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최종계약 앞둔 체코 두코바니 원전 팀코리아 수주 가능성 ↑
국내 유일 원전 기자재 기업 두산에너빌리티, EU 공략에 탄력

[인더스트리뉴스 홍윤기 기자] 웨스팅하우스와의 2년간의 지적재산권 분쟁이 종결됨에 따라, 팀코리아(한전기술·한국원자력연료·한전KPS·두산에너빌리티·대우건설)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최종 수주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최종 수주까지 성사되면 두산그룹에게는 부활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7일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950원(+4.57%) 오른 2만17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원자력 기업 웨스팅하우스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한국전력(한전)이 2년에 걸친 지식재산권 분쟁을 종식하고 향후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한데 따른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2022년 웨스팅하우스는 미국 법원에 ‘한국형 원전’이 자사의 원천기술을 침해했다며 지적재산권 소송을 청구한 바 있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양측이 이번 합의를 통해 지난 약 50년간의 전통적 협력 관계를 복원하게 됐으며, 이를 계기로 한전도 법적 분쟁에 따른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해외 원전 수주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적재산권 분쟁은 지난해 7월 팀코리아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24조원 규모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의 걸림돌이 돼왔다. 이 사업은 두코바니 원전에 5·6호기 신규 원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올해 3월 경 최종 계약 체결을 앞두고, 웨스팅하우스와 지적재산권 분쟁까지 마무리 되면서 팀코리아의 최종 수주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지난해 7월 팀코리아는 최종 경쟁상대였던 프랑스 전력공사(EDF)를 밀어내고 두코바니 원전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은 두산에너빌리티 뿐 아니라 두산그룹에도 부활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팀코리아에 참여하고 있는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유일 원전 기자재 생산 기업으로, 원전 핵심 설비로 꼽히는 원자로, 발전터빈 등 원전 주기기를 국내에서 사실상 독점 생산하고 있다.
한국의 해외 원전 사업에서 주기기 공급 역할로 빠짐없이 참여해 왔다.
원전사업은 그러나 두산그룹 위기를 초래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된바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로 2010년대 국내에서도 탈원전 정책이 시행되면서 실적이 악화됐다.
지난 2014년부터 2020년 까지 연속으로 연간 당기순손실을 겪었는데 누적 당기순손실 규모는 3조7416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당시까지 두산에너빌리티의 주력 계열사였던 두산건설의 ‘두산 위브 더 제니스 미분양 사태’로 대규모 손실을 겪은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두산건설은 결국 2021년 사모펀드 큐캐피탈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 더제니스홀딩스에 매각됐다. 두산에너빌리티도 2020년 3월 한국산업은행에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하면서 채권단 관리체제에 들어갔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솔루스 등 우량 계열사를 매각하는 등에서 각고의 노력을 벌였고, 결국 2022년 채권단 관리체제에서 벗어났다.
계열사들을 매각 하는 와중에도 박정원 회장은 원전 관련 사업의 끈을 놓지 않았다. 최근에는 SMR(소형모듈원전)을 그룹의 미래 먹거리 가운데 하나로 낙점했다.
박정원 회장은 체코 두코바니 우선협상자 선정을 앞둔 지난해 5월 체코 프라하 조핀 궁전(Zofin Palace)에서 ‘두산 파트너십 데이’를 직접 주관하며 두코바니·테믈린 원전 수주전 지원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두코바니 원전 수주가 단일 계약 수주 이상의 의미를 지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체코 원전 수주에 성공하면 원전 관련 정책이 정권교체마다 변동이 큰 국내를 대신해 안정적 매출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EU 권역 국가에서 EU 기업인 프랑스 EDF를 제치고 사업을 따낸 것도 상징하는 바가 크다.
우선협상자 선정 당시에도 팀코리아가 EDF와 비교해 ‘온타임 온버짓(On Time On budget, 정해진 예산 내 적기시공)’에서 크게 앞서고 있음에도, EU 국가간 정치적 요인으로 인해 승리를 낙관하지 못했다.
EDF를 제친 두산에너빌리티 등 팀코리아가 최종 수주계약을 체결하면, 부활하는 EU 원전시장에서 팀코리아의 위상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EU는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자원 불확실성 확대와 탈탄소 압박으로 인해 원전을 탈탄소에서 원전 부활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35년간 탈원전 국가였던 이탈리아는 지난해 ‘2050년까지 전체 전력 소비량의 11% 이상을 원전에 맡길 것’이라고 선언했다.
스웨덴은 40년 이상 유지해온 탈원전 기조를 포기하고 2045년까지 10기의 원전을 확보하기로 했다. 영국도 원자력청을 신설하고 2050년가지 원전용량을 4배 확충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