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비리 배경에는 ‘제 식구 감싸기’ 문화
내부 감찰 부서, 투서 접수후에도 미온적 대처

[인더스트리뉴스 이주엽 기자] KDB산업은행의 한 지점장이 여신 업체들에 수백억 원대의 대출을 제공한 후 두 자녀의 채용을 청탁한 것으로 감사원 조사 결과 밝혀졌다. 또한 대출 브로커와 결탁해 부실기업에 대출을 실행, 산업은행에 100억 원대 손실을 입힌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이 6일 발표한 ‘산업은행 정책자금 운용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은행 충청지역 지점장 출신 A씨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거래한 여신 업체 7곳에 약 322억 원의 대출을 실행하면서 아들과 딸의 취업을 청탁했다.
A씨의 자녀들은 해당 업체들을 번갈아가며 입·퇴사를 반복했으며 딸 B씨는 2016년부터 2019년 사이 4개 업체를 전전했다.
특히 아들 C씨는 2019년 3월 한 업체에 취업한 지 두 달 만에 해당 업체가 산업은행에서 65억 원의 신규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이런 과정에서 3개 업체가 부실화하며 산업은행이 89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A씨는 대출 브로커 D씨와 결탁해 일반 금융권 대출이 어려운 7개 기업에 286억 원을 대출했고, 이 가운데 4개 기업이 부실화하며 산업은행은 152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감사원은 A씨가 대출 심사를 조작하도록 지시하고 실무자들이 반발할 경우 인사 고과를 언급하며 압박했다고 전했다. 감사원은 이같은 비리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해 8월 A씨를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했으며 산업은행에는 A씨의 면직을 요구했다.
감사원은 A씨의 대담한 행위 배경에 산업은행 내부의 ‘제 식구 감싸기’ 문화를 지적했다. 내부 감찰 부서는 A씨 관련 투서를 접수하고도 미온적으로 대처했으며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총 6번의 징계 심사에서 모두 ‘주의’ 조치에 그쳤다.
한편, 산업은행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KDBI)도 2021년 대우건설 매각 과정에서 비공개 협상을 벌이며 논란을 빚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KDBI는 당시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중흥건설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밀실 협상을 진행했다. 1차 입찰 당시 중흥건설이 경쟁사였던 DS네트웍스 컨소시엄(DS)보다 5000억 원 높은 금액을 써냈다는 사실을 파악한 KDBI는 중흥건설에 재입찰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후 2차 입찰에서도 중흥건설과만 추가 협상을 진행하며 ‘앞자리에 1자를 보여 달라’는 구체적 가격 요구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DS 측에는 별다른 협상 없이 수정 제안서를 제출하라는 통보만 했다. 사전 정보가 없었던 DS는 2조 원을 제시했지만 중흥건설은 1차 입찰가보다 2400억 원 낮춘 2조617억 원을 제시하며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했다.
KDBI는 대우건설 매각을 성과로 홍보하며 임직원 11명에게 총 45억 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산업은행이 2011년 동일 지분을 3조2000억 원에 매입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매각으로 최소 1조 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감사원은 산업은행에 내부 통제 시스템 강화를 요구하는 한편 KDBI의 매각 과정 전반에 대한 추가 조사를 권고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측은 “감사원 지적 사항을 면밀히 검토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