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10곳 중 3곳, 작년보다 올해 자금 사정 악화”…호전 예상은 11% 그쳐
  • 한원석 기자
  • 승인 2025.03.0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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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협 매출 1000대 기업 조사… 악화 31%·호전 11%
5곳 중 1곳,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취약기업’
서울 여의도 업무지구 모습. /사진=GettyImage
서울 여의도 업무지구 모습. /사진=GettyImage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국내 대기업 10곳 중 3곳은 올해 자금 사정이 작년에 비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금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조사돼 올해 기업들의 자금 운용이 한층 더 어려워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6일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1000대 기업(공·금융기업 제외, 100개사 응답)을 대상으로 자금 사정을 조사한 결과, 전년 대비 올해 자금사정이 악화됐다고 응답한 기업의 비중은 31%였다.

이는 호전됐다는 응답(11%)의 3배에 달해,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매우 심각한 지경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작년과 올해가 비슷하다는 답변은 58%였다.

자금 사정이 ‘악화’됐다고 응답한 기업을 업종별로 보면 건설·토목(50.0%), 금속(철강 등 45.5%), 석유화학·제품(33.3%)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한경협은 이들 업종이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와 글로벌 공급과잉 영향으로 장기 부진을 겪고 있어 자금 조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자금 사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환율 상승’(24.3%)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23.0%), ‘높은 차입 금리’(17.7%) 등의 순이었다.

대기업 자금 사정 현황 및 악화 요인. / 자료=한국경제인협회

어려운 자금 사정에도 작년과 비교해 올해 기업들의 자금 수요는 연말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36.0%로 감소(11.0%)에 비해 3배 이상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의 과반(53.0%)은 올해도 작년과 유사한 수준에서 지출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금 수요가 주로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부문은 ‘원자재·부품 매입’(39.7%)이 가장 많았고, ‘설비투자’(21.3%), ‘차입금 상환’(14.3%), ‘인건비·관리비’(14.0%) 순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25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0%에서 2.75%로 0.25%p 인하했지만, 여전히 기업 5곳 중 1곳(20.0%)은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취약기업’으로 집계됐다. 취약기업은 영업 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 기업을 말한다.

한편 기업 10곳 중 6곳(58.0%)은 연말 기준금리가 현 수준(2.75%)에서 머물거나(36.0%), 오히려 1차례 이상 인상(22.0%)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기업들은 올해 원/달러 환율 최고점이 1500원에 근접(1495.8원, 응답기업 평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정적인 자금 관리를 위해 정책당국에 바라는 과제로 ‘대내외 불확실성 해소 노력’(34.3%)을 최우선으로 꼽았고, ‘환율 등 외환시장 변동성 최소화’(25.7%), ‘정책금융 지원 확대’(15.3%), ‘원자재·소재·부품 수급 안정화’(12.3%) 등을 지적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최근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경기불황을 겪고 있는 건설, 철강,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자금 사정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환율 변동성을 축소해 기업들의 외환 리스크를 완화하고 정책금융·임시투자세액공제 확대 등의 금융-세제지원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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