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처참한 수준...진보색채 상실, 민주당 2중대 오명 벗어나려 대선서 안간힘
"재벌은 세계적 수준...국민은 가난해지고 불평등, 차별 문제는 더 심각해져"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21대 대선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3파전으로 치러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도 있다. 이번주 일요일(18일) 열리는 첫 TV토론회도 이들 4명의 후보가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일 전망이다.
민주노동당은 과거 정의당에서 명칭을 변경해 이번 대선을 치른다. 정의당은 22대 총선에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해 사멸의 처지로 몰렸으나 이번 대선에서 당명을 바꾸며 전환점을 마련하려고 한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이라는 당명은 대선 기간에만 사용하는 임시 이름이다.
앞서 정의당은 노동당·녹색당, 민주노총 일부 산별노조 등과 ‘사회대전환 연대회의’를 결성하고 대선을 함께 치르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에 따라 사회대전환 연대회의는 지난 4월 30일 권영국 정의당 대표를 대통령 후보로 최종 선출했다.
그리고 ‘사회대전환 연대회의’의 공동 대응 취지를 살리기 위해 당명도 정의당을 벗어나 '연대'의 취지에 맞게 새롭게 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통합적인 이름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합의를 이뤄 당명을 변경했고, 대선 이후의 당명에 대해선 정해진 바 없다”며 “민주노동당은 단단한 초심으로 하나 된 진보정치의 뜻을 모아 차별 없는 나라, 함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치는 박정희 군사 독재 정권 이래 보수와 진보의 거대 양당 체제로 지금까지 지속돼 오고 있다. 그에 따라 기득권 정치의 적대적 공생 관계가 오랫동안 굳어져 정치 개혁과 자체 정화작용은 너무도 어려운 과제로 여겨진다. 개혁신당이 양당 체제 사이를 뚫고 이번 대선에서 분투하고 있지만 힘이 부치는 모습이다.
여기에 제4의 주자인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또한 안타까운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정치의 다양성 추구라는 대의와 명분은 있지만 민주노동당이라는 정치세력의 현실적 상황은 처참할 정도다. 리얼미터가 16일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13~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만4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6·3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지지도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51.9%,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33.1%,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6.6%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다.

여기에 황교안 무소속 후보 1.7%, 구주와 자유통일당 후보 0.8%,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0.6%, 송진호 무소속 후보 0.4% 순이었다. 이번 조사는 무선 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응답률은 9.6%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정의당이 지난 총선에서 참패한 뒤 민주노동당의 이름으로 이번 대선에도 참여하고 있지만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수준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는 그동안 정의당이 보여준 지리멸렬한 모습을 그대로 대변하는 결과다.
민주노동당은 그동안 노동, 복지, 성평등 등의 진보 이슈에서 완전히 그 본연의 색깔을 잃고 너무 '관료화' 돼 버렸다. 적당히 정치인 흉내를 내며 이미지 관리를 하다 보니 핵심 지지층인 진보적 청년층, 시민사회세력 등이 “이도 저도 아닌 당”으로 인식하며 등을 돌려버린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이도 저도 아닌 나락으로 떨어진 결정적 원인은 민주당 2중대 프레임에 완전히 고착됐기 때문이다. 진보정당 본연의 목소리와 대안(그 실현 여부를 떠나)을 제시하지 못하고 중요한 정치 국면마다 민주당의 장단에 맞추려는 기회주의적 태도를 보였고 그런 모호한 전략은 유권자들에게 “차라리 본진(민주당)을 찍겠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민주노동당을 찍어 그 정치적 효능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런 정당의 존재 이유는 없는 것이다. 지난 총선 때 의석수 전무의 참패는 국민들이 더 이상 민주노동당의 '적당한 가치 놀이'를 인정해주고 동정해주지 않겠다는 단호한 '절연' 선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대전환 연대회의’를 중심으로 하는 진보정치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국회의 한 보좌관은 이에 대해 "이번 대선에서 권영국 후보와 민주노동당의 존재는 비록 지지율 면에서는 미미할지라도 정치 지형의 다양성과 건강한 민주주의의 복원이라는 측면에서 소중한 의미를 가진다"라고 말했다.
거대 양당이 오랜 세월 이어온 적대적 공생 구조 속에서는 이해관계가 충돌해도 결국 '변화 없는 안주'로 귀결되기 일쑤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삶에 전가됐다. 소수 정당이 대중적 지지와 국회 의석수 확보라는 현실적 상황을 타개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양당 구도 속에 매몰돼 본연의 가치를 관철해나가지 못한다면 존재 이유가 없다.
정치권에서는 앞으로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소수정당에 대해 변화와 혁신, 그리고 그들의 가치와 철학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앞서의 보좌관은 이에 대해 "소수진보정당들이 양당 기득권이 외면한 기후 위기, 노동권, 돌봄, 사회안전망 등과 같은 표는 안 되지만 반드시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의제를 정치 테이블에 올려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마중물의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치란 결국 다양한 삶의 형태들이 제도 속에서 어떻게 조화롭게 상생해 나가는지 고민하는 과정이다. 다양성이 말살된 정치, 비판과 대안이 부재한 민주주의는 그 존재 가치가 위협받게 된다. 이번 대선에서 ‘진보의 목소리’가 작다고 해서, 지지율이 미미하다고 해서, 득표의 소구력이 떨어진다고 해서 진보정치가 추구하는 가치 또한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소수의 선택이 다수의 안주보다 더 나은 미래를 열 수도 있다.
지난 5월 15일 '거리의 변호사'로 불려온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약자에 대한 혐오의 배경에는 불평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서로 분배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으니까 불평등으로 인해서 격차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며 "자신들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불만이 결국은 사회적 약자를 공격하는 쪽으로 가서 혐오가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 하나는 정치적인 문제가 있다"며 "양당 진영 정치를 보면 상대방을 악마화하고 공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적인 혐오나 갈등을 오히려 진영 정치가 상대방을 악마화 하는데 조장역할을 해 왔다는 것이 혐오를 더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재벌들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갔지만 일하고 있는 국민들은 상대적으로 계속적으로 가난해지고 있는 이런 불평등이나 차별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며 "그래서 제가 이번 대선에서는 특히 커지고 있는 혐오, 이 부분의 갈등이 어디서 비롯되고 있는지 그리고 불평등이 이렇게 심화되고 있는데 이 부분이 분배가 되지 않는 부분으로 인해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알려야 될 필요가 있겠다"고 강조했다.
권 후보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부분 그리고 불평등이나 차별, 이런 문제를 개혁하는 것 이게 또 대단히 중요한 축인데, 이게 권영국의 역할"이라며 차별과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산 불평등이 너무 심화되고 있다"며 "부동산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그래서 이러한 자산 불평등의 문제까지를 함께 같이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찾아야 이런 혐오를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시급히 해야 된다"며 "불평등을 해소에 대해서는 노동에 있어서의 불평등, 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1000만 가까이 늘어나고 있다. 이 노동시장 내에서의 불평등을 빨리 해소하지 않으면 이러한 갈등은 계속적으로 골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국 후보는 누구?
권영국 후보는 1963년 강원특별자치도 태백시(출생 당시 강원도 장성군 장성읍)에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가난 때문에 포철공고로 진학한 뒤 진학반에 들어가 서울대학교 금속공학과를 졸업했다. 본인의 자서전에 따르면 대학 시절을 보내면서 운동권에 눈을 떴다고 한다. 그저 공부하기 싫어서 시위나 한다고 생각했던 운동권들이 피를 흘리며 경찰에게 잡혀가는 모습을 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는 엔지니어-인권변호사 출신으로 노동 문제 현안을 주로 다뤄왔다. 권 후보는 ‘거리의 변호사’라는 별명이 있다. 그는 법정이나 사무실보다 시위 현장, 철야농성 현장에 더 얼굴이 알려져 있다. 권 후보는 “악다구니를 써야 하고 몸싸움도 해야 하는 현장은 사실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변호사의 품위와는 거리가 멀다”면서 “하지만 현장은 우리의 인권 현실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권 후보는 이번 대선에 나서면서 정치인으로 입지를 굳히는 계기가 됐지만 의외로 정치인보다는 변호사로 더 유명하다. 그는 쌍용자동차 사태, 쿠팡 블랙리스트, 구의역 참사,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등 현대사에 굵직한 산업재해 사건과 KTX 민영화 저지, 용산 참사, 세월호 참사, 기무사 민간인 사찰 등 사회적 참사나 사고, 폭염에 사망한 노동자 인명 사고 등 개개인의 노동관련 사건마다 담당 변호인으로 참가하며 '거리의 변호사'로 더 잘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