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기술로 돈이 몰린다! 실리콘밸리는 기후 기술로 들썩이는 중
  • 권선형 기자
  • 승인 2021.08.0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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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에 주목하는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 자금 신생 스타트업 기후 기술로 모여

[인더스트리뉴스 권선형 기자] 실리콘밸리가 기후 기술로 들썩이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기후 기술과 관련 있는 실리콘밸리 벤처 기업으로 유입된 투자금이 2012년 10억달러에서 8년 만인 2020년 160억달러로 16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142억달러를 투자받아 새 기록을 경신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리콘밸리에서 10여 년 전에 일었던 붐이 청정 기술 1차 붐이었다면, 현재의 붐은 기후 기술로 불리는 2차 붐이다. 당시 청정 기술에는 환경 친화적 기술에 대한 투자와 연구 개발 붐이 일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박막 태양전지판, 바이오 연료, 에너지 저장과 같이 주로 하드웨어 집약적 기술을 기반으로 구축된 신생 기업들 위주로 구성돼, 해당 기술들은 개발 주기가 너무 길고 실행 리스크가 큰 사업이었다. 또한 저렴한 중국산 태양 전지판 유입, 실리콘 가격 하락 등의 요인도 미국 기반 청정 기술 회사에 큰 타격을 입혔고 결국 2007년 이후 자금을 지원받은 청정 기술 기업 중 90% 이상은 투자받은 초기 자본금조차 회수하지 못하는 등 기업과 투자자들은 모두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실리콘밸리가 기후 기술로 들썩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142억달러를 투자받아 새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utoimage]
실리콘밸리가 기후 기술로 들썩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142억달러를 투자받아 새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utoimage]

하지만 지금의 실리콘밸리 기후 기술 붐은 그때와는 다르다.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태양광, 풍력, 저장장치 등과 같은 기초기술은 화석연료와 비교해도 원가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머신러닝, 첨단제조 등의 4차 산업혁명 기반 기술도 무르익으면서 차세대 기후 기술 기업이 효율적으로 연구개발 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 확산과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도 전 세계적으로 기후와 환경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진 계기가 됐다.

기후 기술에 대한 전 세계 VC 거래 규모(단위: U$ 10억) [자료=KOTRA, 출처=Pitchbook]
기후 기술에 대한 전 세계 VC 거래 규모(단위: U$ 10억) [자료=KOTRA, 출처=Pitchbook]

벤처캐피탈 투자자금은 기후 기술로 몰리는 중

기후 기술은 온실가스 순배출량 제로(Net Zero) 달성을 목표로 탈탄소화 과제를 해결하는 광범위한 분야다. 여기에는 교통‧물류, 농업‧식량‧토지이용, 에너지‧전력 등 여러 다양한 분야에서 온실가스 배출원을 줄이거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감축한다. 또 기후 및 지구 데이터를 생성 및 분석하는 것은 물론 기업에서 적절한 회계처리와 공시를 통해 투명성을 높이는 등 탄소배출량 관리를 위한 다양하고 광범위한 활동들이 수반된다.

최근 Silicon Valley Bank에서 발표한 ‘The Future of Climate Tech’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기후 기술과 관련한 투자의 대부분은 교통과 물류, 농업과 식량, 에너지와 전력의 세 가지 주요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전체 투자액의 약 4분의 1은 인공지능, 라이다(LiDAR) 등과 같은 기반 기술(Enabling Tech) 분야다. Silicon Valley Bank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율주행기술도 향후 사람들이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전기자동차를 더 많이 채택하는데 영향을 주고 결과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잠재력이 있기 때문에 기후 기술에 속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투자 동향을 분석했다.

먼저 교통‧물류 부문은 테슬라와 리비안의 성공에 힘입어 전기차 업체들을 위한 대규모 자금 지원이 이뤄졌다. 2020년 투자금액은 140억달러로 이 중 전기차 분야는 65억달러, 자율주행 분야는 38억달러, 플릿 운영 및 물류 분야는 19억달러를 차지했다. 2021년에는 상반기에만 98억달러의 투자금액을 기록했으며 올해 연말까지 약 195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기후 기술 분야별 VC 투자비율 [자료=KOTRA, 출처=Silicon Valley Bank]
2020년 기후 기술 분야별 VC 투자비율 [자료=KOTRA, 출처=Silicon Valley Bank]

농업‧식량 부문의 2020년 투자금액은 58억달러로 이 중 대체 단백질 분야는 23억달러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투자를 받았다. 세계 인구가 증가하고 육류 생산 비용이 높아짐에 따라 앞으로 대체 단백질 개발 기업들이 더 많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정밀농업 분야는 13억달러, 실내 농업 분야는 3억6900만달러를 차지했다. 2021년에는 상반기에만 47억달러의 투자금액을 기록했으며 올해 연말까지 약 94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전력 부문에서는 에너지 저장 솔루션이 투자 대부분을 차지했다. 2020년 투자금액은 45억달러로 이 중 에너지 저장 솔루션 분야는 19억달러, 에너지 효율 기술 분야는 9억7,000만달러, 스마트 그리드 분야는 4억9,800만달러를 차지했다. 2021년에는 상반기에만 43억달러의 투자금액을 기록했으며 올해 연말까지 약 86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스마트 그리드가 더 많은 재생 에너지를 통합하고 있고 운송 수단이 점차 전기화되면서 장기 에너지 저장 솔루션과 신규 배터리 재료‧화학 부문에 대한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큰 손들도 기후 기술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아마존의 창업자이자 최고 경영자인 제프 베이조스는 2040년까지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자연을 보존하는데 도움이 되는 기술 및 서비스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2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마존 전체에서 완전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는 ‘The Climate Pledge’의 일환이다. 이를 위해 아마존은 전기자동차 개발 스타트업인 Rivian을 비롯해 인공지능을 활용한 탄소 포집 기술 개발 스타트업 Pachama, 재생에너지 스타트업 Turntide, 탄소 포집 기술 개발기업 Carboncure Technologies와 같이 저탄소 경제에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기후 기술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2020년 1월 기후 위기에 초점을 맞춰 2030년까지 탄소 네거티브, 배출하는 것보다 더 많은 탄소를 환경에서 제거하겠다는 계획을 공표했다. 해당 계획의 일환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솔루션을 보유한 Climeworks에 투자하는 것은 물론 Climeworks의 기술을 사용해 배출되는 탄소를 제거할 예정이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는 기후 혁신 기금을 통해 대기 오염‧온실가스 측정 및 분석 플랫폼을 보유한 Aclima의 시리즈B 펀딩 라운드에 참여했으며, 탄소 포집 기술을 보유한 CarbonCure Technologies에도 투자했다.

미국 주요 기후 기술 부문 VC 투자 동향 [자료=KOTRA, 출처=Silicon Valley Bank]
미국 주요 기후 기술 부문 VC 투자 동향 [자료=KOTRA, 출처=Silicon Valley Bank]

기후 기술 스타트업의 부상

벤처캐피탈들이 기후 기술 분야에 주목하면서 기후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생 스타트업들도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인공지능, 머신러닝, 클라우드, 드론, 자율주행, 로봇 등의 신기술을 기후 예측, 탄소 상쇄, 탄소 배출량 관리, 정밀 농업, 재생에너지와 스마트 그리드 등의 분야에 적용해 탈탄소화 과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외에도 기후 변화 시대를 위해 대체 데이터 소스, 실시간 분석 및 인공지능을 활용해 위험을 보다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보험 상품을 개발하는 Kettle, Understory, Cloud to Street와 같은 스타트업,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건물용 HVAC 최적화 솔루션을 개발하는 75F, Nomad Go와 같은 스타트업도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수 년 동안 기후 위기가 글로벌 스타트업 세계를 재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로 데이터 중심의 인공지능기반 예비 창업가들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는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KOTRA는 “이제 기후 변화와 자본주의의 관계에서 중요한 변곡점에 도달했고 전례 없는 양의 자본이 기후 관련 이니셔티브를 향해 흐르기 시작했다”며, “지난해에 세계에서 가장 큰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은 투자 전략의 핵심으로 기후 위기를 꼽았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에서도 카이스트와 MIT 연구진이 설립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특화 딥테크 기업 스탠더드에너지가 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 100억원을 투자받아 주목받는 등 기후 기술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며, “미국을 비롯해 주요 국가에서는 향후 10년 안에 급격한 탈탄소화를 이루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배경 속에서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빠른 성장과 높은 확장성이 가능한 스타트업은 더욱 두각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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