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밖 우주에서만 사용되었던 태양광발전이 지구상으로 처음 도입된 것은 1970년대 초반이다. 세계 정치와 경제 상황에 따라 ‘관심과 무시’를 반복적으로 경험했던 태양광 산업은 1997년 범지구적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교토의정서 채택을 계기로 본격 성장을 시작하게 된다. 지난 10년간 매년 30~40% 정도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산업 규모가 커져왔으며, 보급 활성화와 산업 육성을 위한 각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 지원이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는 태양광 시스템의 ‘발전 단가’가 기존 전기에 비하여 몇 배 높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서는 아무리 친환경이 중요하다 해도 경제적 손해를 감수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40년간, 태양광발전 단가는 주로 산업 규모의 확대에 힘입어 크게 낮아지기는 했지만, 진정한 -저렴하고 지속가능한- 친환경 대체에너지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발전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는 기술 혁신이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효율적인 대량생산 제조공정 기술 발전 속도 빨라
태양광발전 시스템의 성능과 효율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부품은 태양전지 패널(Solar Panel)이다. 태양전지 패널은 태양광을 흡수해서 바로 전기로 변환하는 태양전지 소자(Solar Cell)와 그 소자를 보호하기 위한 포장재로 구성된다. 태양전지는 소자 물질의 전기 광학적 특성과 구조에 따라 광변환 효율이 결정되며, 다양한 물질과 소자에 대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물질 중에서 광변환 효율이 가장 우수한 갈륨비소(GaAs) 태양전지는 제조 방법에 따라 효율이 30~ 60%에 이르지만, 제조비용이 매우 높아서 인공위성 등의 특수한 용도에 국한되어 사용되고 있다. 집광형 시스템 개발을 통한 경쟁력 확보를 추구하고 있지만 물질의 희소성과 대량생산 기술의 부재 등으로 향후에도 제한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태양전지는 결정질 실리콘(Si) 태양전지이며, 광변환 효율은 15~24% 수준이다. 실리콘 태양전지는 반도체 산업의 성장 기반이 되었던 소자 기술과 제조 장비 기술의 진보에 힘입어 제조비용을 크게 줄여 왔으며, 지난 10년간 태양광 산업의 성장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심각한 기후 조건에서도 30년 이상의 발전 동작이 가능함을 보여줌으로써 신뢰성이 높은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값비싼 실리콘 기판(Wafer)을 사용하기 때문에 원가 절감에는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어 보인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신기술 개발의 노력이 진행되고 있고, 반도체와 같이 대량생산을 효율적으로 가능케 하는 제조 설비와 공정 기술의 발전 속도는 매우 빠르다. R&D 최고 효율인 24% 수준을 상업화하기 위한 저비용 생산 기술 확보가 수년 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실리콘 기판에서의 원가 혁신 없이는 근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 금속 실리콘(Metallurgical-Grade Si) 기반의 새로운 실리콘 소재 공법이나 리본(Ribbon) 형태의 실리콘 결정 성장 기술 등은 실리콘 기판 제조 원가를 현재의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술의 완성도나 상업 경쟁력 확보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한 상황이다.
값싸고 효율 높은 새로운 물질이나 소재 개발 시급
한편으로 값비싼 실리콘 기판을 사용하지 않고 가격이 저렴한 유리 기판이나 플라스틱 기판에 광전기 물질을 수 미크론 정도로 얇게 코팅하여 태양전지를 만드는 박막 태양전지 기술이 크게 진보하고 있다. 미국의 퍼스트솔라(First Solar)사는 화합물 반도체의 일종인 CdTe 물질을 사용하여 실리콘보다 절반에 가까운 낮은 비용으로 태양전지 패널을 제조하고 있다. 이 외에도 비정질 실리콘이나 또 다른 화합물 반도체인 CIGS (Copper-Indium-Gallium-Selenium)도 기술적 진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박막 태양전지 기술의 장점은 낮은 제조비용이지만 광변환 효율이 6~12% 수준 - CIGS 태양전지의 R&D 최고 효율은 20% 수준이나 대량 생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으로 낮기 때문에 태양전지 패널 외의 부가 비용이 많이 요구된다. 예를 들면, 광변환 효율이 낮기 때문에 더 많은 설치 면적과 시스템 장치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박막 태양전지를 더욱 저렴한 비용으로 제조할 수 있는 유기 물질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낮은 광변환 효율(~5% 수준)과 장기 신뢰성 확보가 문제로 남아 있다. 이 밖에도 활발하게 진행 중인 더 값싸고 더 효율이 높은 새로운 물질이나 소재 개발에 대한 많은 연구들은 현실적으로 5~10년 이후에나 상업적 가치가 확보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환경 제약 없는 태양광 기술 지속적인 개발 필요
이렇듯 다양한 태양광 기술이 서로 경쟁하면서 진보를 거듭하고 있지만, 효율성과 경제성을 모두 만족하는 소위 ‘Winning Technology’는 아직 정의하기 어렵다. 각각의 기술이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태양광발전 시스템을 사용하는 환경에 따라 상대적으로 좀 더 효율성이 높은 기술이 있을 수는 있겠다. 예를 들면, 제한된 면적에서 많은 전력 생산이 필요한 경우에는 고효율의 실리콘 태양전지 패널이 유리한 반면, 면적 제한이 없는 경우에는 효율이 낮아도 가격이 더 저렴한 박막 태양전지 패널이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설치 또는 사용 환경 제약을 받지 않으면서 경제성이 보장되는 기술의 개발이 요구되며 지속적인 기술혁신이 필요한 이유다.
경제성 확보 위한 기술혁신 반드시 이루어져야
태양광 산업의 눈부신 성장에도 불구하고 ‘경제성 확보’는 여전히 어려우면서도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고 하겠다. 태양광발전의 경제성 확보에 필요한 초기 산업 규모 확대를 위해 각국 정부는 막대한 재정 지원을 하였으나, 최근 독일을 시작으로 그 규모가 빠른 속도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과거 일본에서 정부의 재정 지원 중단이 태양광 수요를 급격하게 위축시켰던 예를 생각해 보면 지금 태양광 산업은 중요한 기로에 서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정부 주도의 경제적 지원 없이도 태양광발전 단가의 ‘Grid Parity(기존 전력비용과 동등해지는 태양광발전의 전력생산 비용)’ 도달이 이루어지면 태양광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그러나 개인이든 정부 차원이든 사용자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Grid Parity’보다 훨씬 낮은 발전 단가가 확보되어야만, 그리고 그러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혁신이 반드시 이루어져야만 비로소 태양광발전이 진정한 대체 에너지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40년간, 태양광발전 단가는 주로 산업 규모의 확대에 힘입어 크게 낮아지기는 했지만, 진정한 친환경 대체에너지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발전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는 기술 혁신이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정 지 원 LG전자 상무
미국 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고효율 다결정 실리콘 태양전지 연구’ 논문으로 USA 학위를 받은 필자는 현재 LG전자 Solar 연구소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저널 및 국제학회에 40여편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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