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전략 잘 버무린 지사로 거듭날 것
  • 월간 FA저널
  • 승인 2010.05.0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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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크웰오토메이션코리아 최 선 남 대표

로크웰오토메이션코리아에 첫 한국인 지사장이 부임했다. 현지인 지사장은 전 세계 로크웰 지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이래적인 일이다. 로크웰오토메이션코리아에서 3년간 근무하다가 지사장 자리를 맡게 된 최선남 대표는, 이제 현지화 전략을 강화해 한국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부임한 것을 축하한다. 한국인 지사장은 처음인데 어떤 의미가 있을까?

본인이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는 본사의 생각 변화가 있다고 본다. 로크웰의 메인 브랜드는 AB인데, 이를 취급하던 한국 연락사무소가 1985년 개설됐다. 1991년에 AB가 로크웰에 인수되면서 로크웰 한국 지사가 들어섰다. 이렇게 따져보면 그 기간이 25년 정도 됐다. 초기에는 본사 인력이 와서 기업문화와 전략 등을 정착시켰고, 이제 본사에서도 이 정도 기간이면 현지 인원들에게 맡겨도 된다는 확신이 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 직원들 중에서 경합을 거쳐 본인이 선택됐다.


어떤 점으로 인해 선택을 받았다고 생각하는가?

업무나 관리능력이 출중하다기보다는 여러 가지 경험을 가지고 있어 선택된 것 같다.


본인은 전기 공학을 전공했다. 첫 직장으로 효성중공업에 입사해서 연구소에 배정받은 후 PLC 개발 엔지니어로 일했다. 연구소에서 8년간 근무하면서 외산 제품 국산화와 자체 모델 개발을 했다. 당시 마케팅 부서가 활성화 되지 않아 마케팅 관련 업무도 일부 처리했고, 기술지원 파트도 독립적이지 않아 영업 및 기술지원도 했다. 조직 개편 후에 영업부로 옮겼는데, 연구소 출신으로 영업팀장을 맡은 특별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이어서 순수한 연구개발보다는 영업에 더 집중해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신규 영업소를 개설하면서 운영하기도 했다.


이후에 로크웰 입사 전까지 다양한 경험을 했다. 기획실에서 일해보기도 했고, 중소기업의 2인자 자리에서 간접 경영을 하기도 했으며, 공장장을 경험하기도 했다.

이처럼 엔지니어 연구개발, 영업, 기획, 글로벌기업, 중소기업에서의 경험 등이 본사에서 원하는 부분과 일치했던 것 같다.


혹시 한국인 지사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 않았나?

외국에서는 너무 한국식으로만 경영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경력 면에서 글로벌 기업 경험이 있고, 3년간 일하면서 로크웰의 장점도 잘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글로벌, 로컬의 장점을 섞어볼 것이다.


특히, 본인이 일방적으로 어떤 일을 진행하기보다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오픈 마인드로 의견을 교환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이다.


현지화 전략은 어떻게 강화할 생각인가?

일반적으로 본사에서 온 외국인 사장은 본사와의 친밀도가 더 좋아질 수 있다. 반면 현지인 사장은 해당 지역 고객과의 친밀도를 더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은 공식 취임 이후 영업 직원에게 불려 다니는 경우가 많아졌다. 국내 고객들은 외국인 사장보다는 한국인 사장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지사장이 회사의 능력을 직접 보여주고, 향후 프로젝트에 책임을 진다는 측면에서 고객에게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다. 이러한 부분을 잘 알고 있는 한국인 사장이기 때문에 앞으로 고객과의 친밀도를 더욱 높여서 영업 및 판매를 활성화할 생각이다.


대리점 체계에 변화는 없나?

대리점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은 하나의 과제다. 특히 다수의 대리점을 보유한 타 산업자동화 제조사, 공급사의 대리점 체계와 우리는 상당히 다르다. 일단 우리는 대리점 수가 많지 않다. 그리고 각 대리점이 규모 있게 운영되면서, 1차적인 고객 지원을 직접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도록 한다. 이를 유지하면서 고객 만족도를 높여갈 생각이다. 이와 함께 한국 지사에서는 대리점보다 많은 제품을 공급하면서 서비스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어떤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생각인가?

요즘 글로벌 경기가 좋지 않다보니 기업들이 단기 성과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당해연도 매출목표를 산정하고 이를 따르는 것이 보통이다. 본인의 생각에는 여기에 중장기목표를 더해야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예전에 5개년 계획을 세운바 있는데, 경기가 급속히 악화되면서 2009년에는 계획이 아예 무의미하게 된 적이 있다. 이제 다시 2008년을 상회하는 수준까지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려고 하고 있다.


지금까진 말한 것은 혼자만의 생각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담당자들과 의견 교환을 통해서 전략을 다듬어 나갈 것이다.


한편, 작년에 내부적으로는 한국에서 스타 비즈니스로 육성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연구해봤다. 그 중 하나는 EPC 시장이다. 2009년에 한국 EPC 관련 기업들은 전 세계 시장의 1/3 수준인 46조원을 수주했다. 기존 산업 자동화 부문에서는 국내 신규 공장이 줄어들었지만, 외국에서 수주가 많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EPC와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오일&가스 시장이다. 로크웰은 단품만 공급하지 않고, 시스템 사업도 하고 있다. 플랜트 턴키 베이스까지는 아니지만, 단위 공정 라인은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메탈, 철강 등이 주요한 부분이었다.


PLC, PAC, 프로세스를 포함해서 조선, 해양 쪽 사업도 하고 있지만, 보다 업무 영역을 확대해 나갈 생각이다.


최근 투자가 활발한 편인 반도체와 FPD 시장은 우리와 정확하게 매칭되지는 않지만, 네트워크를 통한 시스템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자체 방식의 폐쇄적인 네트워크가 아니라 EtherNet/IP라는 개방형 네트워크라서 시장에서 유용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린 에너지 분야는 우리가 시장을 리딩한다고 볼 수 없지만, 본사 차원에서 상당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태양광의 경우, 미국 내 가장 큰 회사와 전략적 제휴 형태까지 맺어서 일을 진행하고 있다. 풍력도 알고리즘 개발 지원까지 포함해서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으며, 일부 프로젝트가 미국에서 진행 중이다.


그리고 기존에 로크웰이 디스크리트 시장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프로세스 시장에 집중할 생각이다. ARC 자료를 보면 로크웰이 프로세스 분야에서 2위 정도를 하고 있다. 요즘 DCS 업체들이 PLC 영역으로 내려오고 있는데, 우리는 반대로 하는 셈이다. 다양한 프로세스 관련사들을 인수하면서 프로세스 영역을 크게 확장하고 있다.


EPC 시장은 시기적으로 뒤늦게 뛰어들었는데, 어떻게 경쟁력을 키울 것인가?

현재 EPC 업체들의 상황을 보면 일이 굉장히 많다. 담당자 1인이 1조원 이상의 발주를 다루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컨트롤 시스템의 경우 DCS 업체로 많은 발주가 나가고, 전기 시스템의 경우는 스위치 기어 패널, 모터 컨트롤 패널, 변압기 등을 턴키 발주하는 형태다.


컨트롤 시스템 부분은 DCS, ESD, 파이어&가스, PLC 컨트롤 등 복합적인 컨트롤 시스템이 내부에 존재하는데, 거기서 제어하는 DCS 시스템의 포인트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나머지 부분의 더 많은 컨트롤 포인트들이 우리의 제품이 해당되는 영역이다. 그래서 고객이 더 편리함을 추구할 수 있는 제품 구성을 우리가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생각이다.


전기 시스템과 관련해서는 턴키까지는 아니더라도, 컨트롤 시스템을 메인으로 해서 전기시스템 1식을 제공하려는 계획이 있다.


최근 국내 시장의 성적표는 어떤가?

잘 알다시피 2008년에 상당한 상승세를 기록했다가, 2009년에 많이 떨어졌다. 2010년 목표는 2008년을 상회하는 선에서 설정했는데, 현재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20% 상회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어 전망이 밝다. 현재 수처리, 발전 등에서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이 밖에도 EPC 관련 사업, 기계 및 OEM 사업 등에서도 실적이 좋은 편이다.


한국 지사가 개선할 부분과 지켜나갈 부분이 있다면?

내부적으로 타사보다 복잡한 구조이며, 경력자를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그래서 국내 유수기업 및 경쟁사에서 영입된 직원이 많다. 이들은 기존 회사 체계와 다르다보니 일부 비효율적인 부분을 느끼곤 한다. 그래서 조직 특성을 보다 쉽게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 내부적으로 정해야 할 것들이 있다. 이런 부분은 지속적으로 개선할 생각이다.


직원들끼리의 인간적인 관계가 좋기 때문에 이는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본다. 그동안 한국 지사에서 일하면서 직원들에게 특정인과 일하기 싫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다. 분명 업무적 논쟁은 있지만 인간적인 충돌은 없다. 이 분위기는 계속 지켜갈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모두가 하나가 될 수 있는 외부 위탁 프로그램을 생각 중이다.


로크웰오토메이션코리아를 어떤 기업으로 키워나가고 싶나?

로크웰의 글로벌 비전은 글로벌한 가치 있는 오토메이션 산업에 컨트롤, 인포메이션에 대한 솔루션 프로덕트를 공급한다는 것이고, 글로벌 미션은 모든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생산성과 지속 가능성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글로벌한 비전과 미션이 있긴 하지만, 한국만의 비전과 미션도 분명 필요하다고 보고 생각 중이다.


미국에서 로크웰은 65%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허나 한국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전 세계 산업자동화 기업들의 각축장이다. 이런 시장에서 우리는 설비, 장치 부분이 아니라 인더스트리얼 컨트롤 & 인포메이션 소프트웨어에 집중하는 기업이며, 모든 제품과 솔루션이 통합돼 있다는 점을 고객에게 강조해 나갈 것이다.


로크웰은 PLC를 근간으로 모든 모션, 드라이브, 프로세스, 세이프티, 배치 등을 통합하는 개념을 최초로 도입해서 공급하고 있다. 타사에서도 이 개념으로 가야한다고 보고 뒤따라오는 곳이 있다. 그리고 네트워크 측면에서는 개방형을 추구해 고객이 사용하는 타사 제품도 통합 운영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리딩하고 있다. 게다가 이제는 매뉴팩처링 레벨이 아니라 엔터프라이즈 레벨까지 모든 정보가 교류되기 때문에, 우리의 개방형 네트워크가 상위의 전사정보 시스템까지도 연결하기 용이한 구조라는 강점을 갖고 있다. 또한, 지속 가능성의 한 축인 세이프티 부문에서는 타사의 시장점유율이 더 높지만, 로크웰이 가장 폭넓은 제품 구조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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