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달만에 장관 인선 90% 마무리...문재인 정부 54일의 절반 소요
이 대통령 전력질주 견제 '레드팀' 부재와 대통령실 권력 치중은 숙제로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7월 2일로 취임 29일차를 맞았다. 2025년 6월 4일 오전 6시 21분에 제21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2일까지 숨가쁘게 달려왔다. 취임 한달을 맞은 이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일단 '속도'다. 이 대통령의 28일 레이스 '주파 실적'을 보자.
이재명 대통령의 첫 한 달은 "30일이 300일처럼 느껴졌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취임 첫날인 6월 4일, 이 대통령은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구성을 1호 행정명령으로 발동했고 당일 저녁 곧바로 첫 회의를 소집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축하 만찬에서 샴페인을 터뜨릴 시간에 이 대통령은 경제점검 행정명령을 내리며 일처리에 바빴다.
그리고 취임 당일에 김민석 총리 후보자를 전격 지명하며 인사 시계도 함께 돌리기 시작했다. 이후 취임 10일째인 6월 14일 이 대통령은 캐나다 G7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 대통령의 정상외교 무대 데뷔는 당시 해외 언론에서도 “취임식 잉크도 마르기 전”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전격적이었다.
그리고 취임 15일차인 6월 19일에는 30조 5천억 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는 대통령 취임 불과 보름 만에 이뤄진 추경 편성으로 코로나 시기보다 빠른 속도였다.
취임 20일차인 6월 23일에는 10개 부처 장관을 동시에 지명하고 1명을 유임했다. 6월 29일에는 나머지 6개 부처 후보자를 발표하면서 총 17개 부처 중 90% 인선을 마쳤다. 아직 후보자 신분이긴 하지만 이 대통령 취임 30일을 하루 앞둔 2일까지 정부 1기 내각의 90%가 채워진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54일 걸린 내각 인선을 절반 기간에 끝낸 것이다.
이 대통령이 국무총리를 포함해 8명의 현역 국회의원을 입각시킨 것은 검증 기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미 선거에서 몇 차례 최소한의 능력과 자질을 '인증'받은 선출 권력을 택했다는 점에서 효율적이라는 평가다. 또한 기업 출신을 대거 등용하거나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을 유임하는 등 국회의원 대거 입각에 따른 '식상함'도 상쇄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취임 23일차인 6월 27일엔 금융당국이 ‘1호 부동산 정책’으로 불리는 초강력 대출규제를 내놓았다.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시장 과열을 진화하기 위한 초 고강도 ‘소방호스’였다.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부동산 폭등세는 일단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취임 30일차를 맞는 7월 3일엔 이 대통령의 첫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 기존의 각본 있는 기자회견을 탈피해 국민과 직접 마주하는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국정운영 방식의 상징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취임 한달 안에 처리한 굵직한 일만 해도 내각의 90% 인선을 마친 것이나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것 등을 들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의 경우 시행 전에 그 파급효과나 후유증 등을 의식해 전격적인 처리가 쉽지 않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즉각 '진정책'을 내놓고 시장 상황을 주시하는 방식을 택했다. 다소 혼란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많지만 향후 이재명 정부의 '신속한 행정력'을 미리 보여줬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도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사결정이 빠르고 일단 확정한 것은 그대로 밀어붙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단순히 일을 빠르게만 한다는 것이 아니라 결단력 있는 국정 운영과 신속한 행정력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나 관료사회의 의사결정은 정책의 우선순위를 조율하는 데만 수개월씩 소요되거나 정치권 눈치 보기에 갇혀 ‘공론화만 하다 끝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정부의 ‘속도전’은 결정과 집행 간의 시간차를 최소화한 새로운 국정운영 방식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속도와 효율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30일 체감 300일’로 불리는 이 정부의 '풀 악셀'은 동시에 여러 가지 구조적 리스크와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장관들의 인사 검증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인사 검증이 속도에 밀렸다는 지적이다. 총리와 장관 후보자를 연이어 대거 지명하면서 ‘청문회 올림픽’이라 불릴 정도로 인사청문회가 몰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검증 일정이 분산되지 못하고 압축되면서 후보자 리스크가 한꺼번에 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인사 검증 문제는 여론 추이에 신속하고 적절하게 조응해 리스크 관리를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문제가 심각한 장관 후보자는 과감하게 대안을 모색하는 쪽으로 정리해야 한다. 꼭 사수해야 할 장관 후보자 리스트를 만들어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도 효율적인 방식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재정 운용의 불투명성을 우려하기도 한다. 정부는 취임 보름 만에 30조 원 규모의 추경안을 편성해 신속히 집행에 나섰지만 국채 발행에 의존한 재원 조달로 인해 국가채무 증가가 불가피해졌다. 단기 부양 효과는 기대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재정 건전성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수 있다. 이 재정 '균형' 이슈는 이재명 정부 5년 동안 내내 따라다닐 '골치아픈 아킬레스건'이 될 전망이다.
전격적인 부동산 대책도 속도에 비해 조율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도권 주담대를 6억 원 한도로 묶은 초강력 대출 규제는 시장 과열을 진화하겠다는 목적이지만 실수요자들의 혼란이 예상 외로 커지고 있고 거래절벽과 경기 급랭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선제 대응은 좋지만 향후 '디테일한 보완 대책'을 어떻게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초반 30일 레이스 성적에 대해 '일단 좋은 스타트'라는 반응이 많다. 하지만 두 가지 정도의 제어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먼저 이재명 정부의 레드팀 부재에 관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속도전이 현 정부의 트레이드마크가 돼다 보니 누구도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 이 대통령의 '과속'에 쓴소리와 견제의 목소리를 낼 '레드팀'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물밑에서 활동하는 레드팀이 존재할 수도 있지만 레드팀의 공개 문제제기가 국정 발목잡기와 혼선이 아니라 국정 공론화의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두번째는 대통령실로만 하중이 쏠리는 '권력 치우침' 현상을 막아야 할 필요도 있다. 관료들과 여당이 모두 '이재명' 한 사람의 드라이브 실력만 넋 놓고 보고 있으면 사고를 예방할 장치가 없게 된다.
이와 관련해 국정기획위원회(위원장 이한주)의 '과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정위가 대통령실의 속도에 맞추느라 정부부처 개편 등에 대한 공론화나 사회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결정 방식을 계속하게 되면 그 정당성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

국정위마저 방향보다 속도에만 의존해 과속을 하다 보면 그 부하가 고스란히 이재명 대통령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이 국정위에 적절한 권한과 책임을 준 뒤 양측이 국정 이슈를 분담해야 '계란을 한바구니에 담는' 우를 범하지 않을 수 있다. 대통령실과 국정위가 국정 이슈를 적절하게 분배해서 대통령실 권력 치중의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의 민주당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다소 과속을 한다면 국정위는 과속 위반 딱지가 떼이지 않도록 뒤에서 속도를 제어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국정운영의 양대 축이 모두 속도를 내게 되면 관가가 초반에는 말을 듣는 척 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나올 문제점이나 파생 후유증까지 점검할 물리적 시간이 없다. 그에 따른 책임론이 향후 불거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정부의 첫 한 달은 전례 없는 속도전으로 국정을 밀어붙이며 “행정의 타임라인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각 90%를 30일 안에 채우고 30조 원 추경, 초강력 부동산 규제를 단숨에 가동한 행보는 확실히 이전의 정치인 출신 대통령과는 달라진 ‘행정력의 정치’라고 할 만하다. 정책 발표와 집행 사이에 시간의 로스가 많았던 관료적 완충 지대를 과감히 생략함으로써 “대통령이 마음먹으면 국정은 이렇게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을 실증했다.
하지만 풀악셀의 엔진은 열을 식히지 않으면 금세 과열된다. 이재명 정부 두 번째 달부터의 과제는 명확하다. 속도를 유지하되 안전장치와 피드백 회로를 제도화하는 일이다. 대통령실이 액셀러레이터를 밟는다면 국정기획위원회와 각 부처는 브레이크와 핸들 역할을 분담해 가속과 제동장치를 교차 점검해야 한다.
또한 “레드팀은 속도 방해꾼이 아니라 엔진 과부하를 알려주는 계기판”이라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줄 필요도 있다. 속도전에서 놓치기 쉬운 비판과 대안을 이재명 국정운영의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여 제도화하는 게 장기 레이스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60일차 평가가 자못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