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준 태 국립공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호주 뉴사우스웨일즈(New South Wales)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을 거쳐 1998년부터 공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필자의 주요 연구분야는 태양에너지 이용 기술의 건축적 적용으로, 현재 Asia-Pacific Partnership for Clean Development & Climate(APP)의 고효율 건물분야 한국측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일정규모 이상의 발전사업자에게 총 발전량 중 일정량 이상을 신재생에너지 전력으로 공급토록 의무화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 Renewable Portfolio Standard)는 이미 미국, 영국, 이탈리아, 스웨덴, 일본 등에서 시행중인 제도로 향후 국내 태양광시장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RPS는 기존의 발전차액지원제도와는 달리 신재생에너지 공급을 직접적으로 에너지공급자에게 의무화하여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달성에 보다 유리한 면이 있다. 특히 태양광발전 산업의 육성 측면에서 시행초기 5년간 할당 물량을 집중 배분받게 되어, 즉 다른 신재생에너지원과는 별도로 2012년 263GWh, 2013년 552GWh, 2014년 867GWh, 2015년 1,209GWh 및 2016년 1,566GWh의 의무공급량 적용으로 태양광시장의 안정적인 확대가 기대된다.
한편 별도 의무량이 부과된 태양광발전의 경우 기존 발전차액지원제도와 RPS 시범사업에 적용되지 않았던 설치에 따른 가중치 적용으로 PV 시스템의 설치에 대한 조건 분석이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건축물 등 기존 시설물에 설치한 여부에 따라 가중치를 0.7에서 1.5까지 인정 용량을 서로 다르게 산정하게 된다. 발전원가, 온실가스 감축효과, 산업육성효과, 환경훼손 최소화, 해당 신재생에너지의 부존잠재량 등을 고려해 정해진 REC 가중치는 5대 지목(전, 답, 과수원, 목장용지, 임야)에 설치한 것이 0.7, 건축물 등 기존시설물을 이용하지 않는 기타 지목의 경우 1.0과 1.2의 가중치가 부여된다. 건축물 등 기존시설물을 이용해 설치하는 경우 가중치는 1.5가 된다. 여기서 건물을 이용해 PV를 설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그동안 건물을 대상으로 한 PV 설치에 대한 방식과 사례가 다양하게 소개되었으나 아직 건축적 요소로서 PV를 적용하는 것은 특수한 경우로 여겨지는 것이 사실로 아직 보편적인 적용방식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REC를 통해 건축물 등 시설물을 이용하는 경우 5대 지목에 설치하는 것에 비해 매우 유리하기 때문에 PV 시스템의 건물 적용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PV 시스템의 건물 적용 유형
지붕 적용 방식
지붕 위에 PV 시스템을 설치하는 방식(그림 1)은 건물의 구조 및 재료에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태양광 모듈을 설치할 수 있고, 일사량 확보에 유리한 경사면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PV 시스템의 발전 효율을 높이는데 유리하다. 신축 건축물과 기존 건물의 지붕 모두에 적용이 가능하며, 지붕에 별도의 지지구조물을 통해 일반 PV 모듈을 설치하는 방식과 지붕의 마감재료로 제조된 특화된 건자재형 모듈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건자재형 PV 모듈로는 슁글이나 지붕기와의 형태가 있다. 천장이나 아트리움의 상부에 빛 투과가 가능한 PV 모듈을 적용하게 되면 건물 내 자연채광을 유입하는 것이 가능하다(그림 2).
입면 적용 방식
이 방식은 PV 모듈을 건물의 입면 마감재료로 적용하는 것(그림 3)이며, 가장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커튼월 공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 PV 모듈을 기존 외부 마감재료인 유리, 금속판 등에 대신해 사용하는 것으로 상업용 건물에 보다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다. 기존 벽체에 PV 모듈을 적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PV 모듈 설치장소가 필요하지 않고 기존의 외장 결합구조물을 이용하게 되면 공사의 효율성과 비용절감 효과를 증진시킬 수 있다. 또한 벽면에 다양한 형태와 색상의 PV 모듈을 건축적 외장요소로 적용하게 되면 미적으로 우수한 건물외관을 조성할 수 있다. 단지 이 방식은 수직으로 이루어진 벽면에 PV 모듈을 적용하면 PV 모듈에 도달하는 일사량이 줄어들어 PV 시스템의 발전 효율은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지붕면 적용방식과 마찬가지로 반투명한 모듈을 이용하면 자연채광을 실내로 유입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공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외벽 마감재로서 중요한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에 외기에 대한 대응뿐만 아니라 구조적, 의장적 요인들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차양 적용 방식
차양은 창문으로 유입되는 일사를 조절하기 위한 장치이며, 다양한 재료와 디자인으로 구성된다. 건축구조체 자체를 이용해 차양의 역할을 하는 형태도 있고, 경량의 금속판이나 차양막 등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PV 모듈의 차양 적용 방식은 불투명하거나 반투명한 형태의 PV 모듈을 건물의 창호 위나 전면에 설치해 차양의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그림 4). 차양으로 적용된 PV 모듈은 전기 생산과 빛 조절의 기능 이외에도 건물의 이미지를 향상시키는 디자인적인 요소로서의 역할까지 기대할 수 있다. 차양으로 적용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 유형이 있는데, PV 모듈을 창호에 수평방향 또는 수직방향으로 설치하기도 하고, PV 모듈의 형상을 작게 하여 루버의 형태로 적용하기도 한다. PV 모듈이 건물입면에 직각으로 면하도록 설치하기도 하고, 창호 위에 경사를 주어 설치하기도 한다. 남측 경사면은 상대적으로 많은 일사량을 받기에 유리해 경사 차양이 전기 생산효율 측면에서 유리하다. PV 시스템의 전기효율을 증진시키기 위해 차양으로 적용된 PV 모듈의 경사를 태양고도에 따라 변동시키는 방식도 있다.
PV 건물 적용시 고려할 요소들
일반적으로 건물일체형 PV(BIPV)의 성공적인 통합을 위한 설계 시에 고려해야 할 요소는 다음과 같다.
● PV 모듈의 의장성
- PV 모듈 또는 PV 모듈이 적용된 건물 또는 조형물이 의장적으로 아름답게 구성되었는가?
● 건축물 또는 환경조형물과의 통합성
- 기존 건물에 PV 모듈을 단순히 부착한 형태인가?
- 계획 초기단계부터 의도한 설계개념이 체계적으로 최종대상물에 조화롭게 통합되었는가?
● 기능성
- PV를 통해 발전된 전기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요처가 고려되었는가?
- PV 모듈의 전기 생산 역할과 함께 건축(또는 환경물) 마감재료로의 기능을 잘 충족시켰는가?
- BIPV의 기본개념과 요구기능을 잘 이해하고 설계에 반영하였는가?
● 혁신성
- 태양전지와 PV 모듈, PV 어레이 등 구성요소 및 구성요소간의 결합방법 등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는가?
- 다른 에너지 요소(예를 들어 태양열)와 복합적으로 시스템을 구성했는가?
● 실용성
- 실제 PV 설치와 유지, 보수 및 운전이 합리적이고 용이한가?
● 성능과 효율
- PV의 발전성능 및 효율에 대한 고려를 적절히 하였는가?
- PV 모듈의 온도상승을 방지하기 위한 별도의 고려가 있는가?
- 태양광의 최대 유입을 위해 PV 모듈의 방위 및 경사도를 적절히 고려했는가?
- 설치된 PV 모듈간에 또는 주변 구조물에 의해 PV 모듈에 음영이 생기는가?
- PV 모듈의 면적 및 총 발전량에 대한 고려가 적절히 계획되었는가?
● 경제성
- PV 모듈 및 시스템의 제작방법이 실용적이고 비용측면에서 효율적인가?
- 시스템의 초기 투자비 회수기간이 적절한가?
● 설계의 유연성 및 다양성
- 계획된 PV 모듈 및 BIPV 건물, 환경조형물 등의 설계안이 다양한 기후조건이나 지역 등에 확대 적용될 수 있는가?
RPS를 위한 BIPV 적용
그동안 BIPV의 보급 확대에 대한 장애요인으로 규정과 기준, 시장성, 기술적 문제 등이 제시되어 왔다. 규정상의 장애는 PV 모듈이 새로운 건축 재료로 인정되지 못하거나 행정적인 절차가 기존방식과는 다른데서 오는 어려움 등을 포함한다. 시장성 측면에서는 BIPV가 아직 비싸고 다양한 기능에 대한 가치 환산이 이루어지지 않아 확대보급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기술적인 장애요인은 건물 적용을 위한 재료로 BIPV의 규격화가 미비하다는 것과 전기생산과 다른 기능과의 통합적 고려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기술적 장애요인에서 PV 시스템의 건축적용에 대한 중요한 의사결정 권한을 갖고 있는 건축가들이 대체적으로 PV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BIPV의 적용에 소극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 PV의 효율적인 건물 적용을 위해서는 건축가들이 건축계획 초기단계부터 PV 시스템을 고려하도록 기술적인 측면의 지원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PV 시스템의 전기 생산 극대화뿐만 아니라 PV 모듈의 설치방식 및 유지보수의 용이성, 우수한 외관, 건물의 구조적 부담 등에 대한 고려가 포함된다.
PV 시스템 지붕 적용
RPS를 위한 신재생에너지 전력공급은 PV 시스템의 건축물 적용을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PV 시스템의 건축물 적용에 대한 가중치를 떠나서라도 BIPV가 부여하는 다양한 장점, 즉 건축마감재의 절감에 따른 비용의 절감, 건축 마감방식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건축 의장의 도입, 일사와 채광의 조절, 열원의 활용 등과 복합적 효과 확보 등과 같은 효과를 고려할 때 더욱 그러하다. 건물을 대상으로 PV를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디자인 단계에서 태양광발전 적용을 고려하고 많은 투자가 이루어진 경우와 넓은 지붕면적을 갖고 있는 기존 건축물을 대상으로 PV 시스템을 대규모로 설치한 경우를 소개한다.
신축 건물 지붕 적용사례 : Akademie Mont-Cenis
이 건물은 1999년 독일 헤르네시의 광산지역 개발의 일환으로 조성된 복합기능의 건물로 교육시설, 시청사, 회의장, 주거시설 등 9개의 건물이 거대한 외피구조에 감싸진 형태로 건축되었다. 그림 5와 같이 자연형 에너지 조절기법이 설계단계에서 잘 반영되어 겨울철과 여름철 모두 건물의 에너지 절감이 이뤄지도록 했다. 건물 조성 당시 태양광발전 시스템이 지붕과 벽면에 일체형으로 적용된 가장 큰 단일 프로젝트였으며, 전체 PV 시스템의 용량은 1MWp로 PV 어레이 면적은 약 10,000m2에 달했다.
지붕에 적용된 PV 모듈은 반투명한 형태의 패턴을 갖는 모듈로 전기생산과 동시에 건물에 부분 음영을 제공하고 직사 일사와 눈부심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도록 했다. 각 PV 모듈당 태양전지가 차지하는 면적비율이 58~86%로 다양하며, 이에 따라 패널당 전기용량도 192~416Wp까지 다르다.
설치된 PV 시스템은 건물 자체에서 필요로 하는 전기사용량보다 많은 연간 750MWh의 전력을 생산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 사례는 과거 광산산업이 왕성하던 지역의 개발을 위해 복합기능의 건물을 조성한 사업으로 유럽연합 등의 지원을 통해 PV 시스템을 포함한 건물의 친환경적 에너지기술 요소에 대한 효율성과 건축적 적용성이 사전에 검증되고 구현되었다.
기존 건물 지붕 적용사례
기존 건물에 PV 시스템을 설치할 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은 기존 건물의 성능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새로운 구조물을 조성하고 PV 모듈을 설치하는 것은 건물의 구조, 외관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PV 모듈 설치를 위한 구조체의 견고성, 하중을 고려한 PV 모듈 및 설치 구조물의 경량화, PV 효율 증진을 위한 각도 및 방위 유지, PV 모듈이 받는 풍하중의 경감, 구조체에서의 누수 방지 등을 고려한 설치방법이 바람직하다.
산업용 건물이나 전시장과 같이 대규모 지붕을 구성하는 건물의 경우 대규모 PV 시스템의 설치가 가능하며, 앞서 언급된 다양한 고려사항이 반영된다면 향후 RPS를 통한 PV 시장의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사진 3은 뮌헨의 신 전시장(New Munich Trade Fair Centre) 지붕에 설치된 PV 어레이의 모습으로 2002년까지 2.1MWp 용량의 PV 시스템이 설치되어 지붕에 적용된 대형 PV 프로젝트로 소개되고 있다. 대형 공간 구성을 위해 사용된 대면적 지붕구조재의 돌출된 부분(Rail)을 잘 활용해 PV 모듈 설치 구조재를 결합했고, 지붕구조체와 PV 설치구조체와의 직접 결합에 따른 누수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결합부분에서 지붕구조체에 천공이 생기지 않도록 특수한 금속부속품을 사용했다.
RPS 제도를 통해 건물을 활용한 PV 시스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어 향후 태양광 시스템의 건물 적용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판단된다. 이때 PV 시스템의 경제성 확보에 도움이 되도록 설치방식을 고려해야 하며, 또한 건물이 그 자체로 고유기능을 수행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구조적, 기능적, 의장적 요소 등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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