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 야 기자
지난 2005년 대구 성서공단에 자리를 잡은 미리넷솔라는 2007년 태양전지 생산공장을 완공해 2008년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한 수출 전략으로 2010년 매출 1,600억원, 수출 1억3,000만달러를 돌파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러한 쾌거의 중심에 있는 ‘태양광 전도사’ 미리넷솔라 이상철 회장을 서울 가락동 IT벤처타워 2층 집무실에서 만났다.
자리에 앉자마자 이상철 회장은 전 세계 태양전지 시장은 100조원이 넘는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는데, 세계 시장을 100%로 봤을 때 국내시장은 5%도 안 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획기적인 금융지원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태양광산업에 대한 자금지원 형태를 보면 금융권을 통한 펀드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펀드를 운용하는 금융권에선 오늘 투자하면 내일 이익을 내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산업 특성상 투자에서 회수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태양광산업은 불확실한 투자대상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금융권에서 적어도 2~3년, 길게는 5년 정도까지 안정된 수익을 낼 때까지 지원해줘야 하는데 이게 현실적으로 안 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독일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처럼 우리나라도 기술 가치를 평가하는 금융시스템을 구현해 담보와 보증, 투자유치 등 금융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성장 발전시키는 제도적인 밑바탕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테면 과거 박정희 대통령이 포스코를 지을 때처럼 산업은행이 나서서 땅과 지분을 사들이고, 10~20년간 저금리로 자금을 대준 것과 같은 과감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장 미리넷솔라만 해도 장기공급 계약을 받아 공장을 증설해야 하는데, 은행 대출을 받으려면 신용등급이 일정수준 이상이어야 하고, 담보도 제공해야 한다. 미리넷솔라는 지금까지 기술개발과 공장증설에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금융기관이나 정부의 과감한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해외시장 개척의 일등공신 역할을 해내고 있는 미리넷솔라는 생산량의 95% 이상을 세계 20여개국에 수출해 매출의 90% 이상을 해외시장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스페인, 이탈리아 등 태양전지 수출 호조에 힘입어 지난 9월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고 들었다. 지난해 예상 매출액은 얼마이고, 이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지난해의 예상 매출액은 지난 2009년보다 2.5배 증가한 1,600억원이 예상되고, 그 가운데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3배 증가한 1억3,000만달러를 달성했다. 현재 추가물량을 요구하는 고객사의 수요에 맞추기 위해 설비 규모를 300MW로 증설하고 있다.
2011년 매출 및 수출 예상액은 얼마인가? 현재 설비 규모를 300MW로 증설하고 있는데 연말에 증설이 마무리 된다. 이렇게 되면 2011년에는 3,000억원이상의 매출이 예상된다. 수출액도 2010년에는 1억3,000만달러를 돌파했고, 2011년에는 유럽은 물론 북미, 아시아시장에 연간 2억5,000만달러 이상을 수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참고로 우리 회사는 생산량의 95% 이상을 세계 2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 9월 15일 개최된 ‘캘리포니아 무역·관광협력 리셉션’에서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지사가 미리넷솔라의 캘리포니아주 진출에 환영을 표하고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캘리포니아 투자 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지난번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방한했을 때 만나서 적극 지원을 약속받은 바 있다. 우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 현지법인 ‘N솔라’를 설립하고 연간 100MW 규모의 태양광 모듈 공장을 짓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모듈공장이 완공되면 2011년부터 미국 등 북미시장에 태양전지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탈리아, 독일, 미국, 중국 등 세계 20여개국에 태양전지 공급
미리넷솔라를 필두로 국내 태양전지 업계의 해외수주가 크게 증가했다. 해외진출 성공비결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고품질 태양전지를 개발해 제품의 품질을 인정받았으며, 적정한 가격경쟁력으로 해외에서 호평받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08년 이탈리아에서 4,800여억원, 지난해 스페인에서 2,600여억원의 수주를 하는 등 현재 약 1조원의 수주 계약을 따냈고, 이들 지역 외에 독일, 대만, 중국 등 세계 20개국에 태양전지를 공급하고 있다. 또한 독일, 일본 등 세계적인 태양광 기업과 전략적인 제휴를 맺어 지난해 일본 미쓰비시 계열의 CBC그룹으로부터 30여억원의 투자유치에도 성공했다.
중국이 적극적인 투자로 현재 세계 태양전지 시장의 37%를 점유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점유율이 4%에 불과하다. 중국을 따라잡을 방안은 없나? 우리 미리넷솔라처럼 세계적인 기술수준에 올라서 있는 국내 태양전지 기업들이 고효율 20% 셀 생산에 성공한다면 세계시장 제패도 그리 먼일은 아닐 것이다. 고품질의 태양전지 개발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저가전략을 내세운 중국 업체들과 차별화해야 한다. 참고로 중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앞장서 지난 4월 국가개발은행을 통해 세계적 태양광 기업인 썬텍, 잉리솔라, 트리나솔라 등에 1,160억위안, 우리 돈 20조원을 저리로 시설확대 자금으로 지원하는 등 태양광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육성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지원으로 인해 중국은 태양광 분야에 규모의 경제를 이루며 세계시장의 37% 이상을 점유하고 있고, 앞으로 더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국산 제품은 품질이 다소 낮아 유럽, 미국 등 까다로운 선진국 고객들의 기호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 10월 13일 ‘신재생에너지 5대강국’ 비전을 발표했다. 특히 2015년까지 태양광산업에 20조원을 투자해 세계시장 15%를 점유한다는 야심찬 전략도 발표한 바 있다. 태양전지 등 10대 핵심 원천기술 개발과 태양광 장비 등 8대 부품소재 개발 등 태양광을 ‘제2의 반도체산업’으로 육성시킨다는 계획이 성공한다면 중국을 곧 추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정부는 올해 태양전지 수출 1억달러 달성이 가능한 미리넷솔라 등 50개 기업을 글로벌 스타기업으로 집중 육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리넷솔라 이상철 회장. 태양광 업계의 ‘봉이 김선달’로 불리는 이상철 회장은 1972년 체신부 대구체신청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1979년 입사한 동아건설에서의 10여년에 걸친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고 1993년 KT에 통신장비를 공급하는 IT업체 미리넷을 창업했다. 이어 2005년에는 태양전지 셀을 제조하는 미리넷솔라를 설립하고, 2008년에는 잉곳, 웨이퍼 제조사인 미리넷실리콘을 잇따라 설립해 태양광 밸류 체인을 구성해나가고 있다. 이상철 회장은 2008년 태양광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대한민국 녹색에너지 우수기업’ 대상을 받은데 이어 ‘2010년 한국을 빛낸 올해의 무역인’으로 선정됐다.
과감한 연구개발로 세계에서 인정받는 고효율 제품 개발
국내 태양광 기업들이 세계시장을 제패할 수 있는 전략을 제안한다면? 세계 태양광시장은 매년 40% 이상 성장해서 2014년 말 시장규모가 1,000억달러, 우리 돈으로 100조원 규모로 메모리 반도체시장과 맞먹는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누적 발전설비 용량 기준으로 5년 후 100GW 규모로 유럽시장의 점유율이 낮아지고, 최근 정부 주도의 강력한 육성책을 펴고 있는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와 북미시장은 연 평균 50%대의 고속성장을 보일 것이다. 과감한 연구개발로 세계에서 인정받는 고효율의 제품을 개발하는 길이 최선이다. 이를 위해서 정부나 국책연구기관, 학계가 함께 협력해야 한다. 올해 우리 회사는 독자적인 기술로 17% 효율의 다결정 태양전지 양산화에 성공했으며, 앞으로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2011년에는 18%, 그리고 2013년에는 20%의 태양전지를 양산해 세계시장에 공급할 것이다.
현재의 태양광시장에서 기술은 독일, 일본 등이 앞서 있다. 우리가 과연 그들을 추월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원천기술은 독일, 일본 등으로부터 도입됐지만 우리나라가 응용기술 면에서 상당한 수준임을 고려한다면 향후 5년 내 세계시장 15% 점유가 가능할 것이다. 우리 회사에 제품 구매나 기술제휴를 위해 방문한 독일, 일본 업계 관계자들도 수년 내 우리나라가 세계 태양광시장에서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 차세대 태양전지 상용화 분야에서 앞서 있는 미국 업체들은 최근 2년 내에 독일, 일본 등을 추월하며 세계 1위에 올라서 있다. 정부의 강력한 태양광산업 육성의지에 따라 우리나라가 기술력 면에서 선진국을 따라잡고 세계 정상에 오를 날도 멀지 않았다.
2013년 연간 생산량 1GW로 세계적인 태양광 기업 도약
일전에 반도체에 이어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를 이룰 분야는 단연 태양광이고, 그 선두에 미리넷솔라가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 바 있다. 어디에 근거를 두고 있나? 앞서 말했듯 태양광은 환경과 성장이라는 세계적인 패러다임에서 가장 대표적인 에너지산업이다. 더욱이 반도체, 디스플레이와 산업구조가 유사해 이들 고급 인력과 설비 등 잘 갖추어진 인프라를 적극 활용한다면 반도체가 최고의 응용 기술력으로 세계시장을 제패한 것처럼 우리나라는 태양광을 통해 ‘제2의 반도체 신화’를 만들 수 있다. 지난번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우리 회사는 규모는 아직 작지만 연구개발만은 최고라고 자부한다. 앞에서 강조한 바 있지만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길은 기술력과 품질밖에 없다. 그래서 기술개발에 온 역량을 집중해 태양전지 효율을 높이는데 성공했고, 그래서 ‘녹색기업의 롤 모델’로 인정받게 됐다. 특히 영남대, 과기대 등 산학연 협동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국책연구기관과 공동으로 태양전지 신기술 확보 등 연구개발사업 성과를 고효율 제품 양산에 활용해 태양광 보급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업무를 소화하고 출장을 다니면서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고 들었다. 요즘 읽은 책 중에 기억에 남는 책이 있다면? 출장길에 시간 여유가 있을 때마다 서점에 들러 책을 구입해 읽곤 한다. 책은 주로 경영, 기술관련 서적과 옛 선현들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책을 고른다. 최근에 읽은 책으로는 ‘난세에 답하다’란 책이 기억난다. 450여페이지의 두툼한 책이지만 이틀 만에 다 읽었다. 중국의 사마천이 쓴 ‘사기’를 소개한 책인데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주옥같은 지혜’들을 얻을 수 있었다.
끝으로 미리넷솔라의 비전을 소개해 달라. 우리는 녹색성장을 이끌 미래 성장동력인 ‘태양전지’라는 혁신적인 아이템에 집중해 2013년까지 세계 10위의 태양전지 전문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2011년 300MW, 2012년 300MW, 2013년 400MW를 증설해 1GW의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2013년 제2공장이 완공되면 생산량이 연간 1GW에 달하고 매출은 1조7,000억원, 고용창출은 2,000명으로 늘어나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태양광 기업으로 도약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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