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산업 고부가가치 몰라주는 인력난 문제
  • 월간 FA저널
  • 승인 2011.01.11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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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리서치 김 경 환 대표

2010년 로봇 시장 1조2,419억원 규모

 

취업시즌이 되면 청년실업 이야기는 늘 뉴스거리가 된다. 학교를 갓 졸업한 청년들이 자신이 원하는 직장을 얻지 못해 취업 재수나 실업자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긴데, 벤처기업을 운영하면서 여전히 인력난을 겪고 있는 필자로서는 상당한 괴리감을 느낀다.


구직자들이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을 절대적으로 선호하고 있다는 현실은 규모의 경제학이 취업전선에 적용된 것이라 생각하면 이해할만 하다. 그러나 로봇산업, 나노산업, 바이오산업과 같은 성장동력 산업에서는 젊은 피의 활약 여부가 무척이나 중요하다.


필자의 회사에서는 구인 사이트에만 의존하지 않고 직접 대학을 순회하며 ‘로봇산업 채용설명회’를 하고 있다. 우선 로봇이 취미의 영역을 넘어 취업으로 선택하기엔 생소한 분야와 같으니 취업생들이 먼저 로봇산업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래서 이번 칼럼은 채용설명회에서 로봇기술을 소개한 내용을 요약한 것으로, 로봇을 어떤 식으로든 시작하려는 분들게 조금이라도 참고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로봇산업 이상과 현실

로봇산업은 20세기의 주요 산업과 비교해볼 때 매우 독특한 특성과 역사를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반도체, PC, 인터넷 등과 비교해보면 더욱 그렇다. 대부분의 산업들은 기술자들의 창의성과 노력에 의해 시작돼 산업자본주의의 틀 안에서 산업으로 숙성되지만, 로봇의 경우는 인조인간에 대한 인간 상상력의 산물로서 문학과 방송에서 시작됐다. 로봇이라는 용어를 처음 고안한 사람도 1920년대의 체코의 한 작가이고, 용어 탄생 이후에도 로봇의 기술적 실체가 없음에도 문학, 영화, 방송 등의 단골 소재였다. 산업 응용을 염두에 두고 로봇기술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한참이 지난 1960년부터이며, 본격적인 로봇산업의 시작은 1980년대 자동차 산업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현재도 로봇은 문학, 매스미디어, 기술, 산업 등 다양한 측면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며 병행 발전해오고 있다. 그러나 문학으로서의 로봇이나 영화에서 보는 로봇과 실제의 로봇을 혼동해서는 안되며, 특히 기술로서의 로봇과 산업으로서의 로봇은 상당히 다르다는 점을 필자는 강조하고 있다.


영화 터미네이터나 AI에 나오는 로봇과 현실 속의 소박한 로봇이 다르다는 점은 어느 정도 인식돼 있지만, 기술적 아이템이 로봇 산업화로 반드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은 전문가들조차 이해가 부족한 부분이다. 예를 들어, 로봇 핸드 기술은 오랫동안 연구된 기술이지만 산업 응용 측면에서는 로봇 핸드보다 오히려 기계적인 그리퍼가 유용한 경우가 많다. 인간과 닮은 휴머노이드가 산업 현장은 물론 가정에서도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로봇기술자들은 기술 밖에서 산업을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즉, 로봇은 다원적으로 이해하려고 해야 그 실체가 제대로 보이는 독특한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제조업 로봇의 대중화

현재의 가용되는 로봇을 한 마디로 말하면 ‘프리미엄 산업기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세계 대부분의 로봇들이 자동차, 반도체, IT 등 산업현장에서 산업기기로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 제조업용 로봇은 프리미엄이 있는 특별한 존재로 취급받고 있다. 가격도 자동화 장비에 비해 비쌀 뿐 아니라 로봇 기능이 추가돼 기능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로봇 도입시에는 투자액을 떠나서 경영진의 판단을 요구하는 측면도 있다.


오는 2020년경에는 제조업용 로봇은 보급형 산업기기로 거듭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제조업용 로봇은 자동화라는 거대한 테두리 속에서 하나의 컴포넌트에 불과하며 다양한 자동화기기, 즉, 부품 공급기, 스테이지, 컨베이어 등과 같이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자동화와 로봇화를 혼동하는 사람들도 많다.


2020년경의 제조업용 로봇은 자신의 아버지(자동화)와 공통분모를 가지면서도 뚜렷한 자기 정체성을 가진 아들이 될 것이다. 1960년대에 제안된 다품종 유연생산 시스템(FMS)이 진정한 의미에서 정착돼 가고 있는 요즘, 센싱을 통해 다양한 생산물을 구별해낼 수 있고 프로그래밍에 의해 처리 방식을 변경할 수 있으며 엄격한 품질 기준을 지켜주는 로봇이야말로 점점 더 필요한 존재가 되고 있다. 머지않아 로봇 중심의 자동화(Robot Centered Automation)가 일반화될 것이고, 이때 로봇은 산업현장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한 기기로 거듭날 것이다.



[ForceMate.  고소차 위에서 인간과 협업하는 유리시공 로봇으로 건설 현장에서 주로 활용된다.]

 

다양한 로봇 플랫폼 개발

서비스 로봇은 1990년대부터 일본을 중심으로 로봇 연구자들에게 큰 기술 패러다임이 됐다. 앞으로는 1가정 1로봇, 나아가 1인 1로봇이 될 것이라고 서비스 로봇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비스 로봇이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지 10년이 지났지만 서비스 로봇이 수행할 수 있는 서비스가 부족하다. 우선 하드웨어적으로 로봇 서비스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로봇 본체가 필요한데, 지금까지의 서비스 로봇은 성능과 내구성 모두 불만족스럽다. 본격적인 상용화의 전단계로서 로봇 플랫폼에 더욱 노력을 기울여서 다양하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기능과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튼튼한 로봇 플랫폼이 여럿 나와야 한다.


대표적인 로봇 플랫폼으로서 로봇 팔, 모바일(이동) 로봇, 입는 로봇 등을 들 수 있다, 현재 이런 플랫폼들이 개발돼 이미 상품화돼 있지만, 실환경 속에서 움직일 때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 정도로 불안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 제조업용 로봇이 30년의 역사를 지닌데 비해, 서비스 로봇은 세계적으로도 불과 20년의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현재의 기술 수준은 어쩌면 당연하다.


혹시나 로봇 플랫폼의 완성도가 떨어진 상태에서 킬러 애플리케이션만 앞서간다면 로봇산업 형성에 큰 장애가 될 것이다. 로봇 플랫폼은 비단 하드웨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로봇 제어를 위한 소프트웨어도 현재의 PC의 운영체제와는 다르게 만들어질 필요가 있으며, 중요한 로봇 구성품에 대해서는 모듈화된 기능성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서비스 로봇의 궁극적인 목적이 개인과 공공을 위한 가전(Consumers Products)이라고 생각하면, 현재의 로봇 청소기는 전통적인 가전 개발자들이 보면 장난감 수준인 초기 가전에 머물러 있다. 2020년이 되면 현재의 초기가전은 아직은 가격이 비싸지만 로봇 기능이 돋보이는 ‘프리미엄 로봇 가전’이 될 것이다.


프리미엄 서비스 로봇과 로봇 기술

서비스 로봇의 통계를 낼 때, 흔히 개인 서비스, 공공 서비스, 전문 서비스로 분류하는데, 필자는 전문 서비스 시장이 가장 먼저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측한다. 어쩌면 당연한 건데, 개인 및 공공 서비스가 기술, 안전, 가격, 유통 등 다방면에서 전문 서비스보다 어려운 조건에 처해있기 때문일 것이다. 전문 서비스 로봇은 특수한 서비스를 대상으로 선별된 유저들이 사용하게 되기 때문에 시장의 조기 형성을 기대해볼 수 있다. 문제는 전문 서비스 로봇의 프리미엄을 소비자들이 인정해줄 것인가 하는 것이다.


로봇 청소기의 경우 조금씩 대중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프리미엄 제품이라고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많다. 전문서비스 로봇의 경우 시행하는 서비스가 프리미엄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 아이템 선정의 어려움이기도 하다. 필자가 운영하는 NT 메디에서는 의료재활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 분야를 선택한 것도 시장이 인정해주는 프리미엄에 대해 깊이 고민한 결과다. 가격이 비싸도 사람들이 기꺼이 살만한 분야는 의료 외에도 있겠지만 현재의 로봇 기술 수준을 생각할 때 아이템 찾기가 만만치는 않다.


로봇기술의 효용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흔히 로봇기술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기술로 인식돼 근로 기피 현장이 가장 큰 잠재 시장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이른바 3D 산업은 위험하고 더럽고 어려운 일들이라서 인간에게 곤란한 일들을 로봇으로 해결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그것이 아직까지도 위험과 오염이 가득한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로봇의 상용화가 더디게 진행되는 이유다. 대신 근로 환경의 선진화 덕택에 단순반복적인 업무의 로봇화가 시장 형성이 기대되는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예전에는 로봇을 경계하던 단순직 근로자들도 이제는 그러한 업무는 로봇에게 맡기는데 큰 저항감을 느끼지 않는 경우를 많이 목격한다. 인간과 로봇이 협업을 통해 공존하는 시나리오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다. 아예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로봇에게 시키는 이른바 미션 임파서블도 가능성이 매우 높은 로봇시장이다. 그러나 로봇기술 대신에 다른 기술을 이용해 이러한 문제를 푸는 경우도 많다. 로봇기술이 좀 더 적극적으로 이러한 불가능한 미션을 풀겠다는 진취성이 없기 때문에 시장이 열리지 않는 것이라면 로봇 개발자나 경영자들이 자성할 필요가 있다. 인간과 경쟁하기보다 인간이 아예 로봇에게 백기를 드는 분야라면 더욱 확실한 시장이 될 것이다. 미세 작업, 고난도 작업, 고속 작업 등 응용 분야는 무척이나 많다. 그리고 이러한 시장의 매력은 한번 로봇을 사용하게 되면 로봇의 전유물이 될 수 있다는 시장의 독점성에 있다.


마지막으로 인간과 로봇이 협력하는 효용은 앞으로 점점 더 현실화될 것이다. 인간을 모방한 로봇은 주인을 대체하는 것이 궁극적인 모습이 아니라 주인과 협동하는 것이 가장 아름다울 수 있다. 그것이 일하는 인간과 갈등 없이 로보사피엔스가 발전할 수 있는 공존공영의 길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라고 지나치게 안전을 부르짖는 시각도 비판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과연 100% 안전한 기술이란 것이 존재하나? 지나치게 안전했을 때 오히려 위험이 찾아올 수도 있다. 안전 기술은 매우 중요한 기술이지만, 로봇의 안전성을 지나치게 우려하기보다 진취적인 수용 자세와 슬기로운 활용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실벗.  인간기능생활지원 지능로봇 기술개발사업단에서 개발한 로봇 플랫폼이다. 이런 로봇이 생활도우미로 활약할 날은 과연 언제일지 궁금하다.]

 

한국의 로봇시장

지경부의 2010년 로봇산업 실태 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로봇분야별 국내 시장 규모(생산 기준)는 제조업용 로봇, 전문서비스용 로봇, 개인 서비스용 로봇, 로봇 부품에 걸쳐서 2009년의 1조202억원,  2010년 1조2,419억원을 형성하고 있다. 제조업용 로봇 연평균 성장률은 13%이며, 서비스용 로봇은 20% 이상이다. 로봇산업의 통계치가 자동화 산업, 산업기기 등과 일부 중복돼 있는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정부의 다른 성장동력 산업에 비해 좋은 성적표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1990년대에 로봇 분야에서 진취적인 프로모터들과 기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정부의 로봇산업 육성책이 실시된 2004~2005년에 많은 로봇기업들이 생겨나서 이제는 대기업들이 사업 진출을 모색하는 단계에 와 있다. 필자의 전망으로는 2015년에는 로봇 산업이 본격적인 경쟁 속에 분야 별로 큰 수익을 창출하는 대표 기업들이 등장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 때쯤이면 많은 취업자들이 선망하는 업종이 돼 현재 겪고 있는 우수 인력의 부족 현상을 겪지 않을지 궁금하다.


로봇의 가치 판단 미스

필자의 생각으로는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가능성이 많고 적응력이 뛰어난 청년들은 어느 분야에 취업하더라도 그리 어렵지 않게 잘 해나갈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필자의 관찰로는 30대 중반이 되면 많은 직장인들이 몸담고 있는 직장과 업무에 대해 성찰하는 기회를 가진다. 그리고 마흔이 넘으면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정말 나 자신과 가정은 물론 사회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지금은 주력 산업이 아닌 성장동력산업을 선택할 때 망설임을 동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직업 선택에 있어서는 좀 더 긴 시간 축을 가지고 10~15년 뒤를 시야에 두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청년 구직자들의 비전을 감지할 수 있는 판단력에 아쉬움이 있다. 종신고용제가 무너졌다는 21세기 한국에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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