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發 DPP, 우리 수출 경제에 영향… 데이터 주권 확보 시급
  • 최인영 기자
  • 승인 2024.10.0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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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준 교수 “제조 노하우 유출 막는 범정부 차원 역할 중요”

[인더스트리뉴스 최인영 기자] “수출에 기반한 우리 경제에 DPP(디지털 제품 여권)는 엄청난 영향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와 기업 모두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 공장 내 데이터는 물론 전·후방 산업에 이르는 전 밸류체인에 표준화된 데이터를 구축하고 실시간 교환할 수 있는 데이터 스페이스(Data Space)로서의 플랫폼 역할이 절실하다”

데이터 스페이스의 글로벌 동향과 한국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신사업 토대 마련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표로 ‘2024 산업AI 얼라이언스 커넥트데이’가 개최됐다. [사진=한국산업지능화협회]
데이터 스페이스의 글로벌 동향과 한국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신사업 토대 마련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표로 ‘2024 산업AI 얼라이언스 커넥트데이’가 개최됐다. [사진=gettyimage]

 이정준 서울대학교 교수는 9월 13일 열린 2024 산업AI 얼라이언스 커넥트 데이에서 ‘EU 그린 딜(Green Deal), 데이터 주권과 DPP(Digital Product Passport)’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EU(유럽연합)의 그린 딜과 DPP를 통한 지속가능한 순환경제 촉진 방안을 제시하면서 우리 제조 노하우가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DPP는 유통되는 모든 제품에 대해 △생산 △유통 △판매 △사용 △재활용 등 전체 생애 주기 정보를 디지털로 수집하고 저장해 이해관계자들과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국경을 넘을 때 여권이 필요한 것처럼 제품에 여권 개념을 적용한 셈이다. 개별 제품에 여권과 유사한 번호를 부여해 제품과 부품에 대한 출처, 재활용 정보, 수리 용이성, 탄소발자국(PCF) 등의 정보를 담도록 했다.

즉 유럽의 탄소규제 수단으로서 DPP에 대응 못하는 기업은 파산 위기에 놓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환경 규제를 앞세워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려는 목적을 담고 있다. AI(인공지능)는 자동화뿐 아니라 생산성, 품질, 맞춤형 제품, 새로운 사업 모델과 연계된 기술이지만 제조 AI 분야에 대한 우리 정부의 R&D 투자는 총 R&D 투자액의 3.8%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제조업 재편이 빠르게 이뤄지는 현 시점에서 AI 국제표준 선점과 함께 국가 단위의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과 지방 제조 기업의 AI 인력 확보 등이 균형 있게 이뤄져야 한다고 업계에서는 말한다. AI 모델을 현장에 안정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물리 모델과 데이터 기반 AI 모델의 장점을 융합하는 앙상블 개념이 중요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AI 프로젝트 실패 요인으로는 문제 정의의 불명확성, 데이터 부족과 품질 문제, 기술 과잉 적용 등을 꼽으면서 데이터 표준화와 공유를 강화하는 동시에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개발·학습된 범용 AI 모델인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해 품질 검사와 공장 최적화 등 제조 공정에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중소기업에는 제조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인 ‘데이터 스페이스’ 구축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교수는 “DPP는 EU 내 유통되는 모든 제품의 생애주기 정보를 디지털화해 수집·저장·공유하는 제도로서 지난 2022년 ESPR(에코디자인 규제안, Ecodesign for Sustainable Products Regulation)에 최초 명시됐다”며, “올해 7월 18일 법안 발효된 ESPR을 뿌리에 두고 DPP를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배터리의 경우 지난해 8월 EU 배터리법이 발효됨에 따라 오는 2027년 2월부터 EU에 유통되는 2kWh 이상 전기차·산업용 배터리에는 DPP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주요국은 DPP 시행에 앞서 품목별 대응 전략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전기전자산업협회(ZVEI)는 지난 2022년부터 전자기기에 대한 파일럿 DPP를 구축해 왔으며, 스웨덴은 패션·IT기업과 관련 협회가 모여 섬유 DPP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중국은 기업·산업·품목별 탄소발자국 데이터 공유 플랫폼을 구축해 탄소중립과 DPP 제도 시행에 대응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지난 1월 발표한 ‘EU의 DPP 추진 현황 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EU에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과 공급망 참여 기업은 사전 준비가 필수적으로 우리 기업에 △EU DPP 추진 동향 모니터링 △공급망 단계별 정보 축적 및 디지털 기술 도입 △탄소발자국 감축과 인권·노동 문제 해결 등을 제언했다.

아울러 정부와 유관기관 차원의 △배터리 및 섬유 파일럿 DPP 제작 지원 △중소기업 DPP 대응 지원 및 인프라 구축 △산업별 탄소발자국 산정 및 감축을 위한 탄소배출관리 플랫폼 구축 △DPP 관련 국제 참여 및 협력 방안 마련 등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이정준 서울대 교수는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면서 지속가능한 순환경제를 촉진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대응 방안이 하루 빨리 마련되길 바란다”며, “공장 내 데이터를 비롯해 전·후방 산업을 아우르는 데이터를 실시간 교환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준 서울대 교수는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면서 지속가능한 순환경제를 촉진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대응 방안이 하루 빨리 마련되길 바란다”며, “공장 내 데이터를 비롯해 전·후방 산업을 아우르는 데이터를 실시간 교환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한국산업지능화협회]

이 교수는 “데이터 스페이스는 한 회사나 산업 분야에서 각자 할 일이 아니며,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개념으로 우리나라의 제조 노하우가 유출되지 않으면서 제조 데이터 주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한 다음 민간 시장경제에 맡겨야 할 것”이라며, “특히 중소기업은 DPP 대응 여력이 다소 부족한 만큼 독일의 가이아엑스(Gaia-X)나 일본의 우라노스 에코시스템(Ouranos Ecosystem)과 같은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DPP 시행을 위해 데이터 교환 플랫폼 마련이 필수지만 투명한 정보 공개는 자칫 기업의 기밀 유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이아엑스는 미국이 장악한 거대 플랫폼 기업의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데이터 주권은 각자에게 있다는 시각을 반영했다. 가이아엑스 체재 아래 가장 빠르게 만들어진 데이터 교환 플랫폼 ‘카테나엑스(Catena-X)’는 자동차 산업에서 실시간으로 제품에 사용하는 부품과 제조 과정 정보를 담는 개방형 플랫폼이다.

일본의 우라노스는 독일의 카테나덱스에 가입하는 대신 자체 공급망 데이터 플랫폼 ‘우라노스’를 구축해 서로의 플랫폼을 연동시키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민감한 정보 제공을 막을 뿐 아니라 플랫폼 운영 비용도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국책 과제 프로젝트로 시작해 올해 말 본격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교수는 “제조사의 탄소발자국 데이터 제출 과정이나 순환경제의 원재료 추적 예와 같이 각 제조사는 자신의 공장에서 취득하고 계산한 데이터뿐 아니라 전 밸류체인의 표준화된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며 “한국에는 아직 이렇다 할 만한 데이터 교환 플랫폼이 없는 상황으로 정부 차원의 통일된 정책 마련과 더불어 해외 데이터 교환 플랫폼을 대체할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점을 반영해 산업통상자원부에서도 긍정적인 논의를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산업지능화협회가 주최한 2024 산업AI 얼라이언스 커넥트 데이는 데이터 스페이스로서 기업-산업-국가 간 산업 데이터를 어떻게 주고 받을지와 더불어 이를 토대로 어떻게 AI를 운영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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