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코플랫폼' 통해 향후 REC, PPA 단가 예측… 연차별 RE100 로드맵 산출, 기업별 RE100 이행 전략 제시
[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2025년부터 시행 예정인 미국의 ‘탄소국경세(Clean Competition Act, CCA)’,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인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RE100을 필두로 청정산업 조성을 위한 각종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수출에 주력하는 국내 산업이 심각한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신성이엔지 재생에너지사업부문 최수옥 부사장은 “현재 국내 기업들의 RE100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며, “오히려 해외에서 한국이 저렇게 RE100 대응해도 되나 할 정도로 걱정이 많은 상황”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보급률은 여전히 낮다. OECD 국가 중에서도,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매우 낮은 편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오히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너무 높아 문제라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이에 정부는 우리나라의 환경 여건을 고려해 RE100의 대안으로 원전을 포함하는 CF100을 추진 중이다.
최 부사장은 “해외에서 CF100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일례로 유럽연합의 CBAM을 진행하려면,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arbon Disclosure Project, CDP)가 제시하는 표준 또는 인증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CDP는 재생에너지만 인정한다. 원자력은 포함돼 있지 않다. 우리가 아무리 CF100을 외친다 한들 다른 국가에서 인정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CF100은 우리나라의 이슈”라며, “중요한 것은 수출 주력 국가인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글로벌 이슈에 대응할 수 있는가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RE100”이라고 덧붙였다.
신성이엔지는 지난 2016년 국내 최초의 RE100 사업장이라고 평가받는 용인 스마트팩토리를 설립했다. 최첨단 기술이 접목된 사업장에 고도화된 에너지 절감 솔루션을 접목하고, 유휴부지에는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했다. 용인 사업장 사용 전력의 40%를 태양광이 충당한다. 이러한 경험과 태양광 모듈 제품 경쟁력과 설계·조달·시공(EPC)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수 기업에게 RE100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대한민국 RE100의 최전선에서 활약 중인 신성이엔지가 바라보는 국내 RE100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신성이엔지 재생에너지사업부문 최수옥 부사장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해외와 비교해 여전히 국내에서는 기업들의 RE100 대응이 소극적인 것 같다.
여전히 수익적인 측면에서 RE100을 바라보는 경향이 짙다. 기업 컨설팅 및 다수를 대상으로 재생에너지 구축사업 등 설명회를 진행하면, RE100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기업 관계자들이 여전히 많이 눈에 띈다.
이를 퍼센트로 계산한다면, 만약 10개 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 진행 시 1개 기업 정도만 RE100에 대한 관심을 표현한다. 나머지 9개 기업은 RE100보다는 태양광발전소를 통해 생산된 전력을 판매하거나 발전소 임대사업 등으로 관심을 둔다.
유휴부지에 태양광발전소 설치 시, 자가발전보다는 현물시장 등에 전력 판매하는 것을 고려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RE100 대상 기업은 연간 전력소비량 100GWh 이상 소비기업이거나 포츈 선정 1,000대 기업 등 글로벌 기업이다. 그러다 보니 국내에 소재한 대부분의 중견 및 중소기업들은 RE100 보다는 발전사업을 통해 기업의 이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불과 1년 전인 작년과 비교하면, RE100에 대한 인식이 많이 확대된 것을 느낄 수 있다. RE100에 반응하지 않던 RE100 대상 기업들도 올해는 더욱 적극적으로 RE100에 대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만, RE100을 이해하고 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진 기업이 전체의 10% 정도에 불과한 점은 아쉽다. 인식의 전환을 이끌기엔 여전히 부족한다.
또한, 인식을 가진 기업들도 막상 RE100을 하려고 하면, ‘계통이 부족하다’ ‘발전소를 설치할 부지가 없다’ ‘비용이 부담된다’ 등의 이유로 동력이 많이 약해진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인식을 가진 기업들도 ‘RE100은 어차피 자발적인 캠페인이고, 트렌드 같은 거다. 시간이 지나면 RE100은 유야무야 넘길 수 있다’는 생각이 인식의 저변을 이루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런 안일한 생각으로 대응하다가는 정작 중요할 때 대응하지 못해 크나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아직 탄소국경세가 본격적으로 시행되지 않아 체감되지 않을 뿐,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차이가 체감되리라 생각한다.
국내 기업들이 여전히 RE100에 소극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경영자의 철학’과 ‘의지’이다. 눈앞의 손익만 따져서는 RE100이라는 사명을 이룰 수 없다. 재생에너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미래 세대를 위해 장기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지, 이거 하면 손해는 얼마인지, 이익은 얼마인지 일일이 주판을 튕기면서 계산하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
결국 RE100 이행 기업은 단기적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가?
그렇지 않다. RE100을 통해서도 충분히 기업의 이윤을 남길 수 있다. 기업 운영에 있어 경제적 득실은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아무리 장기적 관점에서 RE100을 바라봐야 한다고 하더라도, 1차적으로는 기업의 이윤이 먼저다. 이에 당사는 자체적으로 책자를 제작, 돈 버는 RE100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RE100 이행을 계획 중인 기업에게 제시하는 전략은?
당사는 기업별 최적화된 컨설팅을 통해 RE100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 우선 기업 분석을 진행한다. 목표관리제 대상 기업인지, 탄소배출권 대상 기업인지, RE100 비대상 기업인지 등을 검토하고, 사업장별 전력 사용량과 탄소배출량, 역률 등 전반적인 사업장을 분석한다.
또한, 사업장 내 유휴부지가 있는 경우 위성지도를 통해 발전 용량을 산출한다. 발전량을 자체적으로 사용할 경우, 재생에너지 전환률을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계약 전력과 3년간의 전기요금 단가, 피크전력(요금적용전력) 등을 산출해 한전으로 납부하는 전기요금과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사용할 경우 절감되는 전기요금 등을 비교 분석한다.
대부분의 기업은 사용량보다 발전량이 적다. 이에 재생에너지 전환률(RE100 달성)을 높이기 위해 REC 구매 또는 PPA 계약을 검토한다. 당사는 에코플랫폼을 통해 과거 10년치 REC 단가와 PPA 단가, 태양광발전소 구축비용 등 다양한 정보를 활용해 향후 REC, PPA 단가를 예측한다. 이를 통해 연차별 RE100 로드맵 산출, 기업별 RE100 이행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물시장 일몰, 경매제도 도입, 분산에너지법, 실시간 전력시장,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화 등 전반적인 정부 에너지정책 등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신성이엔지가 발간한 RE100 사업 홍보 책자를 통해 태양광발전소 구축 프로세스와 발전량 활용 방안 등 기업별 최적 RE100 이행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높은 REC 단가에 부담감을 느껴 RE100을 망설이는 기업들도 많다.
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의 원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미 그리드패러티(grid parity)를 달성했다. 이에 반해 전기요금은 우상향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으로 RE100을 본다면, 오히려 빠른 대응이 기업 운영의 부담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최근 국내 태양광 시장에는 외국계 자본들이 공격적으로 태양광발전소를 매입하고 있다. 웃돈을 주고서라도 부지가 있으면 부지를 사고, 태양광발전소가 운영 중이면 발전소를 사들인다. 그 이유는 몇 년 후에는 재생에너지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해 더욱 큰 이익으로 돌아올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컨설팅 기업들이 RE100 이행에 가장 어려움을 토로하는 부분은?
태양광발전소를 구축할 장소의 부재이다. 장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구축비용이 높고 REC 단가도 너무 높아 사업 추진을 꺼리는 기업들이 많다. 뿐만 아니라 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기업들은 RE100을 이행하기 위해 온사이트 PPA를 추진하려고 해도 발전용량 1MW 이상만 계약할 수 있도록 규정돼 실제 계약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1MW 이상 규모의 유휴부지를 가진 산업단지 소재의 기업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정부가 최소 300kW까지 기준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너무 높다. 아예 기준을 없애는 것이 RE100 이행률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태양광발전소 구축 비용도 여전히 높다고 생각한다. 기업들도 인식변화가 필요하지만,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 및 금융 지원, 세제 혜택, 컨설팅 지원 등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지원방안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대부분의 중소·중견기업 등은 자가발전소를 구축하거나 발전사업을 하려고 해도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건물지원사업, 금융지원사업이 정부에서 지원하는 사업이긴 하지만, 성사되기는 쉽지 않다. 시중 금융권으로부터 프로젝트파이낸싱을 받으려 해도 보증 증권을 발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높은 신용등급을 요구하거나 지상권 설정 등을 요구해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당사는 IBK투자증권, 피크에너지 등과 협력해 신용등급을 최대한 낮추고, 구축 자금을 선지원 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수요기업과 발전사업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 지원 등 제언은?
RE100 이행은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만 사용하는 것으로 적용된다. 재생에너지는 태양광 발전, 풍력발전, 지열발전, 바이오발전 등 많은 에너지원이 존재한다. 하지만 실상은 태양광발전 이외에는 여러 이유로 추진하기 어렵다. 태양광발전 또한 부지확보가 여의찮아 어려움이 존재한다. 이격거리 제한, 한전계통연계, 그린벨트지역 허가 불가 등으로 많은 규제가 존재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발전사업자들은 산업단지로 눈을 돌리고, 발전소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어려움이 존재한다. 일례로 ‘온사이트 PPA’ 계약 시 1MW 이상 발전소가 있어야 하고, ‘오프사이트(Off-site) PPA’ 계약을 하려고 해도 망이용료, 부가수수료 등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RE100을 이행하려는 기업에서도 추진하기 위한 당위성이 없어 엄두를 못 내는 상황이다.
RE100을 이행할 때 ‘비용 부담’, ‘각종 규제와 제도·정책의 불확실성’, ‘인센티브 및 지원이 부족’ 등이 애로로 작용하는 것으로 이미 많은 이들이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실성 있는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이격거리 제한 해제, 그린벨트지역 축소, 온사이트 PPA 계약용량제한 해제, 분산에너지법 전지역 확대,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화 등 다양한 에너지정책을 조기에 정착시키고 금융지원, 세제혜택 등을 통해 RE100, 탄소국경세 등 글로벌 이슈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기업들의 성공적인 RE100 이행을 위해 조언하자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자리 잡은 상황에서 이러한 인식을 전환할 수 있는 지속적인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다 보면 불합리한 규제들도 개선될 것이고, 기업들도 RE100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다.
아무리 RE100으로 얻게 되는 이점을 기업에 설명해도 여전히 믿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다. 그러나 기업별 올바른 RE100 전략을 세우고,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을 진행하면 기업에게 많은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돈이 된다’는 것이다.
신성이엔지의 RE100 이행 로드맵과 향후 계획 및 목표는?
신성이엔지는 용인사업장 외에 증평사업장, 김제사업장 등 많은 제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용인, 증평 등에서 자체 생산되는 태양광에너지를 빼고 당사는 2023년 기준 약 6.8GWh 전기를 사용했다.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는 김제사업장의 경우 2023년 기준 4.8GWh의 전기를 사용했다. 앞으로는 사용 중인 약 6.8GWh 전기의 에너지 전환을 목표하고 있다.
K-RE100에 가입해 2030년에는 60%, 2040년 90%, 2050년 100%의 RE100 이행 로드맵을 제출했고, 매년 재생에너지 전환율을 높여가고 있다. 신성이엔지가 보유한 공장의 추가 유휴부지를 발굴하고, 자체적으로 개발한 발전소 부지에 자체 발전소 구축해 RE100 이행에 대응하고자 한다. 또한, 관계사가 운영 중인 태양광발전소의 발전량을 제3자 오프사이트 PPA 계약을 추진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전환율을 높여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