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여론조사 공표금지...'블랙아웃' 직전 1위가 대선 승리했다
  • 성기노 기자
  • 승인 2025.05.2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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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선두 유지, 김문수는 격차 줄이며 추격...이준석 10%대
역대 대선에서 여론조사 공표직전 1위가 대선에서도 승리 '공식'
정치인들, 공표금지로 유권자 수준 무시하는 오만하고 권위적 '태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왼쪽부터),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센터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선 1차 후보자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21대 대선의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28일부터 실시되는 대선 여론조사는 투표 마감 시점인 다음 달 3일 오후 6시까지 결과를 공표할 수 없다.

투표일을 일주일여 앞두고 유권자들의 판단 기준의 하나인 여론조사가 '먹통'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선거 결과를 예상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역대 대선에서는 공표 금지 직전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승부와 다르지 않게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국갤럽의 13∼20대 대선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투표일을 열흘 남짓 앞두고 치러진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린 후보는 모두 승리했다.

여론조사에서 접전이 펼쳐졌던 1992년 14대 대선(김영삼 후보 당선)과 1997년 15대 대선(김대중 후보 당선), 2002년 16대 대선(노무현 후보 당선)과 2012년 18대 대선(박근혜 후보 당선)에서도 반 발짝이라도 앞선 후보가 이겼다.

지난 20대 대선 역시 본 투표 일주일 전 갤럽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39%를 기록했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38%였다.

3년 전 블랙아웃 직전의 여론조사는 박빙이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비상계엄 이후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일단 이재명 후보가 여전히 '압도적' 우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20∼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천2명을 대상으로 한 5월 4주차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 응답률 17.8%. 이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은 45%,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은 36%였다.

제21대 대선을 열하루 앞둔 23일 서울 마포구 공덕오거리에 대선 후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날 한국갤럽이 지난 20∼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천2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45%,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36%,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10%의 지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권자 중 8%는 의견을 유보했다. /사진=연합뉴스
제21대 대선을 열하루 앞둔 23일 서울 마포구 공덕오거리에 대선 후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날 한국갤럽이 지난 20∼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천2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45%,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36%,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10%의 지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권자 중 8%는 의견을 유보했다. /사진=연합뉴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2∼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천9명을 대상으로 한 5월 4주차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무선 100% 자동응답 방식, 응답률 8.3%)에서는 이 후보가 46.6%, 김 후보가 37.6%였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9∼21일 만 18세 이상 남녀 1천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5월 4주차 전국지표조사(NBS,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휴대전화 가상번호 전화면접 100%, 응답률 26.7%)에서도 이 후보는 46%, 김 후보는 32%였다.

하지만 이 후보와 김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최근 들어 좁혀지고 있어 민주당은 긴장을, 국민의힘은 무장을 더 강화하고 있다.  

양 후보간의 지지율 격차가 줄어드는 지표를 보자. 

5월 4주차 갤럽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는 이 후보와 김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모두 9%포인트(p)였으나, 5월 3주차의 경우 갤럽과 리얼미터 조사에서 두 후보의 격차는 각각 22%p, 9.5%p였다.

NBS 조사에서도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일주일 사이에 22%p에서 14%p로 줄었다.

김 후보와 마찬가지로 추격자 입장인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상승세도 눈에 띈다.

이준석 후보는 5월 4주차에 갤럽 조사에서 10%, 리얼미터 조사에서 10.4%를 기록했는데, 이는 일주일 전보다 각각 2%p, 1%p 오른 수치다.

정체 국면에 든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과 김문수·이준석 후보의 상승세가 대조를 이루는 가운데 남은 기간 변수는 범보수 후보 단일화가 될 수 있다.

김문수·이준석 후보가 단일화를 거쳐 후보 한 명이 양측의 지지세를 100% 흡수할 경우 이재명 후보와의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들어오며 산술적으로만 놓고 보는 판세는 혼전에 빠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준석 후보 지지층들이 김문수 후보와의 단일화 성사 때 오롯이 표심이 김 후보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윤석열'을 두고 여전히 김-이 후보 지지층간의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25일 당진에서 유세 나선 이재명 후보(왼쪽부터), 보령에서 집중유세하는 김문수 후보, 종묘 인근 서순라길에서 거리유세하는 이준석 후보. /사진=연합뉴스
25일 당진에서 유세 나선 이재명 후보(왼쪽부터), 보령에서 집중유세하는 김문수 후보, 종묘 인근 서순라길에서 거리유세하는 이준석 후보. /사진=연합뉴스

이런 이유 때문에 이재명 후보 측도 "두 후보가 단일화한다면 결국 '내란 단일화'여서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단일화에 대한 국민의힘 압박에 완전히 빗장을 걸고 '옥쇄작전'에 돌입했다. 김문수 후보측은 사람도 없는 집 문을 하릴없이 두드리고만 있다. 

이 후보는 "단일화 가능성은 0%"라고 말을 하지만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마지막 김문수 후보가 어떤 경천동지 선택을 할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한편 28일부터 대선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제도'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나온다. 

일단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하고 있다. 국민들이 일주일 전까지의 여론조사에는 영향을 받지 않고 일주일 동안의 여론조사 결과 공표에는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오만하고 권위적인 것이다. 

투표일 6일 전부터 여론조사를 공개할 수 없는 공표금지 기간을 설정한 공직선거법 조항은 정치인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누리기 위해 만든 차별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법이다. 여론조사 공표를 막는 주체인 선관위도 여러 차례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국회에선 관련 법안이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새 정권이 들어서면 정치개혁 차원에서 반드시 문제 조항을 삭제 또는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의 한 전직 당직자는 이에 대해 "여론조사 공표 결과의 영향력을 선거 일주일로 수치화해 정보접근을 차단하는 정치인들은 여전히 국민들을 그들보다 수준낮은,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만 여기고 있다. 그러면서 그들끼리 세금으로 지급된 여론조사 결과를 돌려보며 잘난 척을 한다는 게 우습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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