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스트리뉴스 김희선 기자] 차세대 교육 혁신의 상징처럼 등장한 ‘AI 디지털 교과서’가 기술과 교육 현장의 간극 속에서 정책 혼선을 겪고 있다. AI 전문가들은 미래 교육 경쟁력을 위해 지속 추진을 주장하는 반면, 교육 현장에서는 실효성과 접근성 문제를 이유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 기술 도입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 수용성과 교육 효과라는 지적도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책 결정권자들이 균형점을 어떻게 잡을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AI 디지털 교과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개인별 맞춤 학습을 지원하는 차세대 교과서를 말한다. 텍스트, 이미지, 영상, 3D 모델 등 다양한 형태의 학습 자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당시 윤석열 정부의 대표 국정과제였던 ‘AI 디지털 교과서’는 지난 2023년 6월 추진 방안이 발표됐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2025년 수학, 영어, 정보, 국어(특수교육), 교과에 우선적으로 도입하고 오는 2028년까지 국어, 사회, 역사, 과학, 기술 및 가정 등으로 확대하고 담당 교원 연수, 맞춤형 교수 및 학습방법 개방 등 학교 현장 안착을 위한 지원도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이에 업체 ‘AI 디지털 교과서’ 12곳이 정부의 검정 심사를 통과했고, 올해 1학기부터 초 3·4학년(영어·수학), 중 1·고 1(영어·수학·정보) 학생들이 사용하고 있다. 교육부는 전면 의무 도입을 추진했지만 민주당의 반대로 원하는 학교에만 자율적으로 ‘AI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하도록했다.
그러나 ‘AI 디지털 교과서’는 도입 시작부터 발생되는 오류 문제와 학생 문해력 및 수업 질 저하, 실효성 논란 등에 부딪히면서 전면 재검토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교육계는 ‘AI 디지털 교과서’가 교육 현장의 혼란 확대와 제대로 된 검증 없디 졸속 추진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와 교육계의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논란에 여야가 합의에 나섰지만 결국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채 지난 6월 30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AI 디지털 교과서’를 ‘교육 자료’로 활용하는 내용 등이 담긴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민주당 주도로 통과됐다. 교육계는 ‘AI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 4개월 만에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재명 정부가 발탁한 하정우 대통령실 AI 미래기획수석이 ‘AI 디지털 교과서’ 지위를 유지하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하 수석은 대통령실 내부 논의에서 ‘AI 디지털 교과서’를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대통령 내부에선 AI 전문가로 임명된 하 수석 의견에 이견을 제시한 인사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대선 당시 ‘AI 디지털 교과서’를 ‘교육 자료’로 하향하는 방안을 공약했던 이재명 대통령의 입장과는 상반된다.
민주당은 전 정부가 성급하게 추진하고 도입한 ‘AI 디지털 교과서’를 지적하며 가입 및 접속 등 사용에 대한 불편함으로 현장 활용률이 낮고 접속 오류 발생으로 수업 자체가 진행되지 못하는 점을 꼽으며 반대해왔다.
특히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백승아 의원은 지난 3월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공개하면서 'AI 디지털 교과서' 채택률이 30% 미만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백 의원은 “대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고등학교 전 교과에서 AI디지털교과서 채택률이 전반적으로 낮게 나타났다”며 “이는 AI디지털교과서의 교육적 필요성과 효과성에 대한 의문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AI 디지털 교과서’ 내부 이견에 대해 전문가 중심의 현실 판단 사이의 균형이 맞춰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AI 디지털 교과서’를 그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하 수석은 말 그대로 AI 전문가로서 AI에 초점을 맞춰 정책에 대한 방안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교육계에서도 ‘AI 디지털 교과서’에 대해 지위가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 제도는 아직인데 행정만 앞서나간다는 평가와 함께 이미 도입된 정책의 예산을 낭비하는 것보다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정책에서 잘 보완해 나가야 한다는 상반된 주장이 나온다.
교육업계 종사자는 “교육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입장이 다를 수 있다. AI 전문가로서 추진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점이 분명 있을 것”이라며 “그렇다면 (AI 전문가로서) 직면한 기술적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보완해야 할 부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육업게 관계자는 “아직 불완전한 AI 교과서를 정부는 학습 효과를 동시에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러면서 교사들의 디지털 교육 역량 강화, 개인정보 보호 관련 대책 마련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AI 디지털 교과서’의 미래는 기술 문제를 넘어 교육 정책과 법 제도의 방향성에 따라 달라진 전망이다. 향후 AI 디지털 교과서가 법적 교과서 지위를 상실하고 선택형 교육자료로 머무를지, 향후 미래를 이끌 교육 혁신으로 재탄생될지 교육 현장과 정책 당국 모두 면밀히 점검에 나서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