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전 세계적 요구 속에서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은 ‘RE100’ 캠페인과 함께 글로벌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대한민국은 기업의 RE100 목표 달성과 국가 탄소중립 기여를 위해 ‘직접 PPA(Power Purchase Agreement, 전력구매계약)’ 제도를 도입했다.

직접 PPA는 재생에너지전기공급사업자와 전기소비자 간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직접 거래하는 계약으로, 기업이 안정적으로 대규모 재생에너지 전력을 조달하고 이를 RE100 이행 및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특히,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같은 규제는 재생에너지 사용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으며, 직접 PPA의 성공적인 안착은 국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이다.
직접 PPA 활성화를 가로막는 현실적 과제
직접 PPA 제도는 도입 초기 높은 구매 단가 등의 문제로 인해 활성화되지 못했으나, 2022년 이후 산업용 전기요금 상승과 태양광 전력 단가 하락으로 가격 경쟁력이 확보되면서 시장이 점차 활성화되고 있다. 다만, 직접 PPA 시장의 확대에는 다음과 같은 장벽들이 존재한다.
첫째, 망 이용요금 및 부가정산금의 불투명성이다. 직접 PPA를 통해 전력을 공급받는 기업은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송배전망을 의무적으로 이용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망 이용요금과 부가정산금에 대한 불투명성과 이중 부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추가적인 망 이용요금을 낸다’는 수준을 넘어, 일반적인 전력구매 방식에 비해 직접 PPA를 통한 전력구매 방식이 기업 등 소비자 입장에서 명확하게 판단되지 않는 불투명한 손해가 발생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는 기업 등 전기사용자가 직접 PPA를 전력 구매 방식으로 선택함에 있어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망설이게 만드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둘째, 계약 체결의 높은 난이도다. 직접 PPA 계약은 전기사용자와 재생에너지전기공급사업자 간의 직접전력거래계약, 그리고 재생에너지전기공급사업자와 발전사업자 간의 전력공급계약 등 두 가지 형태의 계약 묶음이 요구된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삼자가 두개의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이들의 이해관계를 절충하고 조율해야 하는 복잡성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직접 PPA 계약 체결에는 보통 2개월에서 최대 6개월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또한, 직접 PPA는 장기 계약이므로 계약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세심한 조항 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계약 기간 중 ‘법규 변동(Change in Law)’이나 ‘조세 변동(Change in Tax)’이 발생해 프로젝트 회사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이를 보전하기 위한 조항이 필요하며, 이 역시 이해관계가 다른 삼자 간의 리스크 배분 방식에 대한 조율이 필수적이다.
직접 PPA 시장 활성화를 위한 법적·정책적 제언
이러한 측면에서 직접 PPA 시장의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법적·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투명하고 합리적인 망 이용요금 및 부가정산금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망 이용요금 산정 방식을 더욱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공개해 PPA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납부하는 비용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직접 PPA를 통한 전력 구매 방식을 경제성 측면에서 합리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장기적으로 기업의 이익에 부합하는 선택임을 확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부족전력 조달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재생에너지전기공급사업자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직접 PPA 계약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리스크를 당사자 간에 효과적으로 분담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다수 당사자 간의 이해관계를 재생에너지전기공급사업자가 주도적으로 조율함으로써 계약 체결의 난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부담 완화를 위한 세제 혜택 및 기타 인센티브 지원책 확대가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 확대, 망 사용료에 대한 장기적인 할인 또는 면제, 그리고 PPA 관련 금융 상품 개발 지원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이러한 직접적인 재정적 유인책은 기업들이 직접 PPA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조달하는 것을 더욱 경제적으로 매력적인 선택지로 만들 것이다.
지속 가능한 재생에너지 생태계 구축을 위한 직접 PPA의 미래
대한민국 직접 PPA 제도는 RE100 이행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적인 수단으로 그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다양한 현실적, 법적, 시장적 과제에 직면했으나,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 상승과 재생에너지 발전단가 하락이라는 경제적 요인에 힘입어 시장 활성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직접 PPA가 단순한 정책적 유인을 넘어 경제적 실익을 제공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직접 PPA가 국내 재생에너지 생태계의 주류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러한 과제들은 어느 일방의 노력보다는 관련 제도와 법령의 명확성, 경제적 타당성, 그리고 견고한 인프라가 조화롭게 결합된 총체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투명하고 공정한 비용 부과 체계를 확립하고, 재생에너지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유연하고 예측가능한 거래 환경을 제공하며, 무엇보다도 직접 PPA 제도 참여가 경제적으로 매력적인 선택지로 인식될 수 있도록 다양한 세제 혜택과 인센티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직접 PPA는 기업의 자발적인 재생에너지 사용을 촉진하고, 중앙집중식 전력 시스템을 분산형, 유연형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보다 회복력 있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정부, 기업, 그리고 관련 기관들이 긴밀히 협력해 이러한 과제들을 극복하고 직접 PPA 시장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한다면, 대한민국은 글로벌 탄소중립 시대의 선도 국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