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연설 때 ‘방탄 유리막’ 설치된다...87년 노태우 유세 이후 처음
  • 김희선 기자
  • 승인 2025.05.16 18: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찰특공대, 밀착 경호원, 폭발물 탐지견 투입에도 테러 제보 잇따라
자체 제작 ‘방탄 유리막’ 다음주 초부터 설치...경호 단계도 강화 예정
지난 12일 선거운동 첫날에 방검복을 입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선거 운동복을 입고 있다. /사진=김희선 기자
지난 12일 선거운동 첫날에 방검복을 입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선거 운동복을 입고 있다. /사진=김희선 기자

[인더스트리뉴스 김희선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신변 위협 때문에 19일부터는 ‘방탄 유리막’ 보호를 받으며 연단에 설 예정이다. 이 후보는 선거운동 첫날에 방검복을 입고 경찰특공대와 밀착 경호원들, 폭발물 탐지견이 함께 했다. 그러나 이 후보를 향한 테러 제보 수위가 높아지면서 경호 단계도 강화되고 있다.

민주당 중앙선대위 강훈식 총괄본부장은 1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후보 경호에 대한 지지자들의 우려가 크다. 다음주 초 방탄 유리막 제작을 완료하고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 총괄본부장은 “아마 연단 위에 섰을 때 양쪽에서 막아주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예측된다”며 “테러 위협에도 이 후보는 국민의 삶의 현장에서 진짜 대한민국을 바라는 국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결정은 앞서 민주당에 이 후보 신변 위협에 대한 제보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최근 사거리가 2km에 달하는 러시아 저격용 괴물 소총이 밀반입 됐다는 제보와 이 후보 테러 배후에 HID(북파공작원) OB들로 구성된 특수팀 동원 가능성도 함께 제기됐다. 이에 민주당은 이 후보를 겨냥한 테러 위협에 테러대응TF로 대비하며 경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현재까지 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에 대한 온라인상 신변위해 협박글을 9건 접수했다. 이 후보에 대한 협박글은 8건이 접수됐으며 이 중 1건은 검찰에 송치했고 나머지 7건은 내사 및 수사 중이다.

지난 1987년 13대 대선, 노태우 당시 민정당 후보가 광주를 찾았다. 노태우 후보는 방탄유리를 든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고 유세를 이어나갔다. /사진=MBC 방송 캡처
지난 1987년 13대 대선, 노태우 당시 민정당 후보가 광주를 찾았다. 노태우 후보는 방탄유리를 든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유세를 이어나갔다. /사진=MBC 방송 캡처

한편 대통령 선거운동에서 ‘방탄 유리막’이 등장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87년 13대 대선 당시 노태우 민주정의당 후보의 광주 유세에서 방탄 유리가 등장했다.

당시 노 후보는 유세를 위해 광주역 광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광주역 광장에는 청년과 대학생 300여명이 김대중 연호 시위를 시작했다. 당시 광주 시민들은 군사쿠데타를 일으키고 광주를 짓밟은 민정당 세력을 환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노 후보의 카퍼레이드가 연단 앞 300m 지점에 이르렀을 때 김대중 연호와 함께 학생들이 접근하면서 민정당 지지자들과 충돌했다. 시위대는 민정당 측의 홍보물을 불태우면서 시위를 이어갔다. 시위대는 나무, 막대기, 돌, 사과 등을 연단으로 던졌고 노 후보 경호원들은 날아드는 돌과 막대기를 방탄유리로 막으면서 후보를 보호해야만 했다.

1987년 대선 이후 다시 방탄 유리막이 등장한 것은 지금의 정치 현실이 얼마나 혼란하고 가혹한지를 말해주는 단적인 예다. 1987년 대선 때는 지역 감정과 군부독재에 대한 분노 때문에 투석이 이어지는 등 분위기가 살벌했기 때문에 방탄 유리막 등장은 그리 낯선 장면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가 40여년 뒤 연단에 설 때 다시 방탄 유리막이 등장한 것은 우리의 정치 수준이 단 한 단계도 나아지지 못하고 오히려 과거로 되돌아갔다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과거의 지역 감정 대신 거짓 뉴스와 정치 유튜버 등이 혐오를 확대하면서 테러 및 암살 제보가 끊이지 않는 현실에 이르렀다. 유권자와 가까이 접촉해야 하는 대선 후보 특성상 테러에 대한 준비를 더 철저히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