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패션브랜드 韓시장 ‘직진출’ 성공할까?…1조 가치 ‘뉴발란스’의 향배는
  • 서영길 기자
  • 승인 2025.02.25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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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와 20여년 동행한 뉴발란스, 2027년 韓법인 세워 직접 영업
해외 브랜드의 ‘내 브랜드 내놔’식 직진출, 현지화 영업 역량에 달려
“이랜드 통해 한국서 사업 전개하려는 해외 브랜드들 여럿 줄설 것”
뉴발란스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사진=이랜드월드
뉴발란스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사진=이랜드월드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글로벌 브랜드지만 한국 시장에선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브랜드가 ‘이 기업’만 만나면 리브랜딩에 성공할 뿐 아니라 국내 시장에 안착, 주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동력을 얻게 된다. 

‘이 기업’은 바로 이랜드그룹의 지주사인 이랜드월드다. 이 회사는 자사 브랜드를 키우는 것과 해외 브랜드 라이선스(상표) 계약을 통해 존재감을 키우면서 5조원대 연 매출을 달성하는 등 성장 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그러다 최근 복병을 만났다. 이랜드월드 매출의 약 30%를 받쳐주던 글로벌 브랜드 ‘뉴발란스’가 한국법인 설립을 선포하며 한국시장 직진출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우군이 갑작스레 적군으로 돌변한 모양새다. 양사의 20여년 동행이 종료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

다만 국내 패션·유통 업계에서는 해외 브랜드들의 ‘이제는 잘 나가니 내 브랜드 내놔’식의 한국시장 직진출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25일 이랜드에 따르면 최근 이랜드월드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인 뉴발란스와의 라이선스 계약을 2030년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양사는 2008년 첫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올해까지 17년을 동행했다. 2030년까지 함께하면 이랜드와 뉴발란스는 무려 22년을 비즈니스 파트너로 손을 맞잡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미국 뉴발란스 본사의 한국법인 설립이 확정되면서 양측이 갈라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간 뉴발란스 본사의 한국 시장 직진출 설이 지속적으로 거론돼온 상황에서 이랜드월드가 최근 이를 공식화한 점이 주목된다.

이랜드에 따르면 뉴발란스 본사는 한국법인을 설립한 뒤 2027년 1월 1일부터 한국 시장에 직접 뛰어든다는 구상이다. 요컨대 2026년까지는 기존대로 이랜드가 사업을 지속하고 2027년부터 2030년까지는 뉴발란스 본사가 직접 유통을 하거나 이랜드월드가 기존 대로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이랜드 측은 2030년 이후에도 계약관계가 지속될 가능성은 아직 열려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20여년 이어져온 양사 간 오랜 신뢰가 여전히 저변에 깔려 있다는 얘기다.

앞서 뉴발란스 본사 측의 한국법인 설립 소식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양사가 결별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이랜드 측은 이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이랜드 관계자는 “(양사 간) 계약이 종료될 것이라고 가정을 하는 것 자체가 매우 부정적 시각”이라며 “양사는 현재 서로 굉장히 의지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저희가 (뉴발란스와 계약 종료된 이후에 대해) 대책을 세워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푸마 사례 등 여타 해외 브랜드 본사의 한국 시장 직진출 실패 사례를 (뉴발란스 본사 측에서도) 잘 알고 있다”며 “서로 잘해보자는 분위기인데 오히려 언론에서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측면이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뉴발란스 모델 아이유./사진=뉴발란스 홈페이지
뉴발란스 모델 아이유./사진=뉴발란스 홈페이지

◆ “한국 내 뉴발란스 ‘브랜드 파워’는 이랜드가 만든 것”

이랜드 측이 직진출 실패 선례로 언급한 ‘푸마 사례’는 한국에서 브랜드가 잘되니 직접 운영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신 독일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푸마를 일컫는다.

푸마는 이랜드월드와 1994년부터 라이선스 계약으로 손잡고 한국에서 영업을 전개했다. 이랜드는 푸마를 국내에 들여와 첫해 매출 100억원에 불과했던 브랜드를 2007년 20배가량 키워 연 매출 2000억원대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러자 독일 푸마 본사는 이랜드와 라이선스 계약을 종료하고 2008년 한국법인 설립 후 독자적으로 국내에 직진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막상 독자적인 영업에 나서면서 현실의 벽에 부딪쳤고 곧바로 내리막길에 접어들고 말았다.

푸마 본사가 직진출하며 세운 푸마코리아는 10여년이 지난 2019년 매출이 1746억원으로 쪼그라들었고, 2022년에는 1333억원으로 매출이 대폭 감소했다. 마지막 공시인 2023년 12월 기준 푸마코리아의 매출은 1256억원으로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 1000억 이하로 떨어질 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빠져있는 상태다.

한편 2007년 푸마와의 계약이 종료된 직후인 2008년 이랜드가 곧바로 손잡은 브랜드가 바로 뉴발란스다.

뉴발란스는 이랜드월드가 처음 국내에 유통시키기 시작한 2008년 연 매출이 250억원에 불과했다. 이듬해 650억원으로 2배 이상 성장한 뒤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넘기면서 국내 '메가 브랜드'로 급성장했다.

이랜드는 뉴발란스 도입 후 16년만에 브랜드 가치를 40배 넘게 키워냈다. 이는 해외 브랜드의 라이선스를 통한 한국 시장 진출 사례 중 매출 규모가 가장 큰 수준이다.

이처럼 뉴발란스의 덩치는 비대해졌지만 한국 시장에서의 이같은 브랜드 파워가 곧 뉴발란스 브랜드 자체의 파워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국내에서 뉴발란스가 메가 브랜드로 성장한 배경에는 유통‧마케팅을 현지에 맞게 펼쳐온 이랜드 특유의 운영전략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패션 업계의 한 관계자는 “푸마도 자체 브랜드 파워로 한국 시장에서 성장했다고 오판하며 라이선스를 가진 현지 기업의 영업‧마케팅 역량을 무시해 결국 시들해진 브랜드가 되고 말았다”며 "뉴발란스라고 예외가 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라이선스를 들여와 성공시키는 기업들은 기존 브랜드를 그대로 들여와 사업을 전개하지 않는다”며 “해외 브랜드를 들여와 상품도 개발하고, 자체 생산도 하고, 브랜드의 새로운 라인도 전개한다”고 현지 유통을 맡은 기업의 역량에 따라 브랜드의 성패가 갈린다고 강조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아마도 이랜드와 뉴발란스의 계약이 종료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이랜드를 통해 한국에서 사업을 전개하려는 해외 브랜드들이 여럿 눈독을 들이거나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며 “이랜드가 다른 브랜드와 공식 논의를 하지는 않겠지만 물밑에서 여러 브랜드들과 접촉하고 있을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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