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강조해오던 국회의원들 장외 투쟁에 국민들 불편할 수 밖에" 지적도

[인더스트리뉴스 김희선 기자] 길어지는 탄핵 정국에 여야의 장외 투쟁과 극한의 정쟁으로 ‘반도체 특별법’, ‘하늘이법’ 등 한때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던 민생법안들이 점점 소외되고 있다.
국회 상임위원회 중 교육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 3월 전체회의 및 법안소위 개회 횟수는 저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상임위원회는 총 14곳으로 특정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여러 의원들로 구성된 집단이다. 상임위는 본회의에 안건을 부치기 전, 법안을 토론하고 다듬는다. 즉 법안을 만들어가는 조직이다.
법안을 만들어가는 상임위 회의가 제대로 진행 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탄핵 정국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의 늦어지는 선고로 여야의 정쟁이 극대화되면서 의원들은 법안보다 여론전에 몰두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를 위한 장외 투쟁을 국회에서 광화문 광장까지 확대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 지도부의 신중론과 달리 헌법재판소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는 등 장외 투쟁을 이어갔다.
일각에서는 국회의원들이 광장까지 장악하면서 거리 집회를 이어가는 상황을 두고 국회 복귀와 동시에 입법 활동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여전히 장외 여론전은 뜨거운 상태다.
특히 지난 2월 10일 대전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의 칼에 찔려 숨진 고(故) 김하늘 양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이른바 ‘하늘이법’을 두고 여야 의원들이 앞다퉈 입법 경쟁을 시작했다. 정부·여당에서도 당론으로 추진할만큼 관심이 뜨거웠으나 현재 논의는 중단된 상태다.
‘하늘이법’ 핵심은 △교원 정신질환 검증 체계 강화 △정신질환 등으로 교직 수행이 곤란한 교원에게 직권휴직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교육공무원법 강화 △학교전담경찰관(SPO)을 1명씩 의무 배치 등의 내용이다.
10건이 넘는 ‘하늘이법’ 입법 경쟁이 시작됐을 당시, 교사들과 학부모 단체들은 진상규명 뒤 신중한 입법을 촉구했다. 이들은 졸속 입법을 우려하며 실효성 의문을 제기한 것인데, 졸속 입법은 입법 절차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평가되는 경우로 지적되고 있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실 관계자는 “탄핵 상황으로 상임위 개최가 쉽지 않다. 2월 셋째주 상임위에서 현안 처리를 위해 법안소위 일정 등을 잡아 법안 처리 논의에 속도를 내려고 했는데 속도 있게 법안을 만들기 보다는 천천천히 논의를 하자라는 의견으로 3월로 미뤄졌다”며 “그런데 탄핵 상황에 접어들면서 교육위 여야 간사 합의가 안되면서 멈춰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반도체 특별법’도 주52시간 근로시간을 두고 여야 이견으로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특별법’은 △반도체 클러스터 지정 및 육성 시책 시행 △대통령 직속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설치 △신속 인허가 패스트트랙 도입 △5년 단위 반도체 경쟁력 강화 계획 수립 등을 내용으로 하는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등의 내용이 핵심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해 11월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근로시간 규제 예외를 적용하는 조항을 포함한 법안을 발의했다. 이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근로시간 특례 조항을 제외한 채 법안을 우선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지난 2월 27일에는 해당 조항을 제외한 법안을 패스트트랙(국회법 제85조의2, 안건의 신속처리)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더욱이 탄핵 정국을 맞이하면서 이러한 여야 간 이견을 좁힐 수 있는 상임위 개최도 불발되면서 법안 처리에 난항을 겪고 있다.
고동진 의원실 관계자는 “반도체 특별법 처리를 두고 주52시간 근로시간 특례 조항을 빼고는 거의 다 합의가 된 상황”이라며 “탄핵 선고 관련 정쟁이 이어지면서 3월에는 상임위 일정이 아쉽게 잘 잡히지 않았다. (고동진 의원도) 여당 간사에게 상임위 개최에 대해 계속 말씀드렸으나, 상황이 상황인지라 간사 간 협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국회의원들의 우선 순위는 입법 활동, 의정 활동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 의무를 다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은 탄핵 국면이다보니 다들 장외 투쟁에 집중하면서 국회 활동은 더 저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민들 입장에서는 민생은 챙기지도 않고 장외 투쟁에만 몰두하는 상황이 상당히 불편할 수 밖에 없다. ‘탄핵 정국이니까 어쩔 수 없다’라고 핑계를 대면 안되고 탄핵은 탄핵이고 국회 안에서 정상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 빨리 해결을 해 주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한편 헌재가 오는 4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기일을 확정하면서 탄핵 정국이 마무리된 이후 민생을 강조해왔던 국회의원들이 정상적으로 의정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