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 산업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 특히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강소기업의 가치는 국가 경쟁력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끊임없는 혁신과 도전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고용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 등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본지는 연속 기획을 통해 울산 울주 지역의 강소기업을 찾아 창업 배경과 핵심기술, 사업 전략까지 생생한 이야기를 전한다. / 편집자 주
[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전기차 시장의 확대로 이차전지 산업이 크게 확대됐다. 잠시 성장통과 같은 침체기를 겪고 있으나 중장기적인 성장 방향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대형 배터리 셀 제조사 성장 관점의 이러한 기조에서 최근 주목되고 있는 분야는 소재 공급망과 사용후 배터리의 활용이다.
업계에서는 사용후 배터리 시장규모가 2050년 6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중국 중심의 이차전지 핵심소재 공급망 구조 탈피와 다각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재활용 단계를 거쳐 니켈, 코발트, 망간 등 유가금속을 추출해 다시 배터리 셀 생산에 공급하는 순환 밸류체인 완성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용후 배터리는 전처리와 후처리 공정으로 구분된다. 분리 추출을 위해 블랙파우더를 만드는 전처리와 유가금속을 추출해내는 후처리 공정이다. 최근 배터리 화재로 인한 안전성 이슈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 분야에서도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분해와 추출을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기존 방식은 사용후 배터리의 잔존 충전량을 모두 방전해 재활용할 수 있는 전처리 공정으로 습식과 건식 공정을 거쳤다. 그러나 최근 울산에 소재한 스타트업에서 습식과 건식 방식이 아닌 새로운 전처리 공정 방식을 개발해 주목되고 있다. 본지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내에 위치한 이지마이닝 손희원 대표를 만나 ‘HiFLow’ 방식이 적용된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 기술과 주요 장비에 대한 설명을 듣고 관련 시장 전망, 향후 사업 계획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손 대표는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친환경성, 안전성, 경제성과 같은 세 가지 포인트에 대한 대응이 필수적이고 이러한 대응 능력이 곧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HiFLow 기술은 기존 방식의 문제점들을 해소하면서 이러한 세 가지 포인트를 충족하는 새로운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기존 전처리 방식을 대체할 혁신 기술 ‘HiFLow’
기존 사용후 배터리 전처리 방식은 습식방전을 말한다. 사용후 배터리를 전해질인 염수에 담궈 배터리의 양극, 음극으로 전류가 흐르게 하는 방식으로 장시간 습식 및 건조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발생하며, 폐수처리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야기돼 왔다. 아울러 방전 후 잔여 전류로 인한 화재·폭발 위험성, 중금속 유출 등 사고위험성의 한계가 존재하고 대용량 처리에도 취약한 부분이 있다.
손 대표는 “유가금속을 추출하는 후처리를 위해 사용후 배터리를 블랙파우더로 만드는 기존 전처리 방식은 파쇄된 블랙파우더가 배터리의 모든 구성물질을 포함하고 있다”며, “이를 분해하고 추출하기 위해 열처리를 거치고 수세공정에서 다량의 폐수 발생과 구리 등 추가 분리 작업을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해결함에 있어 새로운 접근 방식과 새로운 기술이 필요로 했고 이를 UNIST 및 전문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개발해냈다”고 부연했다.
이지마이닝이 개발한 기술은 신개념의 배터리 재활용 전처리 솔루션 HiFLow다. UNIST와의 산학공동기술개발을 통해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솔라라이트, 썬테크이엔지 등의 전문기업들과 협업해 배터리 충·방전솔루션, 자동설비제작 등의 효율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HiFLow는 고효율(High-efficiency), 빠른 처리(Fast-process), 저비용(Low-cost)을 목표로 하는 혁신적인 전처리 솔루션이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이 기술은 복잡한 파쇄나 가열, 폐수 처리 과정 없이도 고순도 리튬과 고순도의 블랙파우더를 생산할 수 있다.
손 대표는 “HiFLow는 반응 공정 환경을 최적화해 리튬 회수율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화재 및 폭발 위험을 최소화했다”며, “특히 파·분쇄 및 열처리 과정이 없어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고 원재료의 손실을 방지해 높은 회수율을 자랑한다”고 말했다.
이어 “파·분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화재 및 폭발의 위험을 근본적으로 제거했고 폐수 발생이 없다. 환경오염 물질과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현저히 줄였다”며, “단순화된 공정 덕분에 설비 비용 절감은 물론 회수된 원재료의 높은 순도를 보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손 대표는 “NCM 배터리뿐만 아니라 LFP 배터리도 효과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어 더욱 폭넓은 적용이 가능하다”고 첨언하며, “HiFLow는 결론적으로 안전하고 경제적인 친환경 전처리 솔루션으로 지속가능한 이차전지 순환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배터리 재활용 기술”이라고 자부했다.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 시장의 성장 키워드 ‘친환경·안전·경제성’
이차전지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리튬이온배터리는 화학적으로 불안정한 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폭발이나 화재의 위험이 있다. 이에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 과정에서 배터리를 분해해 안전하게 처리하는 전처리 공정이 중요하다. 이 공정이 재활용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안전성과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매우 중요한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손 대표는 “배터리에는 리튬, 코발트, 니켈 등 다양한 금속이 포함돼 있는데 이를 회수하기 위해 배터리 구성요소를 물리적으로 분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배터리에서 유해물질을 안전하게 제거하고 재사용 가능한 재료를 추출함으로써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터리 재활용 분야에서의 이슈를 정리해 설명한 손 대표는 경제성, 기술적 도전, 환경 문제, 규제 및 정책, 자원 확보를 핵심으로 꼽았다.
손 대표는 “경제성 측면에서 배터리 재활용 공정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수익성이 낮을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고 언급하며, “대규모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하고 자동화를 이루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현재 기술과 비용 구조가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기술적 도전 측면은 배터리의 설계가 제조사마다 달라 표준화된 재활용 공정을 개발하기 어려운 점과 관련이 있다”며, “리튬, 코발트, 니켈과 같은 희소금속을 효율적으로 회수하는 기술이 아직 충분히 발전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회수율을 높이면서도 순도를 유지하는 기술적 혁신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손 대표는 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제한된 자원인 리튬, 코발트, 니켈 등 주요 소재 확보의 중요성을 갖는다며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과제로 친환경성을 강조했다.
그는 “환경 문제는 배터리 내 유해물질 처리와 관련이 깊다”며, “배터리에는 중금속과 같은 유해 화학 물질이 포함돼 있어 재활용 과정에서 안전하게 처리되지 않으면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 동시에 재활용 공정 자체의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을 줄여 친환경적 공정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규제 및 정책 측면에서는 배터리 재활용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규제가 아직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제조사들에게 재활용 책임을 부과하는 확대생산자책임제(EPR)와 같은 제도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 시스템 표준화와 기술 혁신, 전략적 지원 필요
손 대표는 국내 배터리 리사이클링과 공급망 구조 등 관련 분야의 개선점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먼저 언급한 내용은 사용후 배터리 수거 및 처리 시스템의 표준화와 효율성 강화다.
그는 “현재 사용후 배터리 수거 및 처리 과정이 일관된 절차 없이 진행되고 있어 공급망 관리가 분산되고 비효율적”이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 주도의 표준화된 관리 체계가 필요하고, 수거부터 처리까지의 통합 시스템을 통해 더 투명하고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기술 혁신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 손 대표는 자사의 전처리 공정 솔루션 ‘HiFLow’를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했다.
손 대표는 HiFLow 솔루션과 같은 혁신적인 기술에 대한 정부의 전략적 지원을 바랐다. 그는 “배터리 리사이클링 산업은 초기 투자와 기술 개발에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며, “세제 혜택, R&D 지원, 리사이클링 의무화를 포함한 법적 규제가 뒷받침된다면 기업들이 이 분야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정책적 유인책은 순환경제를 촉진하고, 환경 보호와 경제적 성장을 동시에 이룰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첨언했다.
미국·유럽 등 해외로 흘러갈 준비 마친 ‘HiFLow’
이지마이닝은 사용후 배터리 및 스크랩의 재활용 기술이 필요한 기업과 국가별 라이선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HiFLow의 기술 성숙도 및 대량 처리 가능성을 입증할 자동화 시스템을 제주테크노파크 내에 조성중으로 올 연말이면 본격적인 상용화 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손 대표는 “당사 솔루션의 장점은 배터리 생산라인 최대 근접 위치에 재활용 공정 구현이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재활용 공정으로 추출된 광물을 배터리 생산 공급망에 신속하게 재투입할 수 있어 기존 보유 설비를 활용해 경제성이 확보된 친환경 재활용 공정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설비의 중복 투자를 최소화하면서 신속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 완성 배터리 제조사, 기존 배터리 재활용 기업, 배터리 재활용 신규진출 기업, 전기차 폐차·해체 사업자, 제주도 등의 섬 지역, 기타 폐배터리 운송에 어려움이 있는 곳에 기술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손 대표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국내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 유지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집중적인 육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해외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는 소재 분야의 자립화와 순환경제 전환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 산업도 전략적인 관심과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