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다시 삼성이다(上)] 위기에 강한 삼성의 힘 … '재계 맏형’의 시간이 온다
  • 한원석 기자
  • 승인 2025.02.18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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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에서도 무죄로 ‘사법 리스크’ 사실상 종식…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참가 기대
오픈AI·소프트뱅크와 720조원 규모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추진에도 더 힘 실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삼성이 위기를 딛고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재용 회장의 결단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관측이다. /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심에서도 무죄를 받으며 사실상 경영 일선 복귀의 ‘9부 능선’을 넘었다. 이 회장의 무죄 판결은 삼성이 새로운 도약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고, 삼성이 극복해야 할 과제와 이재용 회장의 역할, 그리고 ‘뉴 삼성’ 시대에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이 어떤 전략을 펼칠 지에 대한 전망을 상·중·하 3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주]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당합병 및 회계 부정 혐의 재판에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사법 리스크’로 인한 경영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뉴 삼성’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기 위한 조직 개편과 미래 먹거리 투자에 전념할 수 있는 기본토대가 비로소 구축됐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이 회장에 대해 대법원 상고로 방침을 정하면서 이러한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에 삼성의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한 신속 행보가 지체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 檢 상고 결정에 “경제 폭거” 비판 고조돼… 이복현 금감원장, “국민께 사과”

서울중앙지검은 형사상고심의위원회의 ‘상고 제기’ 심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재용 회장 등을 대법원에 상고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6일 대검찰청에 형사상고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상고 이유에 대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의한 그룹 지배권 승계 목적과 경위, 회계 부정과 부정거래 행위에 대한 쟁점이 엇갈렸다”면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정·재계 등에서 검찰의 상고 결정에 대해 거센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의 무리수는 자신들에게 부메랑이 될 것”이라며 상고하지 말것을 재차 촉구하기도 했다.

여권의 하태경 보험연수원장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친(親)삼성 발언을 한다"고 전제하면서 "검찰의 상고 결정은 검찰권 남용이자 경제 폭거”라고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특히 당시 검찰내 수사팀장이었던 이복현 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례적으로 “공소를 제기했던 사람으로서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이같은 분위기를 감안할때 검찰은 기계적으로 상고를 결정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그렇지 않아도 주요 정부기관 가운데 신뢰도가 바닥 수준인 검찰이 자충수를 뒀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 등기이사 선임 ‘무산’ 가능성… “과감한 투자 나서야”

앞서 항소심 무죄 판결 이후 재계를 중심으로 이재용 회장이 결국 등기이사로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사법리스크를 떨쳐낸 이후 등기이사 복귀는 이재용 회장이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대내외적으로 삼성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회장은 항소심 후 첫 공식 일정으로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회동을 갖고 삼성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참가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스타게이트’는 오픈AI와 소프트뱅크가 추진하는 5,000억달러(약 720조원) 규모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프로젝트다.

여기에 박학규 사장이 지난해 11월 사장단 인사를 통해 DX부문 경영지원실장(CFO)에서 그룹 컨트롤타워인 사업지원TF 담당으로 이동하며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점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는 계기가 됐다. 삼성전자가 공시한 날이 이 회장의 항소심 판결 다음 날인 4일이어서 이 회장의 사내이사 복귀 가능성이 더욱 부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의 대법원 상고에 따라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이러한 전망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대법원은 1·2심과 달리 법리적 판단만을 내리는 ‘법률심’인 만큼 무죄 판결이 뒤집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사법 리스크로 인한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 컨트롤 타워 재건 등 위기 돌파를 위한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 또한 팽배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발간한 보고서의 발간사를 통해 “최고경영자의 등기 임원 복귀 등 책임경영 실천을 위한 혁신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명시함으로써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를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이재용 회장에 대한 판단은 사법적으로 9부 능선을 넘었고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어 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예상하면서 “하지만 검찰의 상고 결정이 나온 만큼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후에야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내다봤다.

오 소장은 삼성의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사법리스크와 상관없이 기업 차원에서 투자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국내외 정치적인 상황과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을 고려하면서 적절한 타이밍에 삼성의 과감한 투자 결정도 이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 주주가치 제고 움직임 가속화… “M&A에 투자했어야”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앞서 추진한 3조원 규모의 1차 자사주 매입을 예정보다 앞당겨 완료한데 이어, 추가로 3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한다고 밝혔다.

18일 삼성전자는 최근 매입한 보통주 5014만4628주와 우선주 691만2036주의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공시했다. 당초 17일까지 매입을 완료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앞당겨 13일까지 모두 매입한 것이다. 총 소각 예정 금액은 모두 3조487억원으로, 당초 계획보다 487억원 가량 늘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추가로 보통주 4814만9247주와 우선주 663만6988주의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취득 예정 금액은 보통주 약 2조6964억원, 우선주 3036억원이다. 취득 예상 기간은 오는 19일부터 5월 16일까지로, 유가증권시장을 통해 장내 매수할 계획이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이날 이사회 결의에 따라 약 5000억원은 임직원 상여 지급 등 주식기준보상(RSA)을 목적으로, 나머지 약 2조5000억원은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 등의 목적으로 취득할 예정이다. 사실상 2조5000억원을 추가로 소각한다는 방침으로 해석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15일 주주가치 제고 등의 목적으로 총 10조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향후 1년 내 분할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공시했다. 이는 삼성전자 주가가 공시 전날(11월 14일) 4만9900원에 장을 마감하며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5만원선이 무너졌기 때문에 당시에는 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회장이 경영을 진두 지휘했다면 삼성전자의 주주 환원 정책이 선제적으로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아쉬움 섞인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할 경우 주주 가치 제고 방안의 규모가 커짐과 동시에 실적 개선을 통한 주가 상승이 이뤄질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는 진단인 셈이다.  

반면 삼성전자가 10조원의 자금을 자사주 매입 등 일시적인 주가 부양이 아닌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더욱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투입했어야 한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이와관련, “10조원을 자사주 매입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경영 활동에 쓰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예를 들어 인수·합병(M&A)에 그 정도 투자를 했으면 삼성이 보다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이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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