장성, 사용 편이성을 갖춘 발전 가능성이 높은 모바일 OS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로봇 분야에서도 이제 걸음마 단계의 클라우드 로봇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육중한 로봇 저편에 강력한 원격 뇌가 있으며, 이 기술이 진화를 거듭한다면 대망의 로봇 지능이 구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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