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박찬대 당대표 후보, 선거 중단하고 수해 현장으로

[예산=김희선 기자] 기록적인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충청남도 예산군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 그리고 당 대표 선거에 나선 주자들까지 총출동해 폐허로 변한 비닐하우스 농작물 피해를 복구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비와 땀이 뒤섞인 참혹한 현장에서 말 대신 손으로 위로를 전했다.
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은 21일 오전 7시 20분쯤 서울 여의도 국회에 대기 중인 전세버스 또는 의원실 차량에 탑승해 충남으로 향했다. 오전 9시 30분쯤 수해 복구 현장 인근에 도착 후, 좁은 도로로 인해 걸어서 피해 현장까지 도보 이동했다. 하늘은 맑았으나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
이날 오전 충남 예산군 신암면 조곡리에는 김병기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전현희, 김병주 최고위원, 문진석 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 황명선, 어기구, 문금주, 김한규, 이훈기, 김동아, 허종식, 백승아, 정을호 의원 등 민주당 의원 50여명이 방문했다.

그 외 피해 주민들과 지역위원회들 등을 포함해 총 250여명의 인원이 봉사활동에 참석했다. 또한 8·2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정청래·박찬대(기호순) 후보도 선거 운동을 중단하고 동참했다.
비닐하우스 피해 현장 바로 앞, 복구 지원 운영본부에서는 피해 복구에 필요한 고무장화, 수건, 장갑, 조끼, 낫 등을 지원했다. 현장에 도착한 봉사자들은 준비된 작업복으로 환복하며 작업 도구들을 챙겼다.
그러나 굵은 빗줄기는 멈출 줄 모르고 계속해서 내렸다. 수해 복구 취재를 위해 도착한 취재진들도 비를 피하지 못한 채 취재를 이어갔다.
충남 예산군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시작된 호우주의보는 17일 호우경보로 바뀌면서 19일 해제됐다. 이에 따라 예산 지역은 최대 강수량 477㎜을 기록했다. 20년 만의 폭우로 평가된 이번 물난리로 예당 저수지가 범람해 한때 붕괴 위험에 처했다.
최재구 예산군수는 이날 브리핑에서 “예산 주민 418세대·663명이 주거지를 떠나 경로당과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충남 지역은 매년 장마철에 비닐하우스 농작물 피해가 발생됐다. 비닐하우스에 배수 펌프 시설이 갖춰져 있어도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거나 엄청난 양의 폭우에는 속수무책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에는 충남 논산시 성동면에서 수박과 멜론 재배와 논산시 양촌면에서는 딸기 재배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충남 예산군 피해 상황 브리핑에 앞서 김병기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조속한 피해복구 위해서 특별재난지역 선포될 수 있도록 최선 다하겠다고 이미 요청드렸다”며 “비닐하우스 피해에 대해서는 응급복구 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것 다해서 지원해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충남 당진이 지역구인 어기구 의원은 지난해 민주당이 추진했던 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 등을 국회 본회의에서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농민들은 “여기 보이는 세 개의 비닐하우스에 수박 농사를 했지만 모두 망했다”며 “한 비닐하우스 당 약 500개의 수박을 재배하는데 폭우로 모두 물거품이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비닐하우스 앞에 모인 민주당 지도부 및 의원들, 그 밖에 봉사자들은 현장 지도자로부터 피해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듣고 나눠진 1조부터 3조까지 나눠진 조를 통해 넝쿨을 제거하고 물에 짓물러 재배하지 못한 수박과 멜론을 걷어냈고 폐기했다.

이후 고정되어 있던 비닐을 뜯어내는 작업까지 이어졌다. 복구 작업 시작과 함께 그쳤던 비로 쨍한 햇볕이 내리쬐어 ‘폭염주의보’ 문자도 전달됐다. 비닐하우스 내부는 그야말로 숨쉬기 힘들 정도의 뜨거운 열기가 가득했다. 마치 한증막 속에 있는 것 같았다.
김병기 당대표 겸 원내대표와 정청래 당대표 후보자는 “폭우 피해가 심각한 것 같다”라는 대회를 나눈 뒤, 뜨거운 열기에 아무런 말없이 무른 수박을 걷어대는 작업을 묵묵히 이어갔다. 또한 전현희 최고위원과 김동아, 이훈기, 김한규, 허종식 의원 등도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한 채 농작물 제거에 나섰다. 이들은 농작물을 제거하면서 발생되는 흙먼지에도 쉬지 않고 복구 작업에 임했다.
피해 복구 작업은 1조에서 3조가 순차적으로 수박과 메론 비닐하우스에서 집중적으로 이어졌으며 대략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됐다. 봉사자들과 복구 작업을 마친 전현희 최고위원의 얼굴은 땀범벅이 됐고 머리도 헝클어져 있었다. 이를 본 주변 봉사자들은 전현희 최고위원을 향해 “이런 모습도 예쁘시다”는 말도 터져 나왔고 지쳐있는 서로를 위해 염분을 보충할 수 있는 비타민도 공유했다.

폭염주의보에도 총 250여명의 봉사자들이 움직이는 덕에 피해 복구 작업에는 속도가 붙었다. 숨막히는 더위에 얼음물을 마시고 대형 선풍기와 거침없이 부는 바람에 땀을 식히며 의자에 앉아 꿀같은 휴식을 취했다.
뜨거운 열기와 흙모래가 날리는 비닐하우스에서 빠져나온 충남도당위원장이자 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문진석 의원은 “하루 아침에 무너진 일상과 일터를 보고 (농민들이) 망연자실 했을 것”이라며 “복구를 위해 한 명씩 모여서 작업하면 금방 복구된다. 지금까지 그래왔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전국적인 폭우 피해를 고려해 오는 26∼27일 예정됐던 호남권·수도권 권역별 권리당원 투표를 전당대회가 열리는 다음 달 2일로 연기한 상태다.
정청래 후보는 페이스북에 당 대표 선거운동 중단을 알리며 "당분간 수해 복구에 집중하겠다. 수해로 고통받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청래 후보는 이날 수해 복구 작업 현장에서도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봉사자를 향해 “수해 복구 작업 기간에는 사진 촬영보다는 봉사활동에 집중하겠다”며 요청을 정중히 거절했다.
오전 복구 작업을 마친 정청래 후보는 같은 기간 극한 호우로 담양을 비롯한 전남 지역 곳곳에서 발생한 대규모 침수 피해 상황을 점거하기 위해 전라남도 담양군으로 이동했다.
박찬대 후보는 오전 예산을 거쳐 오후에는 광주에서 수해 복구 활동을 펼쳤다.
향후 민주당은 피해가 덜한 지역위원회를 중심으로 복구 활동을 이어가고, 서울·경기권 자원봉사 인력도 투입할 예정이다. 최대 15일 안에 수해 복구 작업을 마무리 지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