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 수분 등의 조건에 최적화된 내구성 높은 소재 개발 박차
이 민 선 기자
2009년 즈음 태양광산업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부각되면서 시장이 급격하게 확장되면서 중국 태양광 업체의 난립과 과잉공급 등으로 최근 1~2년간 위기의 시기를 겪어야 했다. 때마침 유럽발 금융위기가 덮치면서 위기는 장기화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보조금에만 의존해 사업을 확장해 왔던 전 세계 부실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정리됨으로써 올해부터 시장 침체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업계 관계자들 역시 이를 체감하고 있었다. 에스에프씨의 박원기 대표는 “올해를 기점으로 태양광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며, “당사는 시장의 성장에 발맞춰 공장증설, 대량 및 단납기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장 호전세는 폴리실리콘 가격 상승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한때 kg당 300달러가 넘던 폴리실리콘 가격이 지금은 그 1/20에도 못 미치는 kg당 15달러 이하로 하락했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폴리실리콘 가격의 급락세가 주춤해지면서 kg당 20달러선까지 회복세를 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태양광업계가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신규사업에 투자를 확대하는 등 모처럼 활기를 찾고 있다. 한화그룹이 지난해 10월 독일의 태양광 기업인 큐셀을 인수함으로써 설립된 한화큐셀 말레이시아 공장 가동률은 최근 90%까지 상승하는 등 곳곳에서 태양광산업의 회복세가 관찰되면서 내년 시장 상황에 대해 업계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가격과 품질 확보
그간 태양광 부품소재 분야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가격 경쟁이 치열했다.
정부에서 RPS로의 제도 전환을 공표함으로써 가격은 더욱 하락해왔다. 발전사업자들이 정부로부터 일정량을 할당받으면서 저가 제품이 우선 선택되는 상황이 연출됐으며, 이로 인해 저가의 제품이 시장을 장악하게 됐다. 이러한 시장 상황으로 업계는 단가를 낮추게 되는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업체들이 제품을 저가에 시장에 공급하게 되면서 점차 제품의 품질에도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경영난까지 겹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상당수의 업체들이 정리되고 경쟁력을 갖춘 알짜 기업들이 생존하게 되면서 최근 업계는 단가 압박에서 점차 모듈의 효율 상승에 눈을 돌리고 있다. 수상, 사막용 모듈 원자재의 개발도 그 일환으로 설명할 수 있다.
현재 시장은 가격과 품질 이 두 축으로 양분화된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효율 상승을 위한 노력에 앞장서면서 가격과 품질, 두 가지 모두를 확보하려는 업계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은 긍정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차별화, 지역화된 소재 개발
최근 중동, 아프리카 등의 지역이 유망 태양광시장으로 떠오르면서 현지 환경에 적합한 다양한 소재를 적용한 모듈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태양광 모듈사들이 최근 실리콘 대신 CIGS 화합물 등을 활용한 박막 태양전지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실리콘 태양전지 부품소재를 차별화해 고온, 모래, 바람, 물 등에서도 잘 견디는 내구성을 갖춘 제품 개발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기존 실리콘 태양광 모듈은 온도, 수분 침투 등에 영향이 컸다. 이러한 외부 요인으로 인해 모듈의 효율차가 커짐에 따라 최근 업계에서는 차별화된 부품소재를 적용한 모듈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수상 태양광발전은 국내에서는 LS산전과 한국수자원공사가 선도하던 시장에 최근 신성솔라에너지가 관련 시장 진출을 공표함으로써 사업 활성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상 태양광은 지난해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가중치를 1.5로 부여한 이후 곳곳에서 활발한 보급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내구성 갖춘 소개 개발
하지만 아직 수상 태양광발전소는 수생태계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검증이 100% 확실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태양전지 부식, 계통연계 어려움, 높은 시공단가 등의 문제로 대규모 사업화까지는 극복할 과제가 꽤 많은 것으로 지적돼 왔다.
이러한 기술력의 고민은 태양광 모듈사와 함께 부품소재 관련 업계에도 이어지고 있다. LST에너지의 장규성 대리는 “최근 수상용, 사막용 모듈의 설치가 증가하면서 특수 용도의 원자재에 대한 연구개발과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 대리는 “기존에는 대부분 모듈 보호를 위해 EVA 시트를 사용하고 있었으나, 최근 이 소재보다 강력한 물성을 지닌 POE로의 대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에스에프씨 역시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 중에 있었다. 에스에스씨의 박원기 대표는 “태양광발전소 설치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모델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며, “사막형, 수상형, PID-Free 등 특성화 모듈을 위한 PV 소재의 개선 활동을 꾸준히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국내 대표적인 EVA 시트 제조업체인 화승인더스트리에서도 EVA 소재를 대체할 폴리올레핀 봉지재인 HI-EVA를 시장에 출시함으로써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화승인더스트리의 주기성 차장은 “당사에서는 차세대 봉지재인 폴리올레핀 제품을 국내 최초로 개발에 성공해 향후 그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기업, 민간의 노력 필요
최근 진행된 태양광시장의 침체, 그리고 새로운 시장 개척이 업계에서는 가장 큰 화두였다. 사실 태양광산업은 정부 주도산업으로서 정부의 보조금에 의지하는 면이 컸다. 이 같은 상황은 중국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태양광산업과 관련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점차 전 세계 업계 정리가 진행됐고 이를 통해 시장도 조금씩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태양광산업이 본래의 궤도를 찾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국민의 의식전환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독일의 경우 재생에너지의 사용과 관련해서 재단을 통해 국민 부담에 대한 인식 전환을 이뤄낸 사례가 있다.
유럽,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는 에너지안보의 차원에서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전기요금을 더 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정책을 두고 업계 육성만으로는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이와 같은 의식 전환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정부 정책에 있어서도 좀 더 구체적인 방안 및 예산 확보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현재는 발전차액지원제도가 실시되고 있지만,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서는 이 제도와 더불어 의무할당제도를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타당성을 얻고 있다.
최근 산업부에서 발표한 태양광발전 의무공급량 확대방안은 태양광발전의 활성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판단된다. RPS로의 제도 전환 후 그 미비점 보완을 위해 마련한 이 방안은 내수시장 확대를 위해 2014~2015년 태양광 의무공급량을 300MW 추가하고 태양광 보급목표를 당초 1.2GW에서 1.5GW로 늘리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한 기업에서도 양질의 제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시장에 공급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간 진행됐던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제품의 품질 문제가 지적돼 오곤 했는데, 이제는 가격과 품질이 모두 균형을 맞추는 것 또한 기업들이 해결할 과제가 될 것이다.
SOLAR TODAY 이 민 선 기자 (st@infoth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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