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모녀의 죽음...투병 중 의료급여 끊겨 생활고 끝 '참사'
  • 성기노 기자
  • 승인 2025.05.1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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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일 전 죽은 딸 장례도 못 치르고 방안에…엄마도 숨진채 발견
폴리스라인. /자료=연합뉴스
폴리스라인. /자료=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전북 익산에서 지난 18일 숨진 60대 여성이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로 안타까운 사고의 실체가 한 꺼풀 벗겨졌다.

이 여성은 50일 전 먼저 세상을 떠난 20대 딸의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자녀를 잃은 아픔을 견디다가 끝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전북경찰청과 익산시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6시께 모현동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60대 A씨는 당시 몸에 작은 쪽지와 집 열쇠를 지닌 상태였다.

이 쪽지에는 '먼저 하늘나라로 간 딸이 집에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경찰은 사고 장소에서 약 600m 떨어진 A씨 거주의 아파트 방 안에서 그의 딸(20대) 시신을 발견했다.

딸 역시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힘겨웠던 삶에 대한 내용 등을 문서 형태로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문서 작성 시점이 지난 3월 말인 점으로 미뤄 딸이 이 무렵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 모녀는 기초생활수급자로 매달 120여만원을 지원받았으나 지난해부터는 긴급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주거급여 20여만원을 뺀 100만원 상당의 의료·생활 급여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딸은 모두 병을 앓고 있어 매달 상당액의 병원비가 필요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사망 경위가 비교적 명확한 A씨를 제외하고 딸에 대해서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투병 중인 모녀가 여러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다수 발견됐다"며 "사고와 무관한 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익산 모녀의 죽음에 정치권에서도 반성과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긴급복지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기준이 받는 사람 중심이 아니라 공급자 중심으로 되다 보니 수급자들이 반드시 지원 필요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 맹점으로 지적된다. 

병원비 부담이 커도 소득이 기준치를 일정수준 넘으면 수급자에서 탈락되는 게 현실이다.  

절차가 복잡하고 심사도 길고 일부에서는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민원인 응대'로 지원을 신청하려 해도 자존감이 낮아진 당사자에게 그 자체가 큰 심리적 장벽인 것도 문제다. 서류와 기준 중심으로만 복지 공급 체계가 돌아가는 한 익산 모녀의 죽음같은 사고는 끊임없이 반복될 뿐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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