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역대 최초로 대통령이 외인 투자자 상대 설명회...'박스피 탈출 총력전'
이준석, 주주충실의무 담은 상법 개정 지지...이번 대선에선 자본시장 공약 없어

제21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6-3 ‘장미 대선’의 막이 올랐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6월에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지난 19대 대선과 마찬가지로 당선 확정과 동시에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다. 차기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출범하게 되므로 각 후보의 공약이 그대로 정책으로 반영되고 실행에 옮겨질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특히 대한민국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경제 분야에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무역전쟁, 급속도로 발전하는 과학기술 등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어서 대선 후보들의 공약은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산업과 금융 등 특히 경제분야를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향후 5년을 책임지려는 각 후보들의 분야별 공약을 입체적으로 조망해본다. [편집자 주]
① 캐즘·고관세·고환율 ‘삼중고’ 빠진 전기차 업계…“대선 후보들, 공약 전무(全無)”
② ‘K-방산’ 선점 공약 쏟아진다…‘4대 강국’ 가능할까
③ 1311만 청년층 표심 잡아라...대선 후보들 청년정책 포인트
④ 'K 주식시장 살리기' : 이재명 "코스피 5000 달성" vs 김문수 "박스피 탈출"

[인더스트리뉴스 김은경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나란히 21대 대선 공약으로 국내 주식시장 살리기를 내걸었다. 이재명 후보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으로 외국인 투자를 촉진해 코스피 5000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김문수 후보는 역대 최초로 대통령이 직접 해외투자자를 상대로 IR을 개최하는 등 '박스피' 탈출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을 밝혔다.

◆ 지난 대선 이어 또다시 코스피 5000 들고나온 이재명..."결코 불가능은 아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대선에 이어 코스피 5000달성을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MSCI선진지수 편입으로 인한 외국인 투자자 유치와, 장기적인 산업전환을 이룬다면 코스피 5000 달성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19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지난 3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우리 증시가 성장성·투명성·공정성을 갖춰 코스피 4000 시대를 넘어 5000시대를 향해 가는 원대한 대장정이 현실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가 코스피 5000달성의 핵심 포인트로 짚은 과제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MSCI 신흥국 지수에 포함돼 있으며, 이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 규모는 2조 달러(약 2400조원) 수준이다.
반면 선진국 지수의 추종 자금 규모는 12조달러(약 1경4300조원)에 이르며, 증권업계에서는 선진국 지수 편입만으로도 최대 65조원의 해외 투자금이 국내 자본시장에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재명 후보 역시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의 첫 단계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는 지난해 11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내총생산은 세계 9위이고 주식시장 시가총액 역시 세계 8위로서 한국 경제는 이미 선진국 지위를 인정받고 있다"며 "지난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도 한국의 지위를 선진국으로 올렸는데, 자본시장만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한국이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 최소 18조원에서 최대 62조원의 외국인 자금 순 유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올해 초 발간한 보고서에서 "올해 들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한 층 더 심화된 상황"이라며 "지난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국내 상장기업의 주가-장부가 비율(PBR)은 선진국의 52%, 신흥국의 58%에 불과하며, 우리나라는 분석대상 45개국 중 41위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을 세부적으로 보면 미흡한 주주환원 수준, 저조한 수익성과 성장성이 가장 컸다. 또한 취약한 기업지배구조, 회계불투명성, 낮은 기관투자자 비중 등이 지목됐다.
이재명 후보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내놓은 '코스피 5000시대' 전략은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과 '기업지배구조 투명성'으로 압축할 수 있다.
이 후보는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꺼내 들었다. 그는 “한 번이라도 주가조작에 가담하면, 다시는 주식시장에 발을 들일 수 없게 하겠다”며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사전 모니터링과 범죄 엄단 시스템을 확실하게 보강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에서 추진하다가 무산된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가 상법에 반영되면 주주들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또한 기업의 투명성이 높아지며 궁극적으로 자본 시장의 건전성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후보가 내세운 상법 개정안에는 ▲이사의 주의 의무에 주주 이익 보호 의무 성문화 ▲사외이사 명칭 '독립이사'로 변경 ▲집중투표제 활성화 ▲쪼개기 상장 시 모회사 일반주주 신주 우선배정 ▲상장회사 자사주 소각 제도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단계적 확대 ▲합병 시 기업가치 공정평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상법 개정의 핵심인 '주주 이익 보호 의무 성문화'는 현재 상법 제382조의3(이사의 충실의) 1항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는 조항에 이어 2항 '노력 의무 조항'을 추가함으로써 노력의 의무를 법적으로 명확히 규정하겠다는 내용이다.
아울러 개정안에서 도입을 추진하는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임 시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주주들에 부여하는 방식으로, 소수주주들의 의결권이 보다 강화돼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로 평가된다. 이는 사외이사 제도의 독립성을 높이고,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쪼개기 상장(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일반 주주에게 신주 우선 배정은, 공모주 중 20% 이내를 모회사 일반 주주에게 우선 배정한다는 방안으로, 모회사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분할 후 상장된 자회사의 가치를 기존 주주가 함께 나눠갖는다는 취지다.
이재명 후보는 또 상장회사의 자사주 소각이 제도화 되면 기업 가치가 상승하고 주주 이익 증진과 주식 시장 활성화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여기에 더해 ▲부실기업 퇴출 간소화 ▲배당소득 분리과세하는 소득세법 개정 등도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이 후보는 배당소득세 조정 등 당근책에 대해서는 "주주환원율이 중국보다 낮다"며 "조정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세수 감소를 감당할 만큼 긍정적인지에 대해서는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신중론을 내비쳤다.

◆ 김문수, 역대 최초로 해외투자자 대상 대통령 IR...박스피 탈출 정조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박스피(상자에 갇힌 듯 답답한 주가 흐름)를 탈출하지 못하는 국내 주식시장을 지적하면서 K자본시장 선진화 공약을 제시했다.
김문수 대선캠프는 지난달 26일 “국민의 자산 증식을 넘어 국가적 경제성장을 위해 반드시 장기 박스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역대 최초 대통령의 해외투자자 IR(Investor Relation) ▲상장사 중심 거버넌스 선진화 및 배당소득세 폐지 ▲경제사범 처벌 대폭 강화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 후보는 또 금융경제자문위원회(경제부총리·한국은행총재·금융위원장·금융감독원장·민간전문가)를 신설해 현황 브리핑을 실시할 계획이다.
김 후보는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저평가 되는 이유를 정책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보고 시장과 적극적인 소통으로 이를 극복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한편 상장사 중심의 지배구조 선진화도 추진한다. 상장사의 주주보호 의무를 대폭 강화하는 한편 사외이사의 전문성을 제고한다는 복안이다.
전문경영인의 투자 및 경영판단의 합리성 등이 인정되는 경우 배임죄 처벌을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대목은 특히 눈길을 끈다. 이를 통해 신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구상을 엿볼 수 있다.
반면 경제사범에 대해서는 처벌 강도를 무기징역, 재취업 영구 금지 등으로 대폭 강화하는 등 주주들을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 자본시장의 신뢰성을 높이겠다고 김 후보는 밝힌바 있다.
김 후보는 관련 세금 개혁도 추진한다. 먼저 배당 소득세를 폐지해 배당을 활성화해 주주 환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장기주식·펀드 보유자 세제혜택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지원 확대도 추진키로 했다.

한편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를 비롯한 나머지 후보들은 자본시장과 관련된 공약을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대신 이 후보는 지난해 1월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공약'에서 ▲주주충실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 ▲경영권 인수 시 주식 100% 공개매수 의무화 ▲물적 분할을 통한 쪼개기 상장 금지 ▲자사주 소각 의무화 ▲상장회사의 전자투표제와 전자위임장 도입 ▲집단소송제도 간소화 개혁 ▲손해배상 청구 시 증거개시제도(디스커버리) 도입 ▲거버넌스 개선 기구의 국회 설치 등을 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