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산업의 불황 탈출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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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9.03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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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013 한국 태양광 산업 전망  

 

이 주 야 기자


세계 태양광 산업이 채 10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무려 1,000억달러 규모의 세계적인 산업으로 성장하는 동안 한국 태양광 산업도 지난 3년간(2007∼2010) 매출은 13.3배, 수출은 26.4배, 일자리는 7배나 증가하는 눈부신 활약상을 펼쳤다. 2008년 한때 태양광발전 설치용량도 세계 4위를 차지하는 등 한국을 대표하는 효자 산업으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각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 기업들의 생산량 증대, 그리고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전례없는 성장세를 구가하는 화려한 이면에는 생존을 건 치킨게임 경쟁으로 인한 공급과잉의 불씨를 키웠고, 가격하락의 불덩이로 커져, 팔수록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의 잿더미를 남겼다.

 

국내 기업을 포함한 유럽과 미국의 대표적인 태양광 전문기업들은 추락하는 모듈가격 때문에 타산을 맞추지 못하고 결국 도산하거나 파산의 위기로 내몰렸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닐 것이라는 두려움과 예측이 불가능한 경영 환경이 태양광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가까스로 생존한 기업들의 고민은 한가지다. 언제 태양광 경기가 살아날 것인가?

 

살아남은 기업들의 치열한 생존 경쟁의 끝은 어디인가

 

전문가들은 2011년까지 전 세계 태양광발전 규모가 65GW를 초과했으며, 태양전지 가격은 지금도 계속해서 무서운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08년 와트피크(Wp) 당 4달러였던 모듈 가격은 2012년 1월에 이르러 1달러까지 떨어졌고, 2005년 4.5GW였던 세계 태양광발전 용량은 오늘날 65GW까지 증가했다.

 

한국 태양광 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당시 최고의 성수기로 회자되는 2008년 국내에서 거래되던 태양광 모듈 가격은 4,000원을 호가했으며, 이마저도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하지만 2012년 8월 현재 평균 1,050원으로 거래되고 있다. 태양광발전 용량도 2006년 21MW에 불과했으나 2012년을 기점으로 국내 태양광발전 설치용량도 1GW를 초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성장은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등 환경적인 이슈와 화석연료의 고갈로 인한 대체에너지 개발의 필요성을 인지한 각국 정부의 보조금을 통해 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태양광을 이용할 수 있게 만들면서 가능해졌다. 자연스럽게 수요가 늘고 시장이 커지자 자금력을 갖춘 대형 기업들이 태양광 산업으로 몰려들었다.

 

특히 태양광 산업의 판도변화는 저가의 태양전지를 대규모로 생산하는 중국 기업들이 산업에 진입하면서 본격화됐다. 중국 정부 주도의 태양광 산업 진흥정책은 주효했고, 단기간에 글로벌 톱10 기업에 중국 기업들이 대거 포진하면서 전체 태양광 시장의 생산 규모는 엄청나게 증가했다. 당연하게도 과잉공급으로 가격은 가파르게 떨어졌다. 급격한 가격하락은 더 많은 수요를 유도하는 반면 태양광 제조기업의 수익성을 압박하기에 이르렀다.

 

태양광 1세대 기업으로 호시절을 영위하던 세계적인 기업들이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졌다. 가까스로 생존하고 있는 기업들도 좌불안석이기는 매 한가지다.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각국 정부의 보조금은 계속 줄어들고 있는 세태에 이르러 태양광 산업의 위기론을 거론하는 혹자도 있다. 그런데 이처럼 비관적인 상황에도 기존 중국 업체를 비롯해 새롭게 사업에 진출하고 있는 한국의 삼성SDI와 한화, 대만의 TSMC, 미국의 GE 등을 포함한 세계적인 제조 및 기술기업들이 생산능력을 크게 늘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태양광 산업은 초기 진입단계를 거쳐 지독한 성장통을 겪으며 2015년 이후의 성숙기를 바라보고 있다. 태양광 밸류체인의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을 막론하고 획기적인 기술혁신을 통해 저가화, 고효율화, 박막 등 차세대 기술개발로 비용 절감에 집중하는 기업만이 2015년 이후 보다 안정적이고 광범위한 성장의 달콤한 열매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태양광 산업의 ‘반전’ 드라마는 가능한가

 

우리나라는 일본, 독일 등 태양광발전 선진 국가들보다 후발주자로 태양광 산업을 시작했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FIT 지원정책에 힘입어 폭발적인 성장세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2007년 29MW에 불과했던 태양광발전 설치량이 2008년 257MW에 육박하면서 전년 대비 무려 6배나 성장해 스페인, 독일, 미국에 이어 전 세계 4번째로 큰 규모에 이른 적도 있었다. 특히 태양전지 제조 특성이 반도체 및 LCD 제조기술과 유사해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 거는 기대도 컸다.

 

삼성, LG 등의 숙련된 기술자,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 등 태양광 제조 인프라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우수해 국내 태양광 산업 발전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기도 했다.

 

하지만 4년이 흐른 지금 한국 태양광 산업은 굴곡의 세월을 겪어야 했다. 우선 2008년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놀란 정부가 예산부족을 이유로 FIT 용량을 제한하면서 2009년 170MW, 2010년 131MW로 점점 하락하더니 급기야 2011년에는 92MW로 뚝 떨어졌다.

 

세계 태양광발전 시장도 2008년 말 미국발 금융위기로 휘청하더니 2010년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로 태양광 보조금이 축소되면서 내리막길을 걸어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급과잉과 가격하락이 쓰나미처럼 몰려오면서 많은 기업들이 악몽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국내의 태양광 1세대 기업들이 안타깝게도 태양광의 쓴맛을 제대로 보고 눈물을 머금고 사업을 접어야 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정부가 내놓은 카드가 RPS 지원정책이다. 지난해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RPS 정책과 각종 보급사업 확대에 힘입어 올해는 추정치이긴 하나 279MW의 설치용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는 총 누적 설치용량이 1GW에 이르는 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태양광 시장이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 재고 증가 등의 어려움으로 자본 제약이 심화됨에 따라 단기적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판단한 정부는 단기 내수시장을 창출해 업계 가동율 제고 및 유동성 확보를 위해 향후 3년간 총 260MW 규모의 태양광발전 설비를 추가해 조기 건설을 추진키로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향후 5년간(2012 ~2016년) 계획된 1,200MW 태양광 의무량을 4년(2012~2015년)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즉 내년 RPS 태양광 의무량을 기존 230MW에서 330MW로 상향해 내년도 100MW 태양광 수요를 조기에 창출하는 것이다.

일단 업계의 반응을 종합해보면 ‘조삼모사(朝三暮四)’로 정리된다. 국내 태양광 정책이 FIT에서 RPS로 갈아탄 근본적인 이유가 정부의 예산부족이었는데, 없던 예산이 갑자기 생길 리는 없고 그저 심란한 시장을 잠재우기 위한 임시방편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그보다는 좀 더 현실적인 정책변화를 업계는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현재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RPS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수익의 기반이 되는 REC 가격의 불확실성을 언급한다. 그렇지 않아도 RPS 의무공급자들로 한정된 상황에서 자유경쟁시장 가격 메커니즘이 적용될 수 없고, 가격상한제의 존재와 가격하한제 부재의 폐해는 결국 태양광 업체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까운 일본을 예로 들며 FIT의 부활을 주장하는가 하면, 현행 RPS의 보완과 개선이 더 시급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으나, 이마저도 올해 말 치러지는 대선으로 인해 새로운 정부 출범 이후에나 공론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하나의 호재로 기대되는 것이 있다면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수면 태양광 가중치의 현실화 여론이다. 현재 태양광 가중치는 설치유형, 지목유형, 설비용량에 따라 0.7∼1.5까지 4단계로 차등화되어 있는데, 별도 의무량이 부과된 태양광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댐이나 저수지 수면에 설치하는 수면 태양광 설비에 대한 가중치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설치 가능한 공장지붕의 한계와 인허가 문제 등 현실적으로 공장지붕에 태양광발전을 설치하는 여건의 애로점으로 인해 수면 태양광의 가중치 문제만 해결된다면 국내 태양광 기업들에게는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 산업의 불황 탈출은 이미 시작되었다(?)

 

국내 태양광 제조 기업들이 개점휴업인 상황에서도 희망적인 뉴스가 있다면 태양광 밸류체인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기업들의 국내외 프로젝트 수주 소식이다. 태양광 최대 수요처였던 유럽이 지고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미국과 일본 등으로의 진출 소식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국내 1위 폴리실리콘 기업인 OCI가 미국법인 OCI솔라파워를 설립해 수직계열화를 완성하더니 미국 텍사스주에 400MW 규모의 태양광 프로젝트를 수주했으며, 잉곳 & 웨이퍼 제조기업인 넥솔론도 수직계열화의 일환으로 미국법인 넥솔론아메리카를 설립해 샌안토니오시에 200MW 규모의 셀 & 모듈 생산공장을 건설한다.

 

태양광모듈 기업인 에스에너지도 지난 5월 말레이시아에서 5M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사업을 수주, 동남아시아 태양광발전 시장에 진출했다.   

이미 해외진출에 성공적인 레퍼런스를 확보한 기업도 있다. 태양광 전문기업인 에스디엔은 지난 2010년 플랜트 설계, 자금조달, 시공 등 100% 국내 태양광 설비와 기술이 접목된 턴키방식으로 불가리아에 42MW급의 동유럽 최대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한 바 있으며, 태양광모듈과 인버터, 엔지니어링 등 턴키시공 능력을 갖춘 LS산전도 불가리아 얌볼시티에 14.5MW급 태양광발전소 구축을 완료하고, 상업운전을 개시하는 등 유럽 태양광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스트림부터 다운스트림까지 완벽한 수직계열화를 확보하고 있는 한화 역시 지난 5월 일본 소프트뱅크에 태양광 모듈 5.6MW 공급을 비롯해 최근에는 일본 마루베니종합상사의 500MW 규모 태양광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태양광모듈 제조와 장비, 시공 등으로 수직계열화한 신성솔라에너지도 홍콩 S&S하이테크에 700만달러 규모의 태양광모듈 공급을 수주한데 이어, 이탈리아 태양광모듈 제조업체 Silfab SPA에도 700만달러 규모의 판매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지난 5월부터 발발된 미국의 중국산 태양광모듈에 대한 반덤핑 제소로 인한 반사이익이 국내 기업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처럼 크고 작은 해외 공급계약 체결이 결국에는 국내 밸류체인 기업들에게도 좋은 기회를 제공하지 않겠느냐는 기대 섞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또 하나 긍정적인 소식은 서울시를 비롯해 경상남도, 전라남도 등 각 지자체들의 태양광발전소 건설과 학교지붕, 정수장 등의 유휴부지를 활용한 태양광발전소 시공 붐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2014년까지 공공·민간 시설에 320MW 건설을 발표한 서울시를 포함해 2016년까지 도내 공공기관에 165MW를 건설하는 경상남도와 2015년까지 신안군 해상에 100MW 규모의 해상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한다는 전라남도 등 각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태양광발전소 건설에 나서고 있다.

 

여기까지가 올해 하반기 및 내년 태양광 산업의 기회 요인이라면 악재이자 기회 요인은 지금 이 순간에도 태양광 기자재 가격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경영마진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의미다. 누가 얼마나 오랫동안 잘 버티느냐는 시간과의 싸움이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공급과잉은 관련 기업의 파산이든 수요증가든 계속 소진되고 있으며, 지금까지와 달리 가격하락 속도가 조금 완만하게 진행되는 상황을 잘만 이용하면 기업마진을 살릴 수 있는 턴어라운드 시점이 분명히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한 킬러애플리케이션의 열쇠는 관련 기업이 쥐고 있다. 원가절감을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를 잘 하는 기업만이 이익을 내면서 불황의 시기에도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태양광모듈 제조기업의 경우 가격경쟁력 있는 고효율 제품의 OEM 생산을 통해 생존할 수도 있을 것이며, 고도화된 인력을 확보하고 있는 태양광발전소 시공기업이라면 최소의 비용으로 최고의 인력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그들만의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을 모아보면 아직 더 내려갈 바닥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올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가 그 바닥의 정점이자 불황 탈출의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물론 세계 태양광 기업들의 구조조정, 각국 정부의 지원정책 변화 등 여러 가지 변수가 많아 누구도 속단하긴 이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태양광 산업은 초창기 진입기를 지나 성숙기로 접어드는 여정에서 성장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대비한 태양광 제조 기업들과 장비 기업들의 움직임도 서서히 빨라지면서 설비증설과 업그레이드를 위한 물밑 작업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등 태양광 산업의 불황 탈출 레이스는 이미 시작되었다.  

 

 

SOLAR TODAY 편집국 / Tel. 02-719-6931 / E-mail. st@infoth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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