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최근 5년간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인수합병(M&A)은 48건에 달했지만, 대부분 1000억원 미만의 소규모 거래와 지분인수 형태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글로벌 수준의 흡수합병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제약업체들의 인식 전환과 정부 차원의 지원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이 4일 발간한 ‘바이오헬스산업 브리프 432호’에 따르면 지난 5년(2020년~2024년 11월) 사이 이루어진 국내 제약 산업 M&A 건수는 비공개 등 거래 규모 확인이 어려운 5건을 제외하면 모두 43건이었다. 이 가운데 1000억 원 미만 거래가 34건으로 전체 거래의 79%를 차지했다.
1억달러(한화 약 1400억원) 이상 규모 거래는 9건으로, 대부분 셀트리온·롯데·SK 등 대기업 중심 거래들이었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BMS시큐러스 공장 인수, SK팜테코의 미국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위탁개발생산(CDMO)인 CBM인수, SK바이오사이언스의 IDT바이오로지카 인수, CJ의 네덜란드 CGT CDMO인 바타비아 인수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이 생산 역량 및 기술 향상을 위한 대규모 투자에 따른 것이라고 진흥원 측은 분석했다.
국내 기업들 사이 거래(Domestic M&A)를 살펴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삼성바이오에피스 단독경영을 위한 바이오젠 보유지분 인수건 이외에는 1000억 원 미만 소규모 거래가 대부분이었다.
진흥원은 “이들 거래는 주로 신기술(파이프라인) 확보를 통한 신약 개발 역량강화 또는 사업다각화가 목적인 지분 인수 거래로 분석된다”면서 유한양행, 일동제약, 동구바이오제약 등 중견 제약사의 최근 바이오벤처 지분 투자를 통한 경영권 확보를 예로 들었다.
유한양행은 ‘프로젠’ 인수를 통해 다중표적 항체기반 플랫폼 기술을, 일동제약과 제넥신은 각각 ‘아이리드비엠에스’와 ‘이피디바이오테라퓨틱스’ 인수를 거쳐 TPD 관련 플랫폼 기술을, 동아에스티는 ‘앱티스’ 인수를 통해 ADC플랫폼 기술을, Dx&Vx는 ‘에빅스젠’ 인수를 통해 세포조직투과전달 플랫폼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빅파마(대형 제약사)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과 외연 확대를 위한 전략 수단으로 M&A를 활용해 합병 거래가 전체의 73.2%(693건)을 차지했다.
이와 달리 국내 업계의 M&A는 대부분 ‘지분인수’ 형태로 추진돼 산업 전반에서 글로벌 수준의 흡수합병 추진을 위한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메가 딜을 성사시킬 만한 현금성 자산이 아직 부족한 단계라고 진흥원은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 5년 사이에 있었던 국내 제약바이오 M&A 48건 가운데 87.5%에 해당하는 42건이 지분인수 거래였다.
진흥원은 “산업 생태계 선순환을 위한 회수 과정이 기업공개(IPO)에만 편중되어 있고 M&A는 상대적으로 외면을 받고 있다”며 “시장변화 대응과 안정적인 성장 구조를 갖추기 위해 M&A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진흥원 관계자는 이어 “글로벌 수준에서 주로 이뤄어지는 M&A는 합병 후 통합(PMI) 과정까지 생각하면 부담해야 하는 리스크와 실패 확률이 높은 전략”이라며 “국내 산업 내 성공적인 M&A에 대한 노하우가 확산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 노력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국내 전통 제약사들은 그간 제네릭 위주 사업 구조로 M&A 대상으로 매력적이지 않은 데다, 오너 경영체제로 M&A에 소극적인 면이 있어왔기 때문에 긍정적 인식 확산과 함께 M&A에 대한 역량 강화를 위해 실무 지원이 수반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제약바이오 펀드 내 의무 투자 비율 요건에 M&A를 추가하거나, M&A만을 목적으로 한 정부 펀드를 신규 조성하는 방법과 같은 활성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