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는 라틴어로 ‘사자’를 뜻하며 강인함과 용기, 리더십의 상징으로 여겨져
20년간 페루에서 선교사로 봉사했으며 페루 시민권 취득 후 페루 대주교로 임명
신학적으로 중도 성향, 교회 내 개혁파와 보수파 사이서 균형 이룰 적임자로 평가

[인더스트리뉴스 이주엽 기자] 전 세계 가톨릭의 새 수장으로 미국 출신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69)이 선출됐다. 새 교황이 탄생한 건 지난달 21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한 지 17일 만이다. 그는 교황 즉위명으로 '레오 14세'를 선택하며 가톨릭 역사상 첫 미국인 교황으로 기록됐다.
현지시간 8일 바티칸에서 진행된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에서 133명의 추기경 선거인단은 네 번째 투표 끝에 레오 14세를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했다. 새 교황의 선출로 콘클라베는 이틀 만에 종료됐으며 이는 비교적 신속한 결정으로 평가된다.
■ 레오 14세, 이름에 담긴 의미
'레오'는 라틴어로 ‘사자’를 뜻하며 강인함과 용기, 리더십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바티칸 측은 “19세기 말 노동권과 사회 정의를 강조한 레오 13세의 가르침을 계승하려는 뜻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레오 14세라는 이름은 레오 13세의 회칙 레룸 노바룸(Rerum Novarum)에 담긴 현대 가톨릭 사회 교리의 연속성을 상징한다”며 “특히 인공지능 시대의 노동과 생존 방식에 대한 교회의 고민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 미국 국적, 페루 경험… “가장 미국적이지 않은 미국인”
1955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레오 14세는 1982년 사제 서품을 받은 뒤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에서 활동했다. 이후 20년간 페루에서 선교사로 봉사했으며 2015년 페루 시민권을 취득하고 같은 해 페루 대주교로 임명됐다.
AP통신과 영국 텔레그래프는 “전 세계적으로 세속적 영향력이 큰 미국 출신 교황에 대한 거부감이 존재했지만 레오 14세는 ‘가장 미국적이지 않은 미국인’으로 평가받는다”며 이례적인 선출 배경을 설명했다.
■ 개혁과 전통 사이… 균형자 교황의 등장
레오 14세는 2023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교황청 주교부 장관에 임명되며 교황직에 바짝 다가섰다. 주교부는 교황청 내에서 신임 주교 선출을 관장하는 핵심 조직으로 그는 여성 3명을 투표단에 최초로 포함시키는 등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드라이브를 주도해 왔다.
신학적으로는 중도 성향으로 알려져 있으며 교회 내 개혁파와 보수파 사이에서 균형을 이룰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 첫 메시지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레오 14세는 이날 저녁 성 베드로 대성전 발코니에서 군중 앞에 등장해 이탈리아어로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La pace sia con tutti voi)”라고 인사했다. 이어 스페인어로도 같은 말을 반복했으며 영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전통에 따라 라틴어로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 축복을 내렸다.
등장 당시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생략했던 진홍색 모제타(전통 망토)를 착용해 전통으로의 복귀를 암시하기도 했다.
■ 정치권 반응… “미국인 교황, 영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Truth Social)’을 통해 “첫 미국인 교황이라는 사실이 정말 영광스럽다”며 “레오 14세를 만나길 고대한다”고 밝혔다.
레오 14세 교황의 즉위 미사는 오는 11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열리며 전 세계 언론과의 첫 공식 대면은 12일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