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2025년 상반기 글로벌 태양광 산업은 전례 없는 성장을 기록하며 기존 전망치를 상회하고 있다. 주요국의 전력 수요 확대와 함께 개도국 중심의 설치량 증가가 빠르게 나타났으며, 이에 따라 2025년 글로벌 설치량은 695GW로 상향 조정됐다. 반면, 국내시장은 정책 변화와 수출 부진 등 복합적 요인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 경쟁력 제고와 자생력 확보를 위한 구조적 개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글로벌 태양광 시장, 수요 증가와 가격 하락의 동시 진행
2025년 상반기 기준, 글로벌 태양광 시장은 주요국 수요 급증으로 당초 예측치를 상회하는 설치 규모를 달성했다. 한국수출입은행 강정화 선임연구원이 작성한 ‘2025년 상반기 태양광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당초 650GW로 예측되던 2025년 글로벌 설치량은 695GW로 상향 조정됐다. 중국과 미국의 수요가 각각 368GW, 52GW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이는 전년도 대비 높은 성장세다. 중국은 전년 대비 약 30GW 증가, 미국은 1GW 가량 상향된 수치다.
이와 함께 인도(39GW), 독일(17GW) 등 선진국의 수요도 전년 대비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며, 파키스탄(12.5GW), 사우디아라비아(8.1GW)와 같은 개도국의 설치 증가가 두드러진다. 특히 파키스탄은 전년 대비 322%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는 전년 대비 57.1% 증가한 설치량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개도국으로의 수요 확산은 태양광 발전단가 하락과 함께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 분산형 전력공급 수단으로서의 활용이 증가하고 있는 결과로 풀이된다.
중장기적으로도 성장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2026년 글로벌 시장 규모는 752GW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2030년에는 864GW, 2035년에는 1,000GW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전기자동차 및 인공지능 산업의 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태양광 발전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AI 산업은 기존 검색엔진 대비 10배 이상의 전력을 소비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공급 대응 차원에서 태양광 수요도 동반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제품 가격 측면에서는 가격 하락세가 뚜렷하다. 2025년 5월 기준 폴리실리콘 가격은 4.9달러/kg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2년 8월 고점인 39달러/kg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한 수치로 현재 글로벌 재고는 45만톤에 달한다. 폴리실리콘 생산용량은 약 1,600GW 수준으로 공급과잉이 심각한 상황이다. 웨이퍼 가격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10mm 단결정 실리콘 웨이퍼의 경우, 2025년 6월 기준 가격은 0.17달러/piece로 1월 대비 15% 하락했다.
태양전지 및 모듈 가격 역시 하락세다. 6월 기준 210mm TOPCon 태양전지는 0.036달러/W, 모듈은 0.087달러/W로 보고됐으며, 2024년 말부터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중국기업들의 설비 증설과 공급 과잉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모듈 생산용량은 1,400GW로, 2025년 수요 예상치인 695GW를 크게 초과하는 수준이다. 공급 과잉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태양광 산업, 정책 의존과 수출 부진의 이중고
국내 시장의 경우, 2024년 태양광 설치량은 전년 대비 6% 증가한 3.15GW를 기록했다. 그러나 2025년에는 3.0GW로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설치량은 2020년 5.5GW를 정점으로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으며, 이후 연평균 3.0GW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신정부 출범 이후 정책 변화에 따라 향후 증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2030년에는 4GW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실적은 급감했다. 2025년 5월까지 태양전지 및 모듈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69.1% 감소한 1,700만달러에 그쳤다. 2020년 수출액이 13억8,000만달러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현저한 감소다. 유럽 시장에서의 경쟁력 상실, 미국의 현지 생산 증가, 중국산 제품과의 가격 경쟁력 열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미국 내 공장 설립 등 현지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세액공제 축소가 예고돼 있어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황이다.
수입 동향도 변화가 있었다. 2025년 5월까지 태양전지 및 모듈 수입액은 전년 동월 대비 5.8% 감소한 1억3,500만달러를 기록했지만, 물량 기준으로는 오히려 53.9% 증가했다. 이는 중국산 저가 제품의 국내 시장 유입이 확대됐음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정책적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글로벌 태양광 보급 확대에 따라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24년 기준 ESS 연계 태양광 프로젝트는 77GW로, 전체 수요의 10% 이상을 차지한다. 리튬 배터리 가격 하락이 ESS 보급 확대의 주요 요인이며, 향후 나트륨 배터리 등 신기술 도입에 따라 비용 절감 효과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7년경에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태양광+ESS가 그리드패러티에 도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국수출입은행 강정화 선임연구원은 “태양광 수요는 정책 의존도가 높다”며, “신정부의 우호적인 정책은 국내 태양광 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그는 “국내 태양광 산업 부흥을 위해선 인허가 및 이격거리 등 규제 해결이 최우선 과제”라며,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등 국산 제품 우대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