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윤상현한테 한번 더 말할게”…'명태균 황금폰' 녹취 공개
  • 성기노 기자
  • 승인 2024.12.2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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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취임식 전날 명씨에 전화 걸어 ‘2분30여초’ 공천 대화
40분 뒤 김건희 여사 명씨에게 전화 “잘될 거예요” 화답
박근혜 노무현 전 대통령 모두 공천개입 의혹으로 실형, 탄핵 겪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지난달 14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지난달 14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점차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최근 검찰은 대선 전부터 윤 대통령과 밀착해 정치적 조언을 했던 '무속인' 명태균씨의 이른바 '황금폰'을 확보해 윤 대통령 부부가 2022년 6·1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정황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KBS 등은 23일 검찰이 명태균 씨가 제출한 ‘황금폰’ 등 휴대전화 3대와 USB 1개에서 윤 대통령과 명씨 간에 이뤄진 통화 녹음의 원본 파일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윤 대통령의 취임식 전날인 2022년 5월9일 총 2분30여초 분량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좀 해줘라 그랬는데 뭐 그렇게 말이 많네”라며 “내가 윤상현한테도 (말을) 하고”라고 말했다. 이에 명씨가 “그런데 윤한홍 ·권성동 의원이 (김 전 의원 공천이) 불편한가 봐요”라고 하자 윤 대통령은 “나한테 특별한 얘기 안 하던데”라며 “알았어요. 내가 윤상현한테 한번 더 이야기할게. 공관위원장이니까”라고 말했다. 이 통화는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전화를 걸면서 이뤄졌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0월 공개한 윤 대통령과 명씨의 통화 음성 파일의 전체본이 처음 확인된 것이다. 당시 민주당이 공개한 파일에는 윤 대통령이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이던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의 이름을 언급한 부분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에 공개된 통화 내용은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윤 의원이 해명해온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이 녹취 일부를 공개한 뒤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누구를 공천을 줘라, 이런 얘기는 해본 적이 없다” “당시 공관위원장이 정진석 비서실장인 줄 알았다. 그 정도로 저는 당의 공천에 관심을 가질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대선 국면에서 명씨와 연락을 끊었고, 취임식 전날 윤 대통령이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걸려온 축하 전화를 받던 중에 명씨의 전화도 받게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윤 의원 역시 지난 10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본적으로 공관위에서 (공천 자료를) 가져왔다는 말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사진=연합뉴스

한편 김건희 여사와 명씨 사이 통화 내용도 처음 공개됐다. 윤 대통령과 명씨의 통화 약 40분 뒤 김 여사는 명씨에게 전화해 “당선인이 지금 (누군가에게) 전화했는데 당선인 이름 팔지 말고 그냥 밀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여사는 “권성동하고 윤한홍이 반대하잖아요. 그렇죠”라며 “너무 걱정마세요. 잘될 거예요. 잘될 거니까 지켜보시죠”라고 말했다. 명씨는 “고맙습니다”라고 했다.

명씨는 그동안 김 여사와의 통화 유무에 대해서는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 녹취록 공개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제외하고 김 여사와 명씨간 통화 내용이 처음 확인된 셈이다. 명 씨는 대통령 부부와 사적, 공적으로 여러 이야기를 나눴고, 특히 김 여사와 더 많이 소통했다고 말해왔기 때문에 앞으로 김 여사와 국정 전반에 대한 또 다른 녹취록이 존재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윤 대통령이 대선 경선 당시인 2021년 10월 명씨로부터 비공표 여론조사 결과를 전달받은 정황도 확인됐다. 비공표 여론 조사를 윤 대통령에게 전달한 적이 없다던 명씨의 주장도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다.

명씨는 텔레그램을 통해 윤 대통령에게 “국민의힘 당내경선 책임당원 5044명 여론조사 결과입니다. 비공표 조사여서 보안 유지 부탁드립니다”라고 했고 윤 대통령은 “(이 응답자들 나중에) 홍준표한테 가는 거 아냐?”라고 했다.

시민단체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 김 전 의원 등을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혐의 등으로 고발했고 현재 창원지검이 수사 중이다.

한편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은 역대 대통령들의 공천개입 사건과 비교해볼  때 가장 확실한 정황증거가 공개됐다는 점에서 향후 이에 대한 사법 처리가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다. 

지난 2018년 7월 1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연장 후 첫 공판을 마치고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공천개입 이혹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2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통령의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개입한 혐의를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친박계 의원들이 서울 강남이나 대구 등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공천되도록 개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었다.

당시 재판부는 "대통령으로서 헌법적 책무를 저버렸다"며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정당 자율성을 무력화시킨 행위란 점에서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강조했다. 검찰과 박 전 대통령 모두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으면서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고 특히 국정농단 수사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첫 확정 판결이었다는 점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도 치명타가된 바 있다. 

그런데 당시 박 전 대통령 선거법 위반 수사 지휘를 한 장본인이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었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3차장검사였다. 윤 대통령이 누구보다 공천개입 사건에 대해 법적으로 잘 꿰고 있기 때문에 그가 김건희 여사와 함께 김영선 전 의원 공천개입 연루 의혹이 얼마나 심각한 사안인지도 잘 알 수밖에 없다.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도 국회에서 탄핵을 받아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된 바 있는데 당시 혐의도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대통령 권력이 정당의 공천에 개입한 것에 대해 이미 2차례 단죄를 받은 바 있어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내란죄 혐의와 함께 공천개입 사건도 사법처리를 받을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윤 대통령측이 비상계엄 선포의 '내란죄'에 대해 정치적인 좌우 진영대결로 몰아가며 그 본질을 희석시키려는 의도와는 별개로 공천개입 의혹은 대통령의 명백한 불법행위라는 점에서 사법적 처벌과 함께 그 정치적 책임 또한 분명하게 져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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