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지난해 말부터 3D CAD를 이용해 디지털 팩토리를 구현해왔다. 이와 함께 3D CAD의 표준화 작업도 함께 진행했다. 기존에는 단위 부서 차원에서 진행하던 것을 전사적 차원으로 확대해 적극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CAD/CAE 시스템 운영을 담당하고 있으며, 디지털 팩토리 구현과 3D CAD 표준화 작업에 참여한 이수균 대리를 만나 어떤 효과를 봤는지 들어보았다.
포스코 디지털 팩토리의 의미는?
디지털 팩토리는 말 그대로 공장을 디지털화한 것이다. 가상의 공장이라고도 할 수 있다. 3D를 구현하는 순서는 어느 기업이던지 동일하다고 본다. 맨 처음에는 종이 도면을 2D로, 그리고 이를 3D화하는 것이 이어진다. 여기까지가 1차 단계라고 볼 수 있다. 포스코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3D화한 것을 활용해야 했다. 단순한 3D는 돈만 낭비할 뿐이지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제철소의 경우 새롭게 공장을 세우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3D 데이터를 활용해서 이를 보다 쉽게 진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사전에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을 진행 중이며 이는 앞으로 나가야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시뮬레이션을 통해 정비를 하기 전에 사전에 어떻게 분해 및 조립을 할 것인가, 인원은 몇 명이 필요한지, 크레인은 무게중심을 잡기 위해 어떻게 줄을 걸어야 하는지 등 세세한 부분까지도 사전에 검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정비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또한, 제철소 현장에는 다양한 회사, 연구소 등 무수히 많은 관련 인력들이 투입된다. 만약 그 사람들이 현장지식이 없으면 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이 높다. 제철소는 고열, 분진 등 위험요소가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3D화가 진행되면 그런 부분에 대해 사전에 훈련이 가능하다.
이처럼 3D화를 통한 디지털 팩토리 구현은 시뮬레이션의 용도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모델링이 완성되면 취약설비에 대한 CAE도 연결이 가능하게 된다.
디지털 팩토리 구현에 사용된 제품은?
오토데스크 인벤터 제품이다. 오토데스크 제품이 친숙하고, 뛰어난 랜더링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그동안 사용했던 데이터와 호환성을 갖춰야했다. 나는 플로피 디스크 3장으로 구성된 오토캐드 7 또는 8 버전부터 사용하면서 관련된 일을 시작한지 20년이 넘었다. 그만큼 해당 제품에 익숙하다고 할 수 있다. 당시 도스나 윈도에서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온 CAD는 손에 꼽을 정도다. 오토캐드도 그 중 하나다. PC 환경에서 오랫동안 사용되면서 노하우가 쌓여왔기 때문에 가장 가볍게 잘 구동되서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벤터는 어떤 제품보다도 랜더링 기능이 뛰어나서 그림이 잘 나온다. 그런 부분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했다. 게다가 2D에서 3D CAD로 넘어가면서 오토캐드 사용자들은 자연스럽게 데이터 호환 때문에 인벤터로 넘어갔다. 기업 차원에서 중요한 점이기 때문이다.
물론 포스코에서는 타사 제품도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가 그럴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다. 전문 설계 업체는 아니지만, 외부에서 설계된 데이터를 받아서 관리, 활용하는 입장인데, 전 세계에서 설비를 구입하기 때문에 다양한 도면이나 설계 데이터가 함께 들어온다. 그래서 모든 데이터를 완벽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관련 제품을 1~2개 정도는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다양한 제품을 보유하고 있지만, 주력으로는 오토데스크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관련 작업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6년 전부터 시작은 했으나 당시에는 본격적으로 추진하지는 못했다. 비용도 많이 들고, 경영진의 관심이 있어야만 가능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지난해 말부터 3D CAD를 표준화시키고, 교육 및 활성화하라는 CEO의 지시가 있은 후에는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됐다. 그 전에는 부서 차원에서 추진하다가, CEO 지시 후에 전사 차원으로 확대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디지털 팩토리 구현을 지시한 이유가 뭐라고 보나?
포스코는 글로벌하게 많은 사업을 하고 있다. 최근에만 해도 인도 제철소 추진, 인도네시아 종합제철소 공사 등을 추진했다. 이런 글로벌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들이 3D화, 표준화 되지 않으면 사업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서 했다. 소프트웨어 표준화, 3D화를 해서 나중에 어느 지역에 무슨 공장을 세워도 네트워크만 있으면 데이터를 받아서 공장을 건설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디지털 팩토리 구현 후 어떤 효과를 봤나?
가장 눈에 띄는 효과는 2D CAD를 사용했을 때는 도면에서 실수를 잡아내기 참 힘들지만, 3D CAD를 사용하면 바로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제작을 하기 전에 사전에 제작 미스를 거의 잡을 수 있다. 3D 모델링해서 조립 등을 해보면 이 부분이 맞는지 바로 체크가 가능하다. 특히 포스코는 대형 장치가 상당히 많다. 이는 제작에 보통 몇 달 이상이 소요되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확실하게 줄일 수 있다. 특히, 신속하게 설계해서 제작하는 부분이 있으면 에러가 많이 발생하는 편인데, 3D로 설계하면 그런 부분의 실수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사전 검증의 위력은 대단하다.
구현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사실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우리는 일반 제품을 만드는 회사와는 다르기 때문에 이해관계자들이 많지가 않아 어려운 것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PLM 솔루션 등을 도입하는 경우 이해관계자들이 많아서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허나 우리는 설계 담당 부서에서 결정이 나면 거의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다. 기술적으로도 공급사인 오토데스크의 훌륭한 지원을 받았다.
특히, 어려운 점이 많지 않았던 이유는 포스코가 이런 일을 하는데 능숙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포스코는 설비 자동화 등에서 거의 시초라 할 수 있다. 이미 20~30년 전부터 설비 자동화를 해왔고, IT 투자를 많이 진행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어려운 부분은 없었다.
데이터 표준화의 진행과정은?
지난해 CEO 지시 이후에 3D CAD 패키지를 표준화하려고 작업을 시작했다. 포스코와 패밀리사 전체 CAD 담당자들이 모여 몇 차례의 회의와 벤치마킹 테스트를 진행했다. 우리가 보유한 도면으로 실제 3D 모델링을 실시하고, 이를 2D 도면으로 변환하는 것, 대형 어셈블리의 파일을 읽어오는 것 등을 테스트해서 가장 적합한 제품을 선택했다. 포스코는 수천개부터 수십만개 부품이 조합된 대형 어셈블리가 많기 때문에 얼마나 빨리 읽어들이느냐가 상당히 중요했다. 전체 표준화 작업은 4개월 정도 소요됐다.
디지털 팩토리 구현이나 3D CAD 표준화의 진척도는?
이제 시발점이라 볼 수 있다. 큰 그림은 거의 그려졌고, 일부는 작업을 해서 성과가 나오는 곳도 있지만, 앞으로 해야 할 것도 많다. 기존에 있는 공장을 먼저 디지털 팩토리로 구현해야 하는지, 아니면 신규 공장을 먼저 해야 하는지 등도 아직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만만치 않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찌됐건 전체적인 방향은 그렇게 가야한다고 잡혀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표준화하는 것이 앞으로의 이슈가 될 것 같다는 점이다. 여러 가지 CAD 패키지에서 만든 것들이 표준화 없이는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런 부분이 앞으로 이 분야에서 핵심이 될 듯하다. 그래도 요즘은 과거에 비해서는 표준화가 많이 돼있는 상황이다.
향후 계획은?
디지털 팩토리 구현을 통해 포스코의 자회사나 패밀리사인 포스코 E&C, 포스코 ICT, 포스코캠텍 등과 전체 통합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1차 목표다. 모든 계열사 통합이 완료되면 데이터를 공유해서 중복 투자 및 연구가 줄어들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현재 관련 작업들이 일부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