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최종윤 기자] 국내 제조업체들이 협동로봇(Cobot)과 자율이동로봇(AMR), AI 기반 로봇 자동화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 도입률은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피지컬 AI’로 대표되는 AI 기반 자율로봇의 잠재력에 대한 기대감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는 지난 6월 11일부터 20일까지 국내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협동로봇과 AMR 도입 현황, 그리고 AI 기반 로봇 자동화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총 응답 수는 제한적이었지만, 응답 분포를 통해 현장 분위기와 산업계 흐름을 유추할 수 있었다.

협동로봇, 여전히 도입 검토 단계 많아
조사결과에 따르면 협동로봇을 이미 도입해 사용하는 기업은 20%, 도입 계획이 있는 기업은 33.3% 정도로 나타났다. 관심은 있으나 계획 없음이란 응답도 33.3%에 달했다. 다만, 파일럿 테스트 중인 기업이 13.4%로 나타나 향후 실증을 거쳐 본격 도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협동로봇은 산업용 로봇과 달리 사람과의 안전한 협업을 전제로 설계된 로봇으로, 근래에는 AI 기반 비전 시스템이나 힘-토크 센서 기반 정밀 제어 기술이 접목되며 작업 효율성과 정밀도가 동시에 향상되고 있다. 특히 QA(품질검사), 포장 및 팔레타이징, 간단한 조립 작업 등에 많이 활용된다.
최근 트렌드로는 클라우드 기반 원격 모니터링, 로봇 티칭 자동화(노코드 프로그래밍), 3D 비전 기반 인식 정밀도 향상 등이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유니버설로봇, 두산로보틱스, 한화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틱스, 뉴로메카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으며, 국내 중소 제조업계의 경우 단순 반복 작업 대체 및 인력 부족 대응 수단으로 갈수록 주목받고 있다.

물류 자동화의 중심축 ‘AMR’, “기술 진입장벽은 높지 않다”
자율이동로봇(AMR)의 도입률은 협동로봇보다 다소 낮았다. 이미 도입 기업은 26.7%, 1년 이내 도입 계획이 있는 기업은 20%, 반면 ‘관심 있으나 계획 없음’은 33.3%에 달했다. 파일럿 테스트 중인 기업은 20%로 향후 시장 확대가 예상된다.
AMR은 SLAM(Self Localization and Mapping) 기술을 기반으로 공간을 인식하고 자율 주행하는 로봇이다. 최근에는 AI 기반 경로 최적화, 비전 및 라이다 기반 장애물 회피, 클라우드 연동 물류관리 시스템(WMS)과의 연동 기능 등이 빠르게 상용화되고 있다. 특히, 제조업 내 물류 자동화에 있어 AMR은 공정 간 이송, 창고 간 물류, 야간 자율 운행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도입 시 고려 요소로는 지도 작성의 편의성, 자율주행 알고리즘의 신뢰도, 충돌 방지 기능, 그리고 기존 인프라와의 호환성 등이 꼽힌다. 최근에는 다양한 형태의 모듈형 플랫폼, 팔 달린 AMR, 협동로봇 결합형 AMR 등 하이브리드형 제품들도 등장하고 있다.

피지컬 AI, “비전·모션·판단까지 AI가 주도”
AI 기반으로 자율 판단하고 움직이는 로봇, 즉 ‘피지컬 AI(Physical AI)’는 아직 산업 내에서는 낯선 개념이지만, 제조업계의 기대감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조사 결과 “매우 확대될 것”이라는 응답이 46.7%, “일정 수준 확대될 것”은 40%로, 전체 응답의 86.7%가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반면, 해당 용어에 대해 ‘처음 들어본다’는 응답도 6.7%, ‘들어봤지만 잘 모른다’는 46.7%로 인식 격차는 존재했다.
피지컬 AI는 비전 인식, 동작 계획, 자율 제어를 하나의 지능형 로봇에 통합하는 기술로, 최근에는 딥러닝 기반 객체 인식, 강화학습을 활용한 경로 탐색, 작업자 행동 예측 등을 통해 사람과의 협업 안전성도 크게 향상되고 있다.
활용 가능 분야로는 △비전 기반 불량 판별 △작업자 움직임 예측 및 협업 △로봇 경로 최적화 △공정 이상 감지 및 대응 △디지털트윈 기반 시뮬레이션 등이 있으며, 글로벌 기업들은 이를 스마트팩토리 고도화의 핵심 축으로 보고 있다.

기술은 준비 완료, 업계 기대감 속 확산 예상
전반적으로 국내 제조기업들은 로봇 및 AI 기술이 제공하는 잠재력을 인지하고 있으나, ROI에 대한 고민, 현장에 맞는 커스터마이징 한계, 도입 인력 부족 등의 현실적 과제로 인해 신중한 접근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정부 지원 정책 확대 △성공 사례 발굴 및 공유 △도입 컨설팅 및 실증 프로그램 강화 등을 통해 중소기업 중심의 스마트제조 확산을 가속화해야 할 시점이다.

[편집자주] 로봇 자동화, 왜 지금 필요한가?
본지의 이번 조사는 국내 제조업 현장에서 협동로봇과 자율이동로봇(AMR), 그리고 AI 기반 로봇 자동화 기술에 대한 인식과 도입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진행됐다. 본지의 다른 기술분야와 비교해 다소 응답기업 수는 많지 않았다. 여전히 도입 초기로 분석된다. 다만 조사결과는 현재 산업계가 로봇 기술의 가능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동시에 실제 도입을 위한 준비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지금 로봇 자동화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이다.
인력난과 생산 유연성,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 그리고 강화되는 산업안전 규제까지. 제조환경을 둘러싼 이 네 가지 흐름은 단순히 기술을 ‘도입할지 말지’의 문제가 아니라, 경쟁력을 유지하고 생존하기 위한 최소 조건으로서의 자동화를 요구하고 있다. 로봇 자동화는 이제 특정 대기업만의 전략이 아니다. 더 작고 유연한 현장, 더 민첩한 대응, 더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보편적 도구로, 이제는 중소·중견기업에게도 현실적인 선택지로 다가오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을 ‘볼 줄 아는 눈’과 ‘현장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는 실행력’이다. 제조환경을 둘러싼 4가지 주요 흐름을 정리했다.
① [인력난 심화] 단순하고 위험한 작업, 사람이 꺼리기 시작했다
제조현장에서는 단순 반복 작업, 고온·고소 환경, 야간 교대근무와 같은 고강도 공정에서 인력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청년층의 제조업 기피, 고령화에 따른 생산직 인력 감소 등으로 인해 인건비 부담은 높아지지만, 현장 충원은 갈수록 힘들어지는 구조다. 이에 따라 단순 작업은 로봇이, 판단과 조정은 사람이 맡는 협업 구조로의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② [다품종 소량생산 확산] ‘유연성’이 경쟁력이 된 시대
소비자 수요가 다양해지고 제품 라이프사이클이 짧아지면서, 제조업계는 과거의 대량 생산 방식에서 벗어나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과제는 설비 전환 시간과 비용이다. 유연하게 공정을 전환할 수 있는 협동로봇, 작업자와 쉽게 조정 가능한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셀 단위 자동화 설계 등이 트렌드에 대응할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③ [글로벌 공급망 재편] 자립형 생산체계 필요성 대두
코로나19 이후로 시작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제조현장의 판을 바꿨다. 해외 생산에 의존하던 시스템에서, 이제는 국내 공장의 내재화·스마트화가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고객 요구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고 납기를 맞추기 위해서는 스마트하고 민첩한 로봇 기반 생산체계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로봇 자동화는 공장 전체의 속도, 정확도, 자율성을 높이는 수단이 된다.
④ [산업안전 규제 강화] 사람이 하기 위험한 작업, 로봇이 대신한다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 규제 강화로 인해 작업자 안전 확보는 기업 운영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고위험 작업 공정에서는 로봇을 통해 사람의 투입을 줄이거나 협업 구조를 바꾸는 방식이 증가하고 있다. 협동로봇과 AMR은 사람 가까이에서 작업하더라도 충돌 회피, 자동 정지, 안전 센서 등을 통해 안전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