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용 휴머노이드는 초고령화 사회의 구원투수?
  • 월간 FA저널
  • 승인 2012.08.0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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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리서치 김경환 대표
 

‘둘만 낳아 잘 기르자’던 시절은 언제였던가, 어느덧 둘조차 낳지 않는 사회가 됐다. 지난해 한국의 출산율은 1.19명에 불과해 오는 2018년을 정점으로 총인구가 감속한다는 암울한 예측마저 있다.

15세~64세의 생산 가능 인구는 몇 년 내 감소할 전망이며 노동력의 주축인 30~40대 인구수는 이미 감소하고 있다. 한국 사회를 이끌었던 소위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점이 5~10년 이내인 것을 감안하면 노동력의 질적 저하와 양적 부족은 매우 심각한 상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비단 생산 현장뿐 아니라 가정 내 복지에도 심각한 문제를 유발한다.

이러한 사회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로봇의 저변 확대가 필요하다. 이미 자동차, 반도체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주력 분야에서는 로봇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며칠전 자동차 공장을 찾았을 때 넓디넓은 공장에서 길을 물어볼 사람이 없어 한참 동안 헤맨 기억이 있다. 공장에서 로봇은 충분히 보급된 것일까?

한국의 로봇 보급 상황
한국은 아직 로봇 보급의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유로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는데, 국내에서 자동화와 로봇화로 제조생산의 활로를 찾으려는 기업들보다 국외에 생산거점을 옮겨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업이 많다는 게 하나의 이유다. 일본은 백 투 재팬(Back to Japan)이라는데 아직 우리는 탈KOREA가 진행형이다.

다른 이유로는 현재의 로봇기술이 미성숙해 제조생산에 활용하기에는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이 점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현재의 단팔 로봇 일변도에서 벗어나 양팔 로봇, 모바일 로봇으로 전환하려는 기술적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 좀 앞선 감은 있지만, 노동력 부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작업용 휴머노이드, 소위 워커보트(Worka bot)의 개발과 상용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로봇 활용의 현실
현재 주류를 이루고 있는 단팔 로봇은 팔이 하나라는 점, 센서 지능이 부족하다는 점, 이동성이 없다는 점 때문에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지 못하고 보조하고 있을 뿐이다. 자동화의 큰 맥락에서 로봇이라는 모듈로 활용되고 있을 뿐이다.

다른 자동화 장치의 도움 없이는 로봇 작업이 거의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로봇은 작업 중에 대상물을 고정하고 이동시키는 많은 지그(jig)나 보조적인 자동화 장치의 도움을 받는다. 결과적으로 자동화에서 로봇이 차지하는 효과가 제한적이거나 인력 대체 효과도 크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 효과가 큰 응용 분야, 예를 들어 용접, 포장, 적재 등은 이미 로봇화가 상당히 진행됐지만 여전히 인간의 고난도 작업 스킬을 요구하는 곳에서는 로봇화의 사각지역이 비일비재하다.

인간과 협업하는 작업용 휴머노이드
작업용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노동을 완전히 대체하고 인간과 협업하는 로봇을 목표로 한다. 그렇기에 이러한 로봇은 인간과 기능적인 면에서 유사하게 진화된 형태를 띠어야 한다. 현재의 제조업용 로봇은 인간 작업자와 어떤 면에서 다른 것일까.

• 팔 구조 : 로봇이 양팔 구조를 가지면 단팔로는 어렵거나 불가능한 작업들이 가능한데 이것은 인간이 한 팔로만 작업할 때 겪는 애로로 쉽게 상상할 수 있다. 한 팔로는 작업 대상물을 잡아주기 위한 지그나 보조 구동장치들이 필요하다.

• 자유도 : 대부분의 로봇은 작업 위치와 자세를 제어할 수 있는 6개의 축으로 구성돼 있다. 인간의 경우, 어깨 중심을 움직일 수 있다거나 손목의 자유도가 많은데 비해 로봇은 그렇지 못하다. 자유도의 제약은 작업 경로와 스킬의 한계를 낳는다.

• 센서 통합 : 인간은 시각, 촉각을 비롯한 오감을 가지고 있지만, 로봇은 제한된 시각(로봇 비전)과 로봇 팔 끝에서의 역각(힘/토크 센서) 정도를 이용한다. 시각과 역각이 로봇 제어에 바로 반영될 정도로 빠른 제어주기를 가지기 시작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 외에도 로봇이 주로 회전하는 관절을 가진데 비해, 인간은 신근과 굴근의 조합으로 동작을 만들어내는 근골격계의 차이, 이동성의 차이, 컴퓨터 지능과 자연 지능의 차이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인간적인 요소를 추가해 어느 정도의 가격에 공급할 수 있을지가 상용화의 관건이다.

양팔 로봇은 하나의 몸체에 두 팔을 고정하는 일체형과 2대의 로봇 팔이 좌우에서 협조 제어되는 분리형으로 나눌 수 있다. 분리형의 경우는 기존의 제조업용 로봇을 양팔형으로 응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 로봇간의 통신이 충돌 안전성, 양팔 작업 정밀도와 속도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진척된 작업용 휴머노이드 개발
NT 리서치에서는 지난해부터 자동차 엔진이나 부품의 검사 공정, 케이블의 커넥터 삽입 공정에 분리형을 적용하고 있다. 일체형의 경우는 본격적인 작업용 휴머노이드라고 할 수 있다.

ABB를 비롯한 여러 로봇 회사들이 제조업용과 서비스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양팔 로봇 프로토타입을 내놓으며 미래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적극적인 것은 일본의 야스카와 전기인데,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양팔 로봇의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그림 1은 야스카와 전기의 양팔 로봇을 보여준다. 첫 번째 응용으로는 양팔을 이용한 골판지 상자의 개봉과 해체 작업이다. 전용 커터를 이용해 상자를 개봉한 후, 내용물을 꺼내는 작업, 다시 상자를 해체해 쌓는 작업 등을 능숙하게 해낸다. 이러한 로봇 시스템에는 양팔 로봇은 물론, 대상물을 날라주는 컨베이어 벨트, 대상물의 형상을 인식하는 비전 센서와 레이저 센서, 작업력과 접촉력을 측정하는 힘 센서, 작업 경로를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 등이 모두 통합돼 있다. 두 번째 응용으로는 바이오 분야의 소위 벤치워크 작업을 들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유전자 증폭 작업을 할 때 여러 작업 툴을 이용해 소량 용액의 흡입과 토출, 배양 등의 반복 작업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해낼 수 있다.

        
      [그림 1. 야스카와 전기의 양팔 로봇. 포장작업(좌), 벤치워크 작업(우)

그림 2는 ABB의 FRIDA라는 양팔 로봇이다. 아직 콘셉트 단계이기는 하지만, 미래의 작업용 휴머노이드는 이렇게 경량으로 이동가능한 형태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그림 2. ABB의 콘셉트 로봇.


인간 사회의 기술적 대안
작업용 휴머노이드는 저출산과 초고령화 사회의 기술적 대안인 동시에 노동을 근간으로 하는 인간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지도 모르는 판도라의 상자가 아닐까? 적어도 작업 효율에 있어서 인간과 로봇의 경쟁이 본격화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만간 생산 가능 인구 부족사태에 직면하게 될 한국으로서는 이러한 철학적 문제에 고민하는 것이 사치일 수도 있다. 작업용 휴머노이드야말로 저출산 초고령화 사회에서 한국이 글로벌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게 해주는 구원투수가 될지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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