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수업이 키우는 교육격차 우려에도 꾸물대는 교육청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0.10.0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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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학업성취도 평가 등 객관적 데이터 통해 진단해야” 

[인더스트리뉴스 최정훈 기자]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불가피해지면서 중위권 학생 감소 등 교육격차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졌다. 하지만 정작 실태 파악에 나서야 할 시도교육청이 뒷짐만 지고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은 교육부 및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대상으로 ‘코로나19 교육격차의 실태 파악 및 정책연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원격수업 이후 중위권 학생은 줄고, 상위권과 하위권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은주 의원은 “부산시교육청이야말로 적극행정 및 선진교육행정의 표본”이라며, “여러 목소리 있으면 실태 파악을 해야 한다. 그것이 좋은 정책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사진=이은주 의원실]
이은주 의원은 “부산시교육청이야말로 적극행정 및 선진교육행정의 표본”이라며, “여러 목소리 있으면 실태 파악을 해야 한다. 그것이 좋은 정책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사진=이은주 의원실]

시도교육청 중에서 인천, 대전, 울산, 세종, 강원, 경북, 경남, 제주 등 8곳은 교육격차 실태 파악이나 정책연구가 없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올바른 정책 추진에 앞서 실태파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당연지사이나 당국은 팔짱만 끼고 있었다는 것. 

이 의원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과 전북도교육청은 9월 25일 기준, 실태조사나 정책연구가 없었다. 다만 정책연구를 추진할 요량으로, 연구과제 확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대구, 광주, 경기, 충북도교육청은 원격수업이나 코로나19 대처 또는 1학기 돌아보는 조사 등을 실시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코로나19 대응 교육활동에 대해 설문조사와 FGI를, 광주와 충북은 원격수업 질 제고 설문조사를 했다. 경기도교육청은 교육연구원에 의뢰해 원격수업과 1학기 교육활동을 성찰하는 설문조사 및 FGI를 두 차례 추진, 각각 이슈페이퍼를 냈다. 이들 조사는 현재를 진단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한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다고 볼수 있지만 교육격차 실태 파악까지 추진했다기에는 미흡해 보인다.

이 와중에 부산시교육청이 팔을 걷고 실태조사에 나선 것이 눈여겨 볼 점이다. 부산시교육청은 원격수업 후 진행된 중간고사에서 학교현장의 교원들이 체감하는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약식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중고등학교 교사 100명씩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으며, 170여 명이 응답했다. 응답한 교사의 60.6%는 중간고사의 난이도가 예년보다 쉬웠다는 반응이었다. ‘조금 쉽게’는 52.4%, ‘많이 쉽게’는 8.2%였다. 원격수업에서 등교로 바뀌자마자 중간고사가 치러진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1학기 중간고사를 쉽게 출제한 교사가 많았다.  

교육부는 코로나 초기 원격수업 운영 기준안을 마련하고 학습공백 최소화를 위해 내실있게 진행하겠다고 공표했다. [사진=교육부]
교육부는 코로나 초기 즉각 원격수업 운영 기준안을 마련하고 학습공백 최소화를 위해 내실있게 진행하겠다고 공표했다. [사진=교육부]

채점해보니 상위권 학생들은 예년과 다르지 않았다고 교사들은 평가했다. 절반 넘은 56.2%의 교사들이 “예년과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라고 표했다. 하위권에 대해서는 성취 수준이 약간 낮아지거나 많이 낮아졌다고 인식한 교사가 50.3%에 달했다. 상위권은 변화 적지만, 하위권은 성적 떨어졌다고 본 것이다. 

원격수업 중심의 교육과정 운영이 학생들 간의 학력 격차에 대하 영향과 관련해서는 68.2%의 교사들이 상, 하위권간 격차가 크게 또는 소폭 벌어졌다고 답했다. 10명 중 7명은 원격수업으로 격차 심화됐고 봤는데 이는 예년보다 쉽게 출제했는데도 결과는 벌어진 격차라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학생들 성적을 비교 분석 중이다. 일반고 24교를 표집해 2019학년도와 2020학년도 수학 및 영어 성적을 수집, 부산대에 분석을 의뢰했다. 10월 말 완료 예정이다. 

한편, 교육부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에 의뢰해 원격교육 경험 및 인식을 분석해 학습격차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교사들의 79%가 격차 커졌다고 답했는데, 인식조사라는 것이 한계로 다가 온다. 보고서는 “실제적인 학습 격차 발생 여부에 대해 학업성취도 평가 등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격교육 시스템으로 교육격차를 벌이게 한다는 불안감이 국민들을 상심하게 하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객관적인 데이터 확보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이은주 의원은 “코로나19 원격수업으로 교육격차가 실제로 커졌다면, 관심과 지원을 받아야 하는 많은 학생들이 피해 입었다는 뜻”이라며, “현장에 귀 기울이면서 실태를 파악한 부산시교육청 사례를 참고해 다른 교육당국도 여러모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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